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혈세 펑펑’ 정명훈, 서울시민 세금 유용? 가족·소속사 배불리는데 혈안 (2)
[인터뷰-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혈세 펑펑’ 정명훈, 서울시민 세금 유용? 가족·소속사 배불리는데 혈안 (2)
  •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 / 글 윤다함 기자
  • 승인 2015.02.1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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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짜여진 각본 “市, 음해성 투고 사실 확인 없이 무조건 사표 종용”, 사태 본질은 서울시향 및 정 감독의 도덕성

<‘혈세 펑펑’ 정명훈, 서울시민 세금 유용? 가족·소속사 배불리는데 혈안 (1)>에 이어서

‘막말녀’가 돼버린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지난해 11월 말  정명훈 서울시향 감독의 재계약을 앞두고 터진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의 ‘막말파문’은 삽시간에 전 언론에 퍼져나갔고, 그녀는 그야말로 ‘막말녀’가 돼버렸다.

박 전 대표는 ‘사건’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일정부분 거친 표현에 대해 사과하고 그와 함께  ‘정명훈 감독과 박원순 시장의 희생양’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시에는 그녀의 말에 대부분 귀기울이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본지<서울문화투데이>는 지난 해 12월 23일자(145호1면, 5면)을 통해 서울시의회에서 지적한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과 관련한 의혹과 문제들을 상당량의 지면을 할애해 제기했다.  최근 서울시가 정명훈 감독을 조사한 결과(서울시가 애써 정감독을 감싸려고 하는 부분이 여러 곳에서 포착됐음에도 불구하고), 본지가 지적했던 의혹과 문제들이 상당부분 ‘문제 있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의 조사발표만 보더라도 서울시향 감독으로서 지휘료를 포함, 연봉 십 수 억원을 시민의 세금으로 받고 있는 정 감독의 처신은 여러모로 고개를 흔들게 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언론을 뜨겁게 달궜던 박현정 전 대표를 만나 풀리지 않는 정 감독을 둘러싼 의혹과 박 전대표의 ‘막말’ 배경 등을 들어보기로 했다. 또한 <본지>는 박현정 대표에 이어 논란의 중심에 선 정명훈 감독과의 인터뷰도 추진하려 함을 밝혀 둔다. -편집자 주-

▲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지난해 8월, BBC 프롬스 파티에서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된 거라고 했는데, 당시 상황에 대해 얘기해 달라.

“그러던 중 문제의 BBC 프롬스 파티 날이었다. 이는 BBC 프롬스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단원들과 축하하자는 취지로 시향이 700만원을 들여 직접 마련한 ‘쫑파티’였다. 특히 시향 응원단이란 이름으로 서울에서 와주신 20여 명의 팬들도 계셨기에 그날의 주인공은 우리 단원들과 응원단이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날, 헤드 테이블head table에는 감독님 부부와 A.H. 관계자 4명 (전 AH 대표 부부, 정감독 로드 매니저, 시향 해외투어 담당자) 마이클 파인, 도이치 그라마폰 부사장 등 정 감독의 지인들 중심으로 앉아 있었고 그들 중심으로 즐기는 분위기였다.

헤드테이블에 AH사의 실무자까지 앉아 있는 반면, 단원들은 커녕 심지어 내 자리조차 없었다. 주인공이어야 할 사람들은 행사에서 완전히 배제된 채 주객전도된 상황에 어떻게 불쾌하지 않을 수 있었겠나. 특히 엄밀하게 말해 서울시향의 외주업체(유럽 투어 수수료 4200만원, 미국 투어 수수료 1.1억)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Client인 서울시향에 대한 그들의 무례한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A.H.는 정 감독의 소속사이자 서울시향의 해외 공연 등을 기획한 외주업체이다. 박 전 대표에 따르면 서울시향이 대가를 지급하고 있음에도 정 감독의 소속사임을 내세워 서울시향 해외 투어를 서울시향이 원하는 지역보다 자신들의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과 공연장을 중심으로 정해 왔다. 즉 유럽과 미국에 영향력이 있으니 해외 투어가 늘 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정해졌다. 이런 모든 관계를 BBC 프롬스 파티가 있던 그 날에서야 박 전 대표는 깨닫게 된 것이라고 한다.

-꼭 A.H.를 통해 공연을 진행해야하는 이유가 있나?

