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비대위 시위 갈라콘서트 , "한감독 스스로 경력 일천함 드러내, 사퇴마땅"
오페라비대위 시위 갈라콘서트 , "한감독 스스로 경력 일천함 드러내, 사퇴마땅"
  • 이은영 기자, 박세나 기자
  • 승인 2015.02.0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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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가들 광화문 인근서 오페라아리아 통한 항의, 시민들에 호소문 전달

지난달 2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소프라노 한예진 씨를 국립오페라단 신임 예술감독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음악계는 경력과 경험 부족 등의 이유로 임명 철회를 요구,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고 1인 릴레이 시위 등을 이어나가고 있다.

▲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부르는 시위 갈라 콘서트 참가자들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임명 철회 촉구의 일환으로 오페라비대위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시위 갈라 콘서트를 진행했다. 시위 콘서트에는 조현애ㆍ이석란 소프라노, 박기천 테너, 정광빈 바리톤, 라벨라 오페라단 등이 무대에 올랐다.

콘서트 시작에 앞서 비대위 소속 박은용 간사는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임명 철회 요구를 위한 토론회와 성명서 발표를 기점으로 구성된 우리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는 그간 수차례의 회의를 거듭하며 임명철회 요구를 위한 문체부와의 미팅, 1인 시위 등을 10일째 행하고 있다. 그러던 중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한예진 씨의 기자 간담회가 개최됐고 그곳에 참가한 공중파 전 언론들은 문체부가 그동안 임명 이유로 밝힌 세계적인 무대에서의 활동과 경험이 모두 허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제 다시 한 번 우리 비대위는 문체부 장관에게 이번 낙하산 인사의 배후를 분명히 밝혀줄 것을 요청하며 국민의 혈세 100억을 사용하며 한 나라의 문화 콘텐츠의 하나인 국립오페라단의 예술감독이라는 중책을 맡은 한예진 씨가 전격적으로 자진 사퇴하기를 간절히 촉구하며 오늘 비상 시위 콘서트를 가지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공연에서는 성악가들의 독무대 및 라벨라 오페라단의 아리랑 공연에 이어 참가자 다 함께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불렀으며 끝으로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부르며 시위 콘서트를 마쳤다.

▲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단장/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 이사장

이날 비대위 소속 박현준 한강오페라단 단장은 "첫째, 경력 오기ㆍ오타ㆍ위조 의혹이 있고, 노래교실 강사 수준인 한예진의 대표 경력 '상명대 특임교수'에 대한 경력증명서를 본인은 냈다고 하고 문체부는 받은 적이 없다고 하는데 문체부는 그 사실을 밝혀라. 둘째, 문체부가 임명 동기와 배경에서 밝힌 '풍부한 현장 경험이 있어 세계 오페라계의 흐름을 파악하는 안목과 기량을 갖췄다'는 부분과는 다르게 지난 기자회견에서 한예진 스스로가 본인은 그런 경험이 없으며 갓난 아이와도 같다고 한 발언은 스스로 아마추어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문체부는 한예진과 전혀 다른 엉뚱한 발표를 했던 경위를 밝히고 이런 부적격자를 임명한 것에 대한 진실을 말하라. 셋째, 문체부는 이번 엉터리 인사에 대한 추천, 검증, 임명 과정을 밝히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넷째, 검찰은 이번 사건을 문화계에 대한 인사 난맥 비리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성역을 두지 않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 다섯 째, 비대위는 명명백백하게 모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온 힘을 다해 사실을 규명해 나갈 것을 밝힌다"라며 지난 3일 개최된 한 감독의 기자 간담회에 대한 비대위의 입장을 발표했다.

또한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단장은 시위 현장에서 "지난 1월 24일 예술의 전당 집회에 이어 두 번째로 광화문 거리에 나섰다. 국민들 앞에 한국 오페라가 피켓까지 들게 된 것은 한국 오페라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예술을 농단하는 문화적 테러가 자행되고 있는 지금, 현 정부의 반 문화적 인사 행태가 지속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국민에게 드리는 한국오페라의 호소문의 운을 뗐다.

