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국악로’에 서다
[김승국의 국악담론]‘국악로’에 서다
  • 김승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
  • 승인 2015.01.0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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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시인

지금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지만 한 때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극장으로 명성을 날렸던 ‘단성사’와 ‘피가디리’ 극장이 자립잡고 있던 종로3가 사거리에서 창경궁 정문인 돈화문까지의 길을 ‘국악로’라고 한다. 

‘국악로’는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후 까지 관혼상제 물품을 팔거나 징·꽹과리 등을 파는 만물상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1907년에 주승희가 발의하고 안창묵과 이장선이 합자하여 2층 목조 건물로 세운 ‘단성사’는 처음에는 주로 전통연희를 위한 공연장으로 사용되었고 1910년 중반 광무대 경영자 박승필이 인수하여 상설 영화관으로 개축되었고 1926년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이 개봉된 곳으로 유명하다. 

‘국악로’라는 명칭이 붙여지게 된 것은 서울시가 ‘서울 정도 600년’을 맞이하여 1994년을 서울시가 국악의 해로 정하고 이 거리를 ‘국악로’로 명명하였던 것이다. 이곳에서는 전국의 국악인들을 대표하는 민간조직인 ‘사단법인 한국국악협회’가 주관하고 있는 ‘대한민국국악제’ 등 각종 국악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 거리가 ‘국악로’라고 는 명칭을 얻게 된 배경은 이곳이 역사적으로 국악인들이 많이 거주하였고, 아직도 이곳이 국악인들의 소통 공간이기도 하려니와 국악을 교습하는 학원들과 국악기를 파는 상점들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악로’의 현재 모습은 다소 썰렁하고 을시년스러워서 국악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 그래도 ‘사단법인 한국국악협회’가 ‘국악로’와 가까운 종로구 익선동에 자리 잡고 있어서 ‘국악로’의 상징성을 높여주고 있다. 

‘국악로’에는 현재 국악학원들과 국악기점들이 많다고는 하나, 듬성 듬성 자리하고 있어 다소 쓸쓸하게 보인다. 그러나 한때는 이 거리가 국악인들로 북적거렸고, 국악학원들과 국악기 상점들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았던 곳이었다. 지금은 작고한 김소희(1917~1995), 박귀희(1921~1993) 명창 등의 전수소와 고 이창배(1916~1983) 선생이 1957년 개원한 ‘청구고전성악학원’이 있어서 오늘날의 판소리 및 경서도 민요의 기라성 같은 명창들을 배출하였다. 

 

이곳에 국악인들이 많이 거주하게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이곳은 궁궐이 가까워 궁궐을 드나드는 궁중악사들이 많이 거주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이곳이 서울은 물론 전국의 문화예술과 정치의 중심지역인 종로구에 자리 잡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운집하던 지역이었고 단성사 등 공연예술 무대가 있어 국악인들이 활동하기에 적합한 지역이었다. 

셋째는 서민들이 즐겨 찾은 주막부터 ‘명월관’, ‘국일관’, ‘오진암’ 등 고급요정들이 종로구에 밀집하고 있어서 국악인들의 수요가 많았다는 점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국악로’ 인근에는 ‘한성권번’, ‘조선권번’, ‘종로권번’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거리는 명인 명창들 혹은 잘 나가는 기생들이 탄 인력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으며 그들을 찾아 서울은 물론 전국에서 몰려든 풍류객들로 북적거렸다.

‘국악로’는 ‘조선성악연구회’와 ‘조선정악교습소’ 등 근대 한국음악사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 국악인들의 자생 단체들도 많았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 국악의 인재 양성의 중심 국악전문교육기관인 강남구 포이동에 소재한 ‘국립국악중·고등학교’와 금천구 시흥동에 소재한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도 이곳 종로에서 개교하였다.

 

‘국립국악중·고등학교’는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사 양성소’로 설립인가를 받아 1955년 4월 1일 종로구 운니동에서 개교하였으며,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는 1960년 5월 13일 ‘한국국악예술학교’라는 교명으로 종로구 관훈동에서 개교하였다. 

얼마 전 서울시는 국악 인프라 확충 및 대중화 등 4대 분야「서울시 국악 발전 종합계획」발표하였다. 서울시가 남산~‘국악로’~북촌을 하나로 잇는 국악벨트를 조성, 새로운 한류 몰이에 나서며, 드라마, K-Pop 등 대중문화 중심의 한류를 넘어 K-culture인 국악을 서울만의 고유한 문화관광 상품으로 개발, 신 한류 아이템으로 발전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특히 ‘국악로’가 ‘국악사양성소’, ‘한국국악예술학교’ 등 국악교육기관, 국악단체, 국악교습소들의 흔적 및 판소리 명인 사저 등이 있었던 곳으로 무궁무진한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국악로’’로 불리고 있지만 고유 경쟁력을 살리지 못한 채 낙후·침체돼 있는 창덕궁 돈화문~종로3가역 770m의 ‘국악로’를 국악 근대사의 성지이자 상징거리로 탈바꿈 하겠다고 했다.

다시 말해서 국악 상징거리로서 현재는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국악로’를 문화지구로 지정하고, 국악기 공방 등 전통문화시설 권장·육성과 국악행사 활성화, 환경개선 지원 등을 통해 국악의 메카로 조성한다고 한다.

 

예컨대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 맞은편에 핵심시설로 ‘국악예술당’과 ‘전통문화전시관’을 건립하고, 단계별로 민요박물관, 국악박물관 등 국악 인프라를 확충해 국악 진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고 하며 한옥의 아름다움 속에서 국악을 선보이는 국악전문공연장인 ‘돈화문 국악예술당’이 오는 ‘16년 문을 열 계획으로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돈화문 국악예술당’ 건너편에 지어질 ’전통문화전시관‘은 사물놀이 등 전통문화를 새롭게 해석하고 재창조 하는 다양한 전시, 공연, 퍼포먼스, 교육 등이 가능한 열린 문화사랑방으로 지어져 운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인사동, 대학로와 같은 문화지구 지정을 추진해 환경개선의 전기를 마련한다고 한다. 또한 국악명소를 발굴, 스토리텔링과 연계한 도보관광코스로 개발해 국내외 관광객들이라면 꼭 들르고 싶어 하는 관광지로 육성하는 한편, 청계천로·연세로와 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보행전용 거리에서도 국악 공연이 일상적으로 펼쳐지도록 지원한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미국 브로드웨이에 가면 뮤지컬을 볼 수 있다면, 서울 ‘남산국악당’에선 ‘서울 아리랑’을 볼 수 있도록 하며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아리랑, 판소리를 세계인이 체험하고 널리 확산하는 상설공연으로 자리매김 시킨다는 계획이다. 

그 외에도 초·중·고에 국악분야 예술 강사 파견을 확대하고 시민대학 운영, 신진 국악인 발굴을 위한 창작경연대회가 처음으로 시도되는 등 국악의 대중화와 저변확대 방안도 동시에 실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장 한국적인 우리 문화인 국악을 대표 문화관광 상품으로 육성하고,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문화도시 서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힌 이러한 서울시의 「서울시 국악 발전 종합계획」은 매우 다행스럽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울시 국악 발전 종합계획」이 완성되는 미래의 ‘국악로’를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은 것은 나만의 소망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