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의 일본속으로]日 도쿄가쿠게이대학교 ‘Korean Speech Contest 2014’ 성료
[이수경의 일본속으로]日 도쿄가쿠게이대학교 ‘Korean Speech Contest 2014’ 성료
  •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 승인 2014.12.2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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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청소년 교류활동의 장으로

▲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도쿄가쿠게이대학교 한국학연구소장
필자는 아무리 극한 갈등 상황에 놓일지라도 꾸준하게 청소년 및 시민 교류를 지속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인 한ㆍ일 평화 사회의 기반이 된다는 신념하에 다양한 한ㆍ일문화 이해를 실천적으로 고심하고 모색해왔다. 그리고 한국학 연구소의 문화적 역할도 겸하여 우리 학교 학부 및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스피치 콘테스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예상 밖으로 필자의 취지를 이해하신 많은 분들의 협력과 후원이 있었기에 짧은 기획기간이었으나 성황리에 첫 대회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참가했던 동료 교수들은 이렇게 성공적인 행사가 되어서 축하한다며 격려를 표하기도 했다. 사실 행사 전날까지 쌀쌀하고 음산한 날씨였기에 내심 걱정했으나 대회 당일은 매우 쾌청해서 기쁘게 행사에 임하였다.

아침 일찍 담당 교수와 학생들이 나와서 준비를 도와줬고, 필자는 [서울문화투데이]의 이은영 대표가 혼숫감 마련하듯이(그녀의 말을 인용하자면) 정성 들여 챙겨 보내 준 전통 당의와 꽃신 등의 우정을 입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한복의 우아한 자태와 맵시를 살리기에는 부족한 필자의 한계가 있었지만, 교직 생활 16년 만에 처음으로 한복을 입고 교단에 섰던 그 각별한 기분만큼은 지금도 선연하게 가슴에 남아있다. 물론, 예쁜 꽃신에 몇 번이고 치마가 밟혀서 보다 못한 제자가 어설픈 필자의 한복 모양새를 고쳐주느라 고생 하기도 했다.    

12월 19일(금) 아침 10시 40분부터 12시 40분까지 마련된 2시간의 행사는 순식간에 끝난 충실한 내용이었다. 세 분의 내빈인사로 시작된 행사 내용은 아래와 같다.

도쿄가쿠게이대학교 전 총장이자 총동창회(辟擁會)의 와시야마 회장님의 격려 말씀, 한국 문학가와 동포 및 일본인 문학가의 교류의 장이 되어 온 첫 재일 동포 여성 문학지 『봉선화(鳳仙花)』를 결성하셨던 오문자 대표님(고 이진희 교수님의 부인)의 감개무량하다는 말씀, 도쿄한국학교 전 학부형 회장이자 동아 트레이딩 황병욱 회장님의 감동적인 인사말씀이 있은 뒤, 필자가 고문으로 있는 태권도부 학생들의 시범이 있었다.

         ▲ 태권도 팀의 시범

깔끔한 발차기 공격과 예리한 대련으로 시범을 마무리 짓자 참가자들의 함성으로 대교실이 떠나갈 듯했다. 그 뒤, 한국에 유학을 다녀온 선배들의 체험담과 학부 및 대학원생의 스피치 대회가 이어졌다.

주된 내용은 한국 문화의 영향에 대한 내용, 일본에서 활약하는 한국 야구 선수들, 한국 문화를 알고 친근감을 느낀 이야기, 어머니가 보시는 한국 드라마를 우연히 보고선 어학을 배우게 된 동기, 바다를 둘러싼 문화권의 향후 발전에 대한 제시, 세계의 어린이들을 위한 우리들의 역할 등이었다.

짧은 준비 기간에 이뤄진 만큼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었지만 첫 대회를 장식하는 내용으로서는 가깝고 친밀한 문화 이해의 내용이 많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피치가 끝나자 자칭 [샤방샤방팀]의 능숙한 Dance 및 일곱 팀의 크리스마스 캐럴 송 등,  이 시기에 적절하고 밝은 합창이 있었다.

공정한 심사를 위하여 학내 담당 교수들은 물론, 한국의 열린사이버대학교 어학교육 전문가인 송승희 교수도 참가하였다. 심사가 이뤄지는 동안 치마저고리로 단장을 한 우리 학교 양예선 교수의 장구춤이 이어졌는데, 평소의 모습과 달리 춤과 장구의 세계에 몰입하여 독창적인 무대를 만드는 그녀의 공연은 인상적이었다. 

