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향촌동 수제화 골목,내게 꼭 맞는 '신상' 찾으러 가볼까?
대구 향촌동 수제화 골목,내게 꼭 맞는 '신상' 찾으러 가볼까?
  • 박세나 기자
  • 승인 2014.12.21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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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0년 구두 장인들 밀집, 예쁘고 편한 구두를 저렴하게

▲ 행사에 참여하는 구두 장인의 모습 (사진=대구 중구청 제공)

뚝딱이는 망치질 소리, 알싸한 가죽 냄새가 퍼지는 향촌동 수제화 골목.

최근 대구 중구청이 옛 상업은행 자리에 개관한 '향촌문화관' 옆 길을 따라 들어간 이곳은 오늘도 제 주인을 좋은 곳으로 이끌 구두가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

 30~50년 경력의 수제화 장인들이 모여있는 대구 향촌동 수제화 골목은 중구 경상감영공원 북편 향촌동, 대안동 일대 위치해있다.

굽이 높은 하이힐, 발등까지 덮는 부티, 캐주얼한 차림에도 어울려 남녀 모두에게 사랑받는 로퍼, 남자 구두의 정석 스타일 플레인 토 등 구두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또한 어떤 자리에 무슨 옷을 입는지에 따라 그 용도가 다 다르다. 특히 요즘은 정장과 캐주얼 복장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형태의 구두와 키를 좀 더 커 보이게 하면서 활동하기 편한 내장형 깔창이 포함된 구두가 유행이다.

수많은 브랜드의 기성화가 나오고 있지만 내 발에 맞는 구두를 찾기란 쉽지 않다. 개개인의 발 모양과 특성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디자인 또한 마음에 쏙 드는 구두를 발견하기 어렵다. 마음에 든다 싶으면 너도 나도 똑같이 신고 다닌다.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소비자라면 나에게 맞는 구두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수제화에 관심 가져보면 어떨까.

향촌동 수제화 골목의 수제화는 합리적인 가격에 내 마음에 들고 발에 꼭 맞는 편한 구두를 맞출 수 있다. 수제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일주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고 보통 7~10만 원대이면 구두를 맞출 수 있다. 구두를 만드는 모든 공정이 장인의 손으로 이뤄진다.

과거 향촌동은 예술인과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문화의 거리였다. 1970년대부터 피혁 수제화 업소가 형성되기 시작해 80년대 본격적으로 수제화 골목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당시 120여 개 수제화 전문점이 활개를 펼쳤다.

▲ 향촌동 수제화 골목 전경 (사진=대구 중구청 제공)

이러한 수제화 골목의 활기찬 모습은 값싼 중국산 구두 및 공장제작 기성화와의 경쟁에 밀려 점차 사라지게 돼 현재 약 70여 개 업소만 남았다. 수제화 사업이 점점 사양산업화되면서 몇 명의 기존 기술자들이 그 명맥을 유지할 뿐 새로운 젊은 기술자들이 양성되지 않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구 중구청과 수제화 협회는 공동브랜드 개발과 공동판매장 운영을 골자로 하는 수제화 골목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고 마을기업으로 육성하는 등 수제화 거리 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마을기업 '편아지오'개점식.(사진=대구 중구청 제공)

기성품에 밀려 점점 위축돼 가는 수제화 골목을 살리기 위한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9월 대구 수제화협회 소속 회원사 사장 6명이 모여 마을기업 '편아지오'를 설립했다. 대구 수제화협회는 회원사에서 직접 제작한 맞춤형 최고급 수제화를 유통 마진을 없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며, 공동매장 판매 등에 지역주민을 채용하고 회원사에 취업을 알선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마을기업 '편아지오'의 대표 우종필씨는 "요즘은 하루 평균 3, 40명의 손님이 방문한다. 고객분들은 30~50대 중장년층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여성이 남성보다 조금 더 높은 비율로 가게를 찾는다. 수제화의 편안한 착용감이 직장에서 신기에 부담 없어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성화는  불특정 다수를 만족시켜야 하기에 처음부터 발 볼이 넓게 나와 신다 보면 늘어나서 헐렁해지는데, 수제화는 처음부터 각자의 발에 딱 맞게 제작돼 신을수록 제 발에 더욱 맞는 구두가 된다."며 "이곳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자기 신발에 애착이 강한 사람들로, 디자인도 원하는 대로 맞춤 제작을 할 수 있다는 이점에 다시 방문한다. 날씨가 추워져 고객들이 발목 위까지 올라오는 형태의 앵클부츠나 롱부츠, 창이 두껍고 안창에 털이 있어 따듯한 구두를 많이 찾는다."고 밝혔다.

▲ 마을기업 '편아지오' 매장 풍경.(사진=대구 중구청 제공)

이와함께 중구청은 지난 11월 '제1회 빨간 구두 이야기' 행사를 개최해 수제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며 골목 재생에 힘을 기울였다. 대구 중구청이 후원하고 대구시 수제화협회가 주최한 이 행사는 이틀간에 걸쳐  △신데렐라&남데렐라를 찾아라! △불우이웃 돕기 성금 모금을 위한 즉석 경매 △구두 병동 △파격 할인 맞춤 수제화 제작 △칼라 염색체험 △구두닦이 체험 등 시민들이 직접 체험하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선사했다.

당시 행사장을 찾은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은 "행사가 장인의 섬세한 손길이 전해지는 수제화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향촌동 수제화 골목의 경쟁력을 높여 지역상권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 '제1회 빨간 구두 이야기' 축제.(사진=대구 중구청 제공)

이러한 노력으로 향촌동 수제화 골목은 점차 되살아나고 있다. 디자인, 재단, 미싱, 신발 바닥 등 수제화 기술 분야의 장인들이 가죽 수제화를 생산하고 전국으로 납품한다. 미국이나 중국 같은 해외에서도 주문이 들어올 정도다.

수제화는 자신의 발건강과 만족을 위해 제작하기도 하지만 첫 직장, 결혼식 등의 중대한 일을 앞두고 부모님이 자식에게, 혹은 자식이 부모님께 선물해드리는 추억이 담긴 존재다.

향촌동 수제화골목의 풍경은 여전히 소박하지만 그 안에서 땀 흘리며 누군가가 신을 구두를 만드는 구두 장인들의 열정과 기술은 이태리 밀라노의 장인들 못지않다. 천 번 이상을 두드려야 완성되는 수제화는 구두에 대한 장인의 열정과 세월, 땀이 녹아든 귀한 작품이다. 오늘도 향촌동 수제화 골목에는 세상에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장인의 망치 소리가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