“해외 무대 주선해 줄 회사는 엄청나게 많다. 유럽 갔을 때에도 나한테 명함 주며 많이들 어필하더라. 공연기획자문, 투어에이전시 등 좋은 사람, 좋은 회사 얼마든지 소개해줄 수 있다며 말이다. 또 그때 알게 된 사실인데, 축제사무국 등에 바로 접촉하면 굳이 중간 대행업체를 거치지 않고도 바로 공연을 진행할 수 있더라는 것이다. 공연 하나당 적어도 1천만 원 이상이다. 1천5백만 원일 때에는 공연 4개만 해도 6천만 원, 7개 하면 1억이 넘는다. 무대 하나 마련해주는 비용이 그만큼이나 되는데, 그걸 줄일 수 있다는 말 아니겠나. 비용도 주면서 초청받는 것은 어렵더라도 우리가 직접 비용을 부담하며 참가하겠다면 일부 아주 유명한 페스티발을 제외하면 다들 환영해주는 분위기다.

내가 직접 조율하기 위해 유럽 등의 축제 사무소 접촉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직접 접촉하면 배울 것도 많고 특히 스탭 직원들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북경의 국가 대극원과 MOU를 맺어 2015년부터 4년간 매해 하는 북경 공연을 기획료 없이 성사시켰고, 홍콩 페스티벌 디렉터와 직접 접촉해 2016년 공연 초대를 받았고, 오스트리아 Grafenneg Festival 예술 감독과도 접촉했었다. 이외에도 잘츠부르크 페스티발 및 비엔나 콘서트하우스, 스위스 루체른홀, 산토리홀 경영진에 접촉을 시도하는 등 나는 직접적인 채널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A.H.가 아닌 다른 회사가 맡았다고 하더라.

▲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A.H.로 바꾸는 건 감독님이 지시한 사항이라고 들었다. 그러면서 업체 비용도 공연당 1,1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수수료가 올라갔다. 서울시향의 실력이 점점 향상되고 소리가 좋아졌다면, 기획료가 올라가는 게 말이 되는 것인가? 우리가 실력이 좋아졌다면 비용이 낮아져야 하는 게 상식적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난 비용을 깎으라고 지시했고 깎았다. AH사는 2014년에는 공연당 1,100만원선에서 지급했는데, 2015년에는 1,550만원으로 다시 올려서 요구했었다”

-본인 취임 당시, 시향 대표로 찬성한 것은 정 감독이었다. 어떤 뜻으로 그랬을지 생각해봤나?

“솔직히 처음에 감독님 뵈러 갈 때에는 진중한 마음으로 간 건 아니었다. 내가 몸 담아왔던 업계와는 다른 문화를 지닌 음악계에 들어가기가 꺼려졌다. 특히 음악계는 파벌 문화가 심하다고 들었다. 그런 곳에서는 잘 지낼 자신도 없었고 파벌 속에서 잘 지내고 싶지도 않았다. 솔직히 유명한 분 한번 뵈러 간다는 기분이었다. 대표 제안을 받고 나는 '잘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어울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고사했음에도 수개월 뒤 박시장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달라고 하기에 고심 끝에 수락한 대표 자리였다. (날 찬성한) 이유는 나도 모른다. 그저 전해들은 얘기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정 감독, 두 분이 동시에 찬성한 사람은 내가 처음이자 유일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최근 입장표명을 통해 정 감독과 체결한 것은 임시 기간연장이지 재계약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정 감독의 문제점이 다 드러난 상황임에도 그와의 재계약에 대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못 박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이토록 정 감독을 감싸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말 그대로 ‘그것이 알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평양’ 때문이라고 하더라. 서울시가 성사시키려고 하는 서울시향 평양공연에 정 감독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보다 더 큰 뜻을 가지고 있을 시장님께서는 ‘보수’ 표를 지닌 정 감독을 어떻게 해서든 안고 가야할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더라.”

박 시장은 지난 2012년 신년사를 통해 서울시향의 평양공연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3년 8월, 북한에 평양공연 제안서를 보냈고 북한민족화해협의회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공연은 아직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 박 시장의 평양공연 성사에 대한 의지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올해 더욱 확고해졌을 것이다. 이전에도 북한에 수차례 다녀온 적이 있는 정 감독은 평양공연 성사를 위해 박 시장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일 것이라는 것이 일부 언론에서도 다룬 바 있다.

▲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현재 서울시향은 정명훈 1인 체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포스트 정명훈’을 위한 어떤 노력이 이뤄졌었나?

“실제로 지휘자 TO도 재단 설립 시부터 3명으로 예산도 배정돼 있지만 채워진 적은 없었다. 시향은 정 감독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고 정 감독에 대한 대안을 준비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더군다나 후에 전용콘서트홀까지 생기고 공연 횟수까지 늘어나면 더더욱 상임지휘자 한 사람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나.