이어 "오페라계뿐만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 걸쳐 자행되는 밀실인사가 한국 문화예술을 거듭해서 퇴행시키고 있다. 반 문화적인 인사를 계속하고 있는 문체부와 현 정부의 각성을 강력히 촉구한다. 의혹투성이 한예진 예술감독 임명을 반드시 철회하고 새로운 인사 시스템을 구축해서 투명한 인사 절차를 거치는 것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라며 "한국 오페라가 지금 위기를 겪고 있지만 세계가 주목할만한 성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 성원과 오페라인들 열정의 결과물이다. 계속해서 세계 무대에 한국 문화를 확산하는 메신저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하모니로 다시 국민들 곁으로 다가설 것"이라며 호소문 낭독을 끝마쳤다.

이날 시위 콘서트 현장에서 비대위 소속 박현준 한강오페라단 단장과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한 경위와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아래는 박현준 단장과의 미니 인터뷰.

▲ 한국오페라비대위 소속 박현준 한강오페라단 단장

오페라계에 이 사태가 일어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못 찾고 우리 밥그릇을 찾아먹지 못한 결과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음악가들, 특히 성악가들은 주로 개인이 연주 및 공연을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권리를 빼앗겨도 소리를 한데 모아 낼 수 있는 환경이 그동안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상황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행동으로 나선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나도 터무니없을 정도로 우리를 완전히 무시한다고 생각돼 참을 수 없었다. 우리가 그래도 다 교수들이고 사회 지도층 인사인데, 평생 노래만 하던 사람들이 시위 현장에 나오기까지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 이 문제는 그 사람(한예진)을 위해서나 그 사람을 도와준 사람을 위해서나 빨리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자리에서 (한예진씨가) 내려와야 한다. 적합한 사람이 있으면 절차상 상식적으로 인사를 해야 하고 우리 전문가 집단의 이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 한 단장이 해외에도 젊고 신선한 사람들을 많이 쓴다며 지켜봐달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젊은 사람들을 쓰기 시작한 게 정은숙 단장 때부터다. 그동안에는 보수적인 사람들이 단장을 하다가 정치적인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게 정은숙 씨가 임명됐을 때였다. 당시 정은숙 씨는 주류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주류에 있는 중년을 잘 안 쓰고 젊은 사람들을 많이 등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소영 단장 등 시간이 지날수록 더 그런 현상이 일어났다. 세계 오페라계나 여태까지 오페라 몇 백 년 역사를 보면 오페라의 계보가 있고, 계통이 있고 사회라는 게 존재한다. 오페라는 다른 장르와 달리 나이가 든 사람이 주인공을 하는 장르다. 작곡가들이 긴 오페라 역사 동안 세계적으로 그렇게 음악을 써 놨고. 그런데 갑자기 그 사회가 무너져 버린 것이다.

외국에서는 파바로티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오랫동안 노래했고, 지금도 나이 70이 넘은 도밍고가 노래하고 그렇게 정상적으로 흐름이 돌아가야 되는데 그게 완전히 무너진 상태에서 이 사람이 또 그들보다 더 젊은 애들로 간다면.. 젊은 사람들이 잘한다면 물론 무대에 서야 한다. 그런데 누구나 다 먼저 경험을 통해서 무대 커리어를 쌓아 나가야 하는 것이다. 중극장, 소극장 이런 무대를 통해서 국립에 서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 친구가(한예진) 예술감독을 맡으면 앞으로 더 아무나 서게 될 것이다.

이전에 정은숙 단장이나 이소영 단장하고 비교해 봤을때 상황이 어떤가.

(상황이) 더 안 좋다. 통솔과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본다. 누가 그 사람 말을 듣겠나. 지금 이렇게 이미 임명되기도 전부터 난리가 나고 본인이 발가벗겨지고 있는데 어떻게 그 사람의 권위를 누가 인정하겠나, 우습게 볼 것이다.

노래는 소리만 잘 낸다고 잘 하는 게 아니고 거기에 연륜도 있어야 하고 테크닉도 있어야 하고 무대 경험도 있어야 오페라를 끌어갈 수 있다. 여기는 시험 무대도 아니고 학예회도 아닌데, 학예회화 돼 가는 것이다. 정말로 연륜 있는 사람, 누가 봐도 인정하는 사람이 국립들을 이끌어가야 하고 그 무대에 서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