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기행-124]2015년 행복을 부르는 양-국립민속박물관
[박물관기행-124]2015년 행복을 부르는 양-국립민속박물관
  • 이정진 Museum Traveler
  • 승인 2015.01.09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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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羊)아 양(羊)아  네 마음은 네몸가티 희고나
양(羊)아 양(羊)아  네 마음은 네털가티 보드럽고나
양(羊)아 양(羊)아  네 마음은 네음성가티 정다웁고나
<양, 피천득 作> 

추위도 사르르 녹게 만드는 보드라운 감촉, 희고 뽀송한 털로 뒤덮인 모습의 양은 모두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그러나 근대 이전 새해의 행복을 기원해주었던 양이 사실은 염소 혹은 산양이었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 전시장 입구

우리네 삶과는 가깝고도 먼 동물인 양- 이번 한 해를 책임질 양의 역사와 우리가 모르는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매 해 연말, 다가오는 새해의 동물을 주제로 한 특별전을 개최한다. 작년 갑오년 청마靑馬전시에 이어 2015년 올해 을미년 양의 해를 맞이하여 ‘행복을 부르는 양(2014.12.17~2015.02.23)’ 전시의 막을 올렸다. 양의 생물학적 분류와 특성부터 문화적으로 가치를 지니는 역사·생활자료·문학작품까지 양과 연관된 유물 76점을 전시하였다는 장내는 양의 모습을 본뜬 듯 포근하고 정답다.

▲ 전시장 내부

전시에서는 보다 먼저 우리 문화 속에서 시작된 양을 기원부터 알아볼 수 있다. 흔히 우리 머릿속에 존재하는 꼬불꼬불한 털의 양은 20C 이전엔 거의 보기 힘들었던 동물로 유목문화가 아닌 농경문화권에 속한 우리나라의 기후에서의 사육이 적합지 않았던 것이 요인으로 볼 수 있다.

20세기 이후 근대에 이르러 들어온 유럽의 양이 우리가 아는 면양으로 면직물 사업에 쓰이기 시작하였다. 고대에서 중세에 걸쳐 근대에 이르러 우리의 삶과 밀접한 동물로서 거듭난 양의 모습들은 낯설면서도 친숙하게 다가온다.

▲ 양과 관련된 유물들

12지의 8번째 동물인 양은 고대 중국으로부터 그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의 고대와 중세에 걸쳐 많은 문화생활 속에서 그 옛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십이지신도十二支神圖 속 양의 모습은 흡사 염소와 가까운 산양의 모습으로 수호자란 역할에 걸맞게 힘찬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조선시대 의장기 중 하나로 정미기라 불리기도 한 깃발 속의 양의 머리 또한 염소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외 양의 모습을 한 양석羊石은 무덤 및 사찰 등에서 벽사辟邪의 역할을 수행을 하는 등 양은 이처럼 상서로운 존재였다. 온순하고 부드러운 심성의 양은 희생을 상징하는 동물로 실제 제사 시 제물로 바쳐지던 중요한 공물이기도 하였음을 알 수 있는 유물들이 한데 모여 있다. 제사 기록을 담은 고대 서적과 삶은 양을 담았던 왕실의 제기 양정羊鼎이 함께 전시되어있어 오랜 역사 속에서 함께 한 양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 양석羊石

근대 유럽의 면양의 등장으로 복식과 근·현대 문학에서 다뤄지며 양은 우리 생활 속으로 다시 한 번 깊숙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보기만 해도 몸이 따끈해지는 양털 저고리와 토시, 배자는 솜과는 또 다른 포근함이 느껴져 추운 겨울 양의 존재가 각별히 느껴지기도 하며 피천득의 시 ‘양’에서 느껴지는 양을 향한 애정은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그 밖에 양이 들어간 속담과 양띠 해의 인물과 사건들을 알아보는 것도 즐거운 관람이 되는 포인트이다. 2015년 을미년의 주인공인 청양은 마음이 따스하고 도덕적인 성품을 가졌다고 하며 '양띠는 부자가 못 된다'는 속담은 양띠인 사람은 부정을 못보고 정직함과 맑은 심성 때문에 부자와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컨대 작년은 사사로운 욕심이 빚어낸 큰 사건 사고들로 수많은 가족과 국민들의 아픔을 빚어내었던 안타까운 한 해였다. 올해는 모두 욕심 없는 양처럼, 순수하고 정직한 마음을 담은 한 해가 되길 바라며 슬픔을 이겨내는 잔잔한 행복의 새해를 기원해 본다.

국립민속박물관(www.nfm.go.kr) 사진 제공
위치_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7 /문의_ 02-3704-3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