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줄서야 먹을 수 있는 메밀국수집
오늘도 줄서야 먹을 수 있는 메밀국수집
  • 이소영 기자
  • 승인 2009.07.24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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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짝지근 시원한 육수에 메밀면 퐁당, 한 젓가락 후루룩~
55년 전통의 메밀국수 전문점 ‘미진’

메밀국수. 후텁지근한 여름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별미다. 그래서 찾아갔다. 1954년부터 수십 년을 한결같은 맛으로 종로 피맛골을 지켰던 광화문 교보문고 뒤 55년 전통의 ‘미진’ 메밀국수 전문점.

그 긴 세월을 재개발로 인해 뒤로하고 뒷편 르미에르 빌딩 1층에 새 둥지를 틀었다. 식사시간, 특히 점심시간에는 ‘줄 서야 먹을 수 있는 집’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한가할 것 같은 4시쯤 갔지만 소문답게 2층까지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미진’의 쫄깃한 메밀국수 면발은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봉평에서 매일 직송해 오는 메밀과 밀가루를 같은 비율로 반죽하는 것이 비법. 면도 중요하지만 메밀국수의 핵심은 ‘쯔유’라는 육수의 맛이 좌우한다.

멸치ㆍ다랑어ㆍ김ㆍ다시마ㆍ파뿌리ㆍ마늘 등 16가지가 넘는 재료를 1시간 이상 달인 후 간장ㆍ소금ㆍ설탕 등으로 간해 한 번 더 끓인 육수는 지나치게 짜지도 않고, 그렇다고 싱겁지도 않고 은근하면서도 입에 착 감긴다.

달짝지근하면서 구수해 그냥 먹어도 맛있는 육수를 주전자 채로 턱하니 내어 놓는 인심에 또 한 번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일일이 갈아서 주는 무와 파, 김, 그리고 알싸한 맛을 더해주는 고추냉이까지…

윤기 흐르는 맛깔스런 메밀 면이 자그마치 두 판. 무즙과 파를 듬뿍 넣어서 살짝 고추냉이를 더한 시원한 육수에 메밀 면을 퐁당 빠뜨려 한 젓가락 후루룩~ 코끝이 찡해오며 알싸한 눈물이 핑 돈다. 이 환상적인 맛을 6천 원이면 맛볼 수 있다니 자주 찾지 않을 수 없다.

냉(冷) 메밀과 함께 세트메뉴처럼 주문하는 메밀전병도 안 먹고 나오면 서운하다. 야들야들 구수하고 담백한 메밀전병에 김치와 두부, 고기 등 갖가지 재료들로 속이 꽉 차 있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부드러운 메밀전병을 하나둘 집어먹다보면 어느새 하나만 남은 메밀전병을 앞에 두고 동행들 사이에선 묘한 경쟁심이 생긴다.

쌀쌀한 날씨에는 온(溫) 메밀과 함께 깊고 풍부한 옛날 국물 맛이 일품인 우동도 인기다. 멸치 맛국물과 가다랭이 포(가쯔오 부시), 그리고 유부와 오뎅이 잘 어우러진 뜨끈한 국물에 담긴 메밀면을 한 입 들이키면 몸이 절로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해장용으로도 많이 찾는 묵밥은 따뜻한 국물에 신 김치로 간하고 한 숟가락 들면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이 쓰린 속을 달래는 데 그만이다.

원래 메밀 함량이 높을수록 묵이 힘없이 흩어지지만 ‘미진’의 묵은 탱탱하고 쫀득쫀득~. 혹시 전분을 넣어 탱탱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매일 묵을 채에 걸러 직접 만든다고. 그걸 본 손님들은 묵을 따로 팔라고 주문하기도 한단다.

메밀국수로 유명한 메밀전문점 ‘미진’이지만 냉·온 메밀을 비롯해 메밀전병ㆍ묵밥ㆍ낙지볶음ㆍ보쌈 등 16가지 메뉴가 모두 인기를 끌고 있다. 5천 원부터 1만 원 정도의 부담 없는 가격도 마음에 든다. (미진02-730-6198)

서울문화투데이 이소영 기자 syl@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