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혈세 펑펑’ 정명훈, 서울시민 세금 유용? 가족·소속사 배불리는데 혈안 (1)
[단독 인터뷰-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혈세 펑펑’ 정명훈, 서울시민 세금 유용? 가족·소속사 배불리는데 혈안 (1)
  •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 / 글 윤다함 기자
  • 승인 2015.02.11 13: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 “효율적 비용절감에 힘쓰다 미운털 박혀 이 지경 이른 것”

 

‘막말녀’가 돼버린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지난해 11월 말  정명훈 서울시향 감독의 재계약을 앞두고 터진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의 ‘막말파문’은 삽시간에 전 언론에 퍼져나갔고, 그녀는 그야말로 ‘막말녀’가 돼버렸다.

박 전 대표는 ‘사건’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일정부분 거친 표현에 대해 사과하고 그와 함께  ‘정명훈 감독과 박원순 시장의 희생양’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시에는 그녀의 말에 대부분 귀기울이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본지<서울문화투데이>는 지난 해 12월 23일자(145호1면, 5면)을 통해 서울시의회에서 지적한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과 관련한 의혹과 문제들을 상당량의 지면을 할애해 제기했다.  최근 서울시가 정명훈 감독을 조사한 결과(서울시가 애써 정감독을 감싸려고 하는 부분이 여러 곳에서 포착됐음에도 불구하고), 본지가 지적했던 의혹과 문제들이 상당부분 ‘문제 있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의 조사발표만 보더라도 서울시향 감독으로서 지휘료를 포함, 연봉 십 수 억원을 시민의 세금으로 받고 있는 정 감독의 처신은 여러모로 고개를 흔들게 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언론을 뜨겁게 달궜던 박현정 전 대표를 만나 풀리지 않는 정 감독을 둘러싼 의혹과 박 전대표의 ‘막말’ 배경 등을 들어보기로 했다. 또한 <본지>는 박현정 대표에 이어 논란의 중심에 선 정명훈 감독과의 인터뷰도 추진하려 함을 밝혀 둔다. -편집자 주-

“저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기자를 보자마자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가 던진 첫 한 마디였다. 기자와 초면인 그가 그런 말부터 한 것에 스스로 겸연쩍은지 살짝 웃기도 했지만 그건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그의 허탈함이었다.

 

▲ 박현정 /1962 서울 출생/ 서울대 교육학과 학사/ 하바드 사회학과 석사, 박사/ 한국 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 삼성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 삼성화재 경영기획팀장/ 삼성생명 경영기획그룹장/ 삼성생명 마케팅전략그룹장/ 여성리더십연구원 대표/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역임

박 전 대표는 자신에게 씌워진 의혹과 혐의들이 모두 진정 사실이라면, 서울시는 왜 자신을 해임시키지 않고 사표를 수리해줬냐고 반문하고 있다. 얼마든지 당장 파면시킬 수 있는 문제들이었음에도 서울시는 계속 사표를 내라고만 종용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벌어진 이 모든 사태의 배경에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매니지먼트사인 아스코나스 홀트(Askonas Holt, 이하 A.H.)의 이익 추구 및 서울시향 공연기획 자문역인 마이클 파인과 시향 직원들의 유착관계에 따른 정 감독 중심의 사조직화 등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있다고 박 전 대표는 지적했다.

서울시향이 정 감독의 권위와 명성에 대한 의존을 넘어 이미 정 감독 중심으로 사조직화 돼 있음이 갈등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시향 직원들 또한 규정 및 합리성보다 정 감독과 마이클 파인의 지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지위를 보전하고 이익과 부합시키기 위해 규율을 어겨가면서까지 정 감독에게 충성을 해 왔다고 박 전 대표는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원칙과 효율, 비용절감 등을 강조하는 경영방침이 정 감독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시키는 기존의 조직 문화와 계속 부딪힐 수밖에 없었고 결국 박 전 대표를 몰아내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12월, 본지는 지난해 11월 열린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 회의록 등을 토대로 정 감독의 전횡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실제로 거의 모든 의혹들은 사실임이 드러났다. 회의록을 살펴보면 정 감독은 시향 예술감독으로서 홍보나 후원 유치 활동보다는 자신이 개인적인 활동에 더 치중했음을 알 수 있다.

