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이야기]2015_ 돈 잘 버는 예술가
[박정수의 미술시장이야기]2015_ 돈 잘 버는 예술가
  • 박정수 미술평론가/ 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5.01.08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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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 미술평론가/ 정수화랑 대표
매년 바뀌고 매년 맞이하는 한 해가 또다시 왔다. 매년 12월 말이면 한해를 정리하고 1월 초가 되면 새해에 대한 다짐과 목표를 정한다. 그러다 년 말이 되면 그럭저럭 힘겨웠지만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마무리한다.

올해는 경제회복이나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말이 들린다. 이 또한 우리네 삶과는 무관할 가능성이 크다. 창조경제니 국민행복이나 문화를 확대한다느니 등의 좋은 말들이 나열 됐었지만 변화된 그 무엇도 느끼지 못한다. 국립현대미술관장 문제나 이우환 미술관건립의 문제, 수천억에 호가하는 해외미술품, 뭔가 석연치 않은 모노크롬회화에 대한 관심도 등은 여전히 남의 이야기 일 뿐이다.

여기에다 통일대박이라고 하더니 어디에선가는 통일 비슷한 이야기나 교류나 사람이야기를 하면 종북이라면서 눈을 부라린다. 문화예술계의 많은 이들은 나랏님(?)과 무관한 인생을 살아간다. 무관해도 2014년 한해 미술시장은 잘 굴러 갔으며, 2015년 올 한해도 여전히 잘 굴러 갈 것이다. 미술계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무용, 연극 등의 공연예술도 그러할 것이다.

그래도 새로운 한해가 밝았기 때문에 우리 예술계도 반성할 것은 해야 한다. 반성 중에 심각하게 해야 할 것은 돈 벌이 문제다. 도대체가 예술가가 되면 무슨 용가리 통뼈나 되는 듯 돈 벌 생각을 안 한다. 올해는 예술 팔아 돈 벌어야 한다. 예술 한다고 작업실에서, 무대 위에서 열과 성을 다해봐야 돌아오는 것은 배고픔뿐이다. 예술가가 돈에 집착해야하는 이유가 있다. 예술가와 사회, 예술가와 대중의 관계가 친해지면 안 된다고 믿는 어떤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돈을 가진 이들은 다른 이가 돈을 벌어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권력을 가진 이들은 돈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권역에 입성하는 것을 대단히 싫어한다. 땅콩 한 봉지에 비행기를 후진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예술로 인한 신선한 생각이나 창의적 사고방식이 생기면 비판하고 반대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예술이 대중과 친해지면 대중이 돈을 벌고, 예술이 집단과 친해지면 권력에 위협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예술과 친해지지 말고 예술작품과 친해지라는 교묘한 술책을 부린다. 예술을 즐길 짬도 없이 예술작품에 대한 비리와 온갖 협잡을 먼저 익히게 한다. 수억 혹은 수십억의 미술품이 비자금 혹은 로비의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설파하면서 비판의식을 강화하는 따위의 방식을 사용한다.

몇 십억짜리 악기, 수천만 원의 예체능 비리 등등... 예술에 대한 필요조건 보다는 비판을 위한 충분조건을 앞세운다. 사람들 또한 예술을 접할 기회를 박탈 당하고 있다. 예술을 접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작품만을 접한다. 그것이 얼마짜리이며, 돈이 될 것인가 아닌가로 판단하고 판명하려 든다. 누군가 그렇게 가르쳤다.  

2012년에 개봉되었던 <업사이드다운>이라는 영화가 있다. 중력이 다른 존재가 한 공간에서 만난다는 설정이다. 두 개의 사회가 서로 섞이지도 조화롭지도 않은 상반된 사회구조와 문화를 보여준다. 두 사회 모두 상반된 문화와 상반된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하나의 중력을 지니고 있지만 서로 섞이지 않은 다양한 문화권이 있다. 돈 많은 사람과 가난한 예술가의 관계와 비슷하다. 돈과 예술가가 서로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가해자 없는 피해자가 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한 분쟁 발생 시 가해자가 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당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예술가는 피해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입장과 위치와 예술관을 굳이 설명하고 설파하고 설득하여야 한다. 다양성의 부족이다.

2015년부터는 돈 잘 버는 예술가들이 무척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