▲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히로세 류씨(수상담당은 오문자 여사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끝난 뒤 수상식이 있었는데, 최우수상에는 대학원 2학년생으로 한국 유학을 경험한 히로세 류(廣瀬龍)씨가 수상하여 상장 및 부상으로 도서권, 롯데 부여리조트 2박 숙박권, 선물과자 세트, 기념 볼펜 및 한국 민예 필통 등이 전달되었다. 

그 외 한반도와 고향 아마미오오시마를 연구하는 대학원생 기즈키 나기사씨, 학부에서 문화 교류를 논한 후카와 아츠코씨, 기쿠치 스즈씨, 요시모토 나오히로씨, 모리시카 다다아키씨가 입상을 하였고, 협력한 댄스팀, 합창팀에게도 푸짐한 상품이 주어졌다.

폐회 인사는 한국학 연구소 고문이자 Asia Seminar House의 권오정 관장님이 맡으셨다. 한국의 교원대학교 교수 등을 역임 후 19년 동안 교토 류코쿠대학에서 한일 교육계의 전문가로 활동해오신 분답게,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이 열린 마음으로 어학과 문화교류를 통해 보다 큰 사회를 경험하고, 국경을 초월하는 21세기 인재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폐회사와 더불어, 역사적인 첫걸음의 이 대회를 함께 하는 의미를 되새기는 인사말에 박수갈채의 마무리를 짓게 되었다.

▲ 대회 후원 협력 관계내빈 및 담당교수들

모든 행사들이 그렇듯이 준비할 때의 부산함과 달리 끝나고 나면 아쉬움이 남는 법. 하지만 이번 행사는 처음 시도한 행사였건만 정신없이 행사를 치르면서 느낀 보완점 등을 자성하며 이미 내년의 행사를 어떻게 치를 것인지를 계획하는 적극적 발상으로 가득 차 있다. 함께 한 행사 관계자들도 같은 생각이 아닐까?

국가 간의 정치 외교 문제란 시대 상황에 따라서 갈등이 불거질 때도 있고, 빙하기에서 밀월 상태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정치 상황에만 맡긴 채 책임 전가를 하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니라, 선진 민주 사회를 이끄는 시민의식을 고양하여 우리 스스로가 자발적인 시민의식으로 풀뿌리 교류, 청소년 교류를 통해 아래로부터의 교류 기반을 돈독히 하는 것이 21세기 글로벌 사회의 당면 과제이고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청소년 교류가 미래를 잇는 디딤돌이 되고 우리의 후손들이 평화로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이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대회는 비록 자그마한 교내 행사이긴 하나 향후 한반도와 재일 동포, 그리고 일본을 잇는 큰 의미로 이어지는 행사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당일날 회장의 일부

2008년의 백제심포지엄 때부터 한일 학생교류활동에 의식을 두고 도움을 주신 Lotte 부여리조트 측의 배려를 비롯해 한국학 연구소 고문이신 권오정 교수님, 동 연구소 권점숙 이사님, 전주의 박예분 작가, 본교 총동창회 및 『서울문화투데이』『OK Times』로부터 다양한 협찬과 후원을 받았기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바이다.

또한 바쁜 일정에도 참석해 주신 송승희 교수님, 기획 내용을 일사불란하게 추진해 주신 조은미 교수님, 피날레를 장식해 주신 양예선 교수님, 손발이 되어 도와준 제자들, 특히 학부의 Chun Seeun 씨, 사진 촬영을 맡아 준 가와노 다카히로 씨한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한다.

취지를 이해하고 협력해 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이번 행사가 이토록 성황리에 끝날 수 있었다. 이번 행사에는 한ㆍ일관계를 초월한 재일 동포들의 참석도 눈에 띄었고, 행사를 보러 와 주신 교직원들의 응원도 힘이 되었다.

첫걸음이 중요하고, 시작이 반 임을 생각하면 이미 절반은 해낸 셈이다.

내년은 좀 더 근사하고 유연한 흐름의 행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보다 많은 학생들이 한반도에 친근감을 느끼고 서로 다가설 수 있는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정재계는 물론, 교육・언론계에서도 시대를 바라볼 수 있는 책임과 역할을 해주길 빌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