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인공들
여주인공들
  • 박상희 기자
  • 승인 2009.07.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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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여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경험

책 속에서 나오는 여주인공은 하나같이 예쁘고 사랑스럽다. 이런 그녀들을 누구나 한번쯤은 부러워 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소설 속 여주인공들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인다면?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미국 일리노이주 숲 속 마을에 있는 작은 여관 ‘프레리 홈스테드’에서 일어난다. 이곳은 평범한 여관이 아니다. ‘보바리 부인’ 속 보바리 부인, ‘위대한 개츠비’의 데이지 뷰캐넌 등 소설 속 주인공들이 절정의 피로에 지쳐있을 때 일반 숙박객 틈에 섞여 잠시 쉬어가는 곳이다.

아일린 페이버릿의 장편소설 ‘여주인공들’은 프레리 홈스테드의 여주인 앤마리의 딸인 페니를 주인공으로 한 10대 소녀의 성장소설이다.

페니의 엄마 앤마리는 다섯 살 때 자신을 찾아온 라푼젤을 재원 준 이후 오래 세월에 걸쳐 여주인공들의 방문을 받다가 마침내 여관까지 차리게 된다. 그러나 페니에게는 여주인공들이 찾아올 때마다 온통 그들에게만 관심을 쏟는 엄마 때문에 그녀들이 달갑지 않은 존재이다.

엄마에게 화가 난 페니는 결국 가출을 결심하지만 경찰에게 소설 속 인물을 만난 이야기를 하다 정신분열 진단을 받고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페니는 주인공들의 도움으로 정신병원을 탈출하고 이후 겪는 모험을 통해 내적으로 조금씩 세상을 이해하고 성장해 가고 뒤늦게 출생의 비밀 또한 알게 된다.

엄마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사춘기 소녀 페니는 아름답고 도도한 여주인공들에게 질투를 느끼지만 여주인공들과의 만남을 통해 점차 엄마와 여주인공들의 내면에 자리한 아픔을 보게 되고, 엄마처럼 여주인공들을 위로하며 진정한 제 삶의 주인공이 된다.

이렇듯 이 책은 여주인공들이 작품에서 나와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재미난 설정을 가지고 여러 작품 속 독특한 인물들을 다양하게 만나 볼 수 있어 흥미롭다. 현실세계와 환상세계를 넘나들며 사춘기 소녀의 고민과 방황을 독특하게 담아낸 소설이다.

아일린 페이버릿 지음, 송은주 옮김/ 민음사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