감독님은 프랑스나 이태리에서 강하니까 레퍼토리 보완을 위해 독일이나 미국에서 어필되는 레퍼토리를 지닌 분이 객원 수석 지휘자로 오시길 바랐다. 레퍼토리가 다양해지면 단원 트레이닝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감독님이 국내에 계시는 시간이 1년에 3개월 남짓인데 객원수석지휘자가 있으면 감독님 안 계실 때도 갑자기 생기는 기업공연이나 외부출연 스케줄 잡기에도 용이해지고 말이다. 정 감독께 ‘감독님 아시는 분 모셔오는 것 어떻겠냐’고 제안하면 늘 답변은 ‘마이클과 상의해봐라’였다.

또한 내가 음악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정말 많은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들었다. 그런 분들이 추천하는 지휘자들이 있어서 마이클과 의논하면 ‘그 사람은 비싼 사람이라서’, 혹은 ‘스케줄 때문에’ 등 각종 핑계를 대며 애초에 봉쇄해버려 일단 지휘자로 초대를 해 보기도 어려웠다. 정감독을 대체할 수준의 지휘자가 일회성이 아닌 형태로 시향과 관계를 맺는 것이 요원해 보였다.”

-익명의 서울시향 직원 17명의 ‘호소문’을 보면, 국내에 체류 중인 정 감독이 만나자고 한 제안을 대표이사가 거부했다고 하는데.

"나는 단 한 번도 정 감독과의 대화나 만남을 거부한 적이 없으며, 지금까지 이뤄졌던 만남도 모두 내가 먼저 연락해서 이뤄졌던 거다. 어떠한 주제, 내용이 있으니 논의 드리고 싶다는 메시지를 감독비서를 통해 전달하여 먼저 요청 드려 자리가 만들어졌다. 작년 9월, 감독님 비서가 내게 이번에도 만나셔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해서 나는 지금 당장은 의논드릴 아이템이 없다고 답했다. 그걸 갖고는 마치 감독님이 날 만나고 싶어 하셨는데 그걸 내가 거부했다고 써 놓은 거다.

나는 절대로 어떤 상황을 피하는 법이 없다.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것에도 피하지 않고 맞서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그런데 이런 내용이 왜 호소문에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감독님은 직원들 인권 때문에 이 호소문을 시장님께 전달했다고 하셨다는데, 이런 내용이 직원 인권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 호소문을 자세히 보시면 감독님의 나에 대한 불만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피아노 리사이틀, 빈 오페라 지휘, 미주투어, 마이클, 재계약 등에 대한 언급도 있고, 공연기획에 과도한 월권이라는 표현도 있다."

-성추행 부분은 서울시 조사결과 무혐의로 결정났다. 그런데 성추행 성희롱 문제는 어떤 상황이었던 건가?

“이 부분은 지극히 ‘편파적’이었던 서울시 시민인권조사관 조사 결과에서도 무혐의로 결정난 사항이다. 사실 다시 입에 올리고 싶지도 않은 일이지만 물으니 당시 상황을 설명하겠다. 광화문에 위치한 아주 협소한 식당에서 거래처 접대자리가 있었다. 그때 그곳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주장하던데… 다시 말하지만, 장소가 아주 비좁은 식당이었다. 그런 곳에 열너댓명 정도가 빽빽이 앉아 있었다.

더군다나 그날의 접대 상대는 국내 최대 규모의 모 예술시설 사장님이었다. 바로 내 눈 앞에 앉아 계셨고 그날의 주인공이시니 그분에게 집중했다.  그런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오히려 내가 반문하고 싶다. 또 문화계가 얼마나 말이 많은 곳인지는 더 잘 아시지 않는가? 없는 말도 지어내는데, 만약 그 때 어떤 일이 있었다면 이미 2년 전에 소문이 파다했을 것이다. 생긴 적도 없는 일, 존재하지도 않았던 일에 대해 대체 더 이상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끝으로 스스로 생각하기에 본인이 잘못한 게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너무 열심히 일한 거다. 내 돈도 아닌데 어떻게든 효율적으로 정직하게 예산을 운용하기 위해 너무나 아끼려고 했고,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하고 싶었다. 음악뿐만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와 직원들 역량 또한 글로벌한 수준이 되길 바란 내 마음이 너무나 컸었나보다. 내 마음이 아무리 크면 뭐하겠나. 그렇게 되고자 하는 뜻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들과 아무 상관없는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던 거다. 직원들뿐만 아니라 감독님도 서울시도 내게 원한 것은 투명하고 효율적인 글로벌 조직이 아니었는데 그걸 몰랐다. 즉 내 잘못은 ‘눈높이 경영’에 실패한 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애당초 여기(서울시향) 온 것부터가 잘못된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