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패션단지 추진계획 '글쎄?'
동대문 패션단지 추진계획 '글쎄?'
  • 장동호 기자
  • 승인 2008.11.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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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클러스터 계획, 관제화 사업한계 드러내
서울특별시가 문화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등장하면서부터 세계디자인 수도를 자임하면서 새
동대문을 종합패션의 중심지로 탈바쿰시키겠다는 서울시 계획이 내실있게 진행되고 있는지 미지수다.

로운 서울의 발전동력을 찾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문화도시 서울을 내세우며 세계디자인수도로 선포된 서울시가 자신있게 내놓은 사업 중 하나가 바로 동대문 패션 단지계획이다.

서울시측은 2011년까지 동대문을 종합 패션의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목표 하에 야심차게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이에 따라 동대문 시장 개편과 구 동대문 운동장 철거, 이 운동장 자리에 거대한 패션 종합 단지를 세우는 등 하드웨어가 착착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이번 사업이 과연 그 내실에 있어서까지 성공적인 진척을 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 패션관련상권 동대문에 난 데 없이 관제화 바람

동대문은 1926년 일제가 성곽을 허물고 건설된 운동장을 중심으로 이뤄진 풍물시장의 상권으로 이뤄진 지역이었다.이후 남대문과 동대문으로 이뤄진 패션상권은 1990년대 만들어진 아트프라자의 건립으로 동대문으로 모이면서 특화되었다.

마침내 1990년대 말 만들어진 밀리오레의 등장은 도매뿐만 아니라 소매로써의 상권의 성격을 확립하게 했다.1997년 IMF사태는 저가 의류수요 급증을 만들어내 동대문 상권을 활성화시켰다.
동대문시장은 크게 재래시장과 신흥 도매상가, 소매상가로 구분된다. 지역적으로 종로5가 광장시장부터 창신동 문구거리까지 약 1.3km의 청계천로 일대다. 동대문운동장 지역도 포함된다.

이 일대 30여개 대형 상가 안에 2만7000여개 점포가 입점해 있다. 하루 유동인구만 30여만명. 연간 매출만도 10조원이 넘는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동대문 상권의 독특한 특징은 제품 기획, 생산과 판매를 하는 기능이 상권안에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시장의 반응에 민첩하게 대응하게 하는 기능을 갖추는데 외국 브랜드의 어떤 제품도 제품발매와 동시에 거의 실시간으로 생산할 수 있게 했다.

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 송병렬 사무국장은 "동대문시장에서는 패션 완제품은 물론 원단에서 단추, 지퍼, 라벨, 포장용지까지 모두 구매가 가능해 하나의 완결된 패션 클러스터로 작동할 수 있었다"고 특성을 요약하고 있다. 자생적으로 패션 역량을 강화해 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는 작년 10월 21일 월드 디자인플라자를 건설 ,이를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의 핵심시설로 이용할 예정라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속칭 ‘짝퉁상품’이 범람하던 서울을 ‘세계 일류 패션도시 서울로 탈바꿈시킨다는 전략 아래 세계 최고 수준의 패션 문화지역으로 육성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세계 제일의 패션디자인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정책은 직접적으로 동대문 상권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과연 충분한 연구가 뒤따르는지 의문점이 제기된다.
송 협의회사무국장은 “동대문 디자인플라자가 기존의 패션중심인 동대문 상권에 패션뿐만이 아니라 산업 디자인 전반적인 부분의 전시와 지원을 해서 육성한다고 했다” 며 “프로그램이 시행되기 전에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말해 시가 추진하는 이번 프로그램이 정체성과 추진내용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 충분한 협의 없이 몰아넣기식 구성

이번 사업에서 논쟁거리가 되는 부분은 첫째, '동대문 클러스터의 실질적 사용자인 상인들에게 충분한 협의가 진행됐는가, 둘째, 이러한 사업 추진이 현재의 동대문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제대로 작동할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현재의 동대문 패션 클러스터 계획은 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행해야 하는 서울시 입장으로서는 어느 정도 강한 권한을 갖고 밀어붙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와중에 동대문을 만들어왔고 실질적인 상권을 담당해 온 상인들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상권이 커지는데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 게 상인들 대부분의 의견이다.
또한 상인들은 동대문 발전계획을 상인들에게 공표해 대응할 수 있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는 컨소시엄 구축이니, 서울패션컬렉션, 마케팅같은 표면적인 지원을 해준다고 이를 막상 움직여 나갈 주체인 상인들과의 대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질적으로 건설이 완료될 2010년까지 긴 시간을 두고 밑그림을 그려나가도 충분한 것인데, 제대로 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일단 관 주도로 구성이 된 동대문 패션클러스터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채우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구상을 아무데서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세계 패션의 중심지를 만들려면 동대문 패션 상가의 다수가 스스로 자발적으로 명품 브랜드가 되었을때 정부의 지원없이 저절로 세계 중심의 디자인 메카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다른 의미로 자발적이었기에 가능한 개성이 다양한 명품 브랜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서울시 구상은 관 주도로 한 군데 집합시켜 놓으면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구상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서울시 문화산업담당관 문현일주임은 “'동대문 플라자'가 패션뿐만 아니라 자동차 건축 등 산업 디자인 전체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며 “다양한 공연과 전시로 인한 동대문 상권의 유동인구 증가는 코엑스 몰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 개발에 각각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여 사실상 구상이 추상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음을 시사했다.

실질적인 수요자인 패션업계 상인들과의 충분한 논의없이 단순히 상업적이고 피상적인 지원을, 현재 저가 브랜드 위주의 운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단계인 동대문에 바로 투입해서는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
즉, 피상적인 접근과 지원에 불과한 개발보다 원론적인 디자인 인재를 키우는 디자인 학교같은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내고 이를 지원하는 방식 등의 것이 더 구체적인 접근일 것이다.

단순히 표면적으로 건물 몇 채를 아름답게 짓고,피상적인 지원과 길거리를 단장한다고 디자인이 완성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정반대로 세계 패션의 중심지가 된 이태리를 보면, 초창기 하청작업을 통해 섬유산업을 시작하였지만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시장과 타협하지 않는 자존심을 버리지 않고 그 안에서 패션노하우를 체득하며 그것을 하청받은 제품과 별개로 독자적인 개성을 지닌 상품으로 발전시켜 나갔다는 점이다.

따라서 프로그램을 추진할 때 외형적 요소의 집합에 그치지 말고, 디자이너가 될 학생들이나 상인들의 자발적인 의지와 순차적인 장기적 개발 계획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개발중인 건축은 막을 수 가 없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어떻게 개발되느냐에 따라서 동대문의 새로운 부상과 역사가 결정될 것이다. 이번 계획이 동대문을 이태리 밀라노 같은 패션 중심지로 거듭나게 하는 내실있는 작업이 될지 혹은 외형적 흉내내기에만 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 장동호 기자         pedro@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