정 감독은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단체 미라클오브뮤직(MOM)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피아노 리사이틀 전국 순회공연을 하고, 자신이 예술감독 및 상임지휘를 맡고 있는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의 공연을 열고, 수익금을 부산 소년의 집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에 지원했다.

수익금이 전해진 알로이시아 오케스트라는 정 감독의 아들이 지휘자로 있는 곳이다. 또한 MOM의 재능기부자 중에는 서울시향 단원 26명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은 APO에서 활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더불어 2005년부터 지금까지 정 감독에게 지급된 보수 및 경비가 141억여 원에 달하는데, 정 감독은 연평균 3개월 정도만 국내에 체류했다. 세금을 지원받고 있는 정 감독의 개인 활동이 과연 얼마만큼이나 서울시향과의 계약 및 의무에 정직했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막말 등의 선정적인 내용을 떠나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시향과 정 감독의 도덕성에 대한 질문이 우선시돼야 하는 것 아닐까.

다음은 박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워낙 사건이 이슈가 되었고, 처음에는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아 많이 힘들었을텐데 요사이 어떻게 지내나?

"과거 지인들이 맘고생 심했을 거라며 위로 점심, 저녁 사준다고 하여 위로 받으면서 지낸다. 50년 넘게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하루 아침에 모두 무너져서 12월에는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말도 안되는 일방적 보도의 와중에도 ‘뭔가 오해가 있을거라’고 무조건 나를 믿어 주고 지지해 주는 그들이 있어 “내가 헛살지 않았구나” 싶어 정말로 고맙고 크게 위로가 된다. 지난 12월에 옛날 직원이라면서 ‘그런 분 아니라고’ 인터넷에 올린 댓글을 제 지인이 봤다는데, 그 직원이 누군지 꼭 찾고 싶고, 이 자리를 빌어 믿어 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정 감독과의 사이가 틀어져서 이런 사태가 왔다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

“정 감독의 보좌역을 맡고 있던 직원이 그만 두게 될 때 한 번 크게 틀어졌다.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정년제도에 의해 당시 69세였던 박모 씨가 퇴사한 거였다. 그 후 마이클 파인의 비서와 정 감독의 말대로만 충실하게 수행하던 공연기획팀장이 그만 두었는데, 이 또한 내가 해고한 게 아님에도 정 감독과 내 사이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투어를 반대했을 때 아마 가장 크게 엇나간 것 같다. 내가 미국투어를 진행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 게 8월 27일 BBC 프롬스 파티에서였다. 그리고 녹취록이 만들어진 날이 9월 3일이니, 녹음할 때부터 그쪽에서는 이미 작정하고 녹취록을 만드는 등의 준비를 한 것 아니겠나.”

 

▲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그 이전에는 정 감독과의 사이는 어땠나?

“취임 후 나는 그 누구보다도 정 감독과 마음이 제일 잘 맞는다고 생각했었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감독님의 생각이 내 생각과 아주 똑같다는 것을 자주 경험했기 때문이다. 뭐랄까, 그때에는 그런 점이 너무 감격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무언가 앞뒤가 안 맞는 일이 생긴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간에 직원들이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치부했다. 지금까지의 문제 뒤의 배경을 깨닫기까지 1년 반이나 걸렸다. 감독님의 합리적이고 옳은 말과는 달리, 실제 업무는 A.H.와 자문역인 마이클 파인 등에 의해 실행돼 왔다.”

2013년 말, 서울시향에 정년제도가 도입됐다. 이는 서울시특별감사와 시의회의 지적사항이었다. 이에 따라 정 감독 취임 이래로 보좌역을 맡아온 박 모 씨는 정년제도에 의해 퇴사하게 되는데, 박 전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이때부터 정 감독과의 갈등이 고조됐다고. 정 감독과 박 모 씨의 사이는 서울시향 이전부터 이어져온 돈독한 관계였다. 박 모 씨는 정 감독 처형의 친구이자, 정 감독 셋째 아들의 어린 시절 피아노 선생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입사 당시 59세였던 박 씨가 채용연령 제한 규정을 어기고도 서울시향 예술감독 보좌역으로 입사할 수 있었던 것은 정 감독의 특혜 및 보호 때문이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정 감독은 이후에도 퇴사한 박 씨를 다시 데려오라는 뜻을 박 전 대표에게 전했다고 한다.

