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주는 서울문화투데이
시 읽어주는 서울문화투데이
  • 김도경 한국여성문예원장
  • 승인 2009.07.24 12: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 8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흠뻑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7월이면 생각나는 고전 명시로 이미 ‘청포도’라는 제목만으로 더위를 잊게 하는 시이다.

마을 전설이 꿈꾸며 알알이 박히고, 푸른 바다 흰 돛단배를 타고 청포를 입고 오는 손님에게,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수건을 준비하는 우리 민족의 정갈한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다.

‘절정’, ‘광야’라는 또 다른 작품에서 지금 시대와는 다른 뜨거운 열정으로 시대를 대변한 시인이 있어 우리가 행복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본다.

김도경 한국여성문예원장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