[전시리뷰]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공간 융합이 전시의 새 역사를 쓴다.’
[전시리뷰]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공간 융합이 전시의 새 역사를 쓴다.’
  • 박희진 객원기자/한서대 전임강사
  • 승인 2014.12.0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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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진 객원기자/한서대 전임강사
지난 9월, 한국의 현대 건축물의 걸작으로 꼽히는 서울 율곡로에 ‘공간 건축사무소’의 사옥(등록문화재 제586호)이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ARARIO MUSEUM in SPACE)라는 미술 전시공간으로 거듭났다. 한국 현대건축의 대가로 알려진 고 김수근 건축가의 작업실이던 이 공간이 아라리오 현대미술 컬렉션과 조화를 이루며, 난해한 예술의 독특함이 신비로운 아름다움으로 발산돼 미술계 커다란 이슈가 되었다.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전시에서는 갤러리 작품 탐색에서 경험하는 일상의 컬렉션 감상을 뛰어넘어, 한국 전통건축에 펼쳐진 공간과 조화를 이룬 추상적 시각예술에 시선을 빼앗기고 달라진 갤러리 전시의 아우라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 ‘공간’사옥의 밀폐된 하얀 공간은 과거 한국 건축의 창조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예술가의 또 다른 창조의 공간으로 거듭난 것이기에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전시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올해 4월 새롭게 단장한 구 서울역사 공간의‘문화역 서울284’의 전시는 어떠한가. 역사를 복원해 만든 이 전시도 그간 잠재돼있던 공간을 깨워내 전시의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가의 기술-언젠가 느긋하게>전시와 <공예가 맛있다>전시를 비롯해 최근 선보인 최정화 작가의 <총, 천연색>전시에서도 공예와 미술을 접목한 예술의 아름다움을 일상에서 누구나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누구에게나 가까이 다가가는 예술의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70여년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보화각의 간송 전형필의 작품들도 서울 성북동 미술관을 벗어나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 공간에서 올 초부터 9월말까지 새로운 전시를 선보였다. SF영화 속 우주선을 연상하게 하는 DDP 현대건축공간에서 만나는 간송과의 만남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민족의 정체성을 찾아 떠나는 묘한 매력을 발산했다. 이에 필자는 ‘사람과 공간이 새로운 역사 속에 현대를 만든다.’는 가치를 담아 낸 <간송 문화전>전시에 대해 호평(2014년 6월 6일 기고)한 바 있었다.

▲Leslie de Chavez_Under the Belly of the Beast

이렇듯 전시는 동시대 공간과 인간이 만들어내는 예술의 총체이다. 창조물인 예술의 걸작을 시대를 대변하는 공간 속에서 융합된 시각예술로 선보이는 것이 바로 전시인 것이다.

최근 공간과 예술이 융합된 전시가 다양하게 선보이면서 공간적 한계를 벗어나 예술의 2차적인 창조의 공간으로 이를 확대해 성공적인 전시를 선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존에 예술융합은 ‘이슈’를 만들어내는 상업과 예술의 협업(콜라보레이션 Collaboration)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에 만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예술의 융합은 또 다른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주어진 공간의 활용으로 확대되면서 주목할 만한 새로운 전시의 컨셉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전시가 대중들에게도 특별하게 기억되는 것은 개개인이 가슴에 담아둔 공간의 추억과 함께 창조된 신선한 공간 속에 예술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창조된 예술과의 융합된 공간은 전시를 통해 대중과 대화를 시도하고, 연출된 공간의 분위기는 이들을 연결시켜주는 고리가 되어 전시의 문턱을 낮춰주는 계기가 된다.

앞서 소개한 아라리오 갤러리(회장 김창일)는 ‘공간’ 사옥을 전시공간으로 이슈화하면서 제주도 3곳에 새로운 아라리오 공간을 추가로 소개했다. 중국 상해를 비롯해 국내외 상업 화랑으로서 활약하고 있는 아라리오 갤러리의 예술과 공간을 융합하려는 시도에 미술계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예술을 기반으로, 시대와 소통하는 창조적인 전시가 다양하게 소개되는 미술계 트렌드에 앞으로의 전시 행보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