-정 감독과의 갈등이 폭발하게 된 이유는 궁극적으로 미국투어이다. 미국투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다.

“처음 미국투어에 대해 논할 때만 해도 앞서 말했듯이 감독님과 내 생각의 일치를 두고 감격스러울 정도였다. 2012년에 서울시향은 이미 서부를 다녀왔기에 이제는 동부로 가는 게 어떻겠냐고 직원들에게 이야기 했다. 이왕이면 새로운 무대, 다양한 무대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랑 사전에 아무런 공감대도 없었음에도 감독님도 나와 똑같은 얘기를 하시며, 교포 후원회 등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해 가는 게 아닌 이상 서부를 또 갈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이게 2013년 여름 이야기이다. 당시 감독님 미팅이 끝나고 어떻게 이렇게 나랑 감독님이랑 생각이 같을 수 있느냐고 내가 직원들에게 이메일도 보냈었다. 감독님이  미국은 뉴욕 정도만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비서를 통해 전달받았다. 그런데 이제와서 보면 감독님은 미국투어 예산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시향 예술 감독) 재계약을 안 하겠다고 할 정도로 미국투어가 중요한 것이었는데 나는 그 이유를 몰랐던 것이다. 이 투어에는 14억이란 예산이 투입되고 그 중 무려 6억이 A.H 측에 지급된다. 2012년 미국 서부 주요 도시를 다녀왔음에도 올해 다시 서부 공연을 기획한 것은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미국 시민들에게 공연 제공하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올해 4월 예정됐었던 서울시향 미국투어 공연은 지난해 서울시의회의 예산심의과정에서 예산이 전액 삭감돼 현재는 진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공연의 전체 예산 14억 중 6억 가량이 A.H. 기획료(1.1억)와 소속 아티스트 출연료(정감독 지휘료 3.4억 포함) 등으로 들어간다. 박 전 대표에 따르면, 직접 대면 시에 정 감독은 ‘교포들을 대상으로 기부를 받아 돈을 벌기 위해 가는 게 아닌 이상 서부는 다시 갈 필요가 없다’고 말하였으나, 이와는 달리 A.H.와 마이클 파인이 투어를 정하고 서울시향 공연기획팀 직원들에 이 뜻을 전달한다. 그러면 공연기획팀 직원들은 전달받은 공연리스트를 토대로 투어 계획안을 만들어 박 전 대표에게 제출하면 대표는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향의 뜻, 정 감독의 뜻과 반대되는 이 상황이 박 전 대표는 처음에는 납득이 가질 않았다고 한다.

-공연기획팀 직원들이 그러한 행동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투어 얘기가 처음 나올 당시 아직 시향이 가보지 않은 동부 쪽으로 해달라고 하였으나 동부는 아직 시향에게 시기 상조이다거나 동부 쪽은 이미 2015년 공연이 확정되어 늦었다며. 서부 공연장 중심으로 추진했다. 계획안을 보고 ‘여기(미국 서부)를 왜 또 가느냐’고 묻자 아무 말도 못 하더라. 나뿐만 아니라 감독님께서도 갈 필요가 없다는 서부 투어 계획안을 A.H.가 제안했다는 이유만으로 갖고 오는 거냐며 아무리 물어도 묵묵부답이었다.

나는 ‘A.H.에 휘둘리지 말고 우리(시향) 의견을 관철하라’고 질책했다. 처음에는 공연기획팀 직원들이 단순히 일을 잘 못한다고 생각했으나 A.H.의 이익은 곧 정 감독의 이익이었고, 공연기획팀 직원들은 임기가 있어 곧 떠날 사람인 나보다는 앞으로도 오래 함께 근무할 감독님의 뜻을 섬겼던 거라 할 수 있다. 이것은 곧 A.H.의 뜻대로 하는 것이 직원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이익과 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서울시향이 아제르바이잔 최근 아제르바이잔 ‘Gabala Festival’로부터 4박5일 항공 및 숙박 등을 전액 제공하는 조건으로 초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공연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해외 초정공연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함에도 정작 A.H.가 진행하지 않는 공연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혈세 펑펑’ 정명훈, 서울시민 세금 유용? 가족·소속사 배불리는데 혈안(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