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비대위, "국립오페라단은 단장 실습소가 아니다"
오페라비대위, "국립오페라단은 단장 실습소가 아니다"
  • 박세나 기자
  • 승인 2015.02.1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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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26일 대책안 제시 약속, 비대위 김종덕 문체부 장관 검찰 고발 유보

"국민오페라단 예술감독 임명 철회하라!, 문체부는 임명 경위를 규명하라!"
빗소리만 울려 퍼지던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앞이 여러 목소리들로 가득 찼다.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6일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의 임명 철회와 문체부의 임명 경위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의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앞 집회

시위는 비대위 소속 인사들의 호소문 낭독과 함께 정광빈 바리톤의 노래 및 참석자 전원의 합창으로 이뤄졌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비대위소속 탁계석 한국예술비평가협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 융성이 제대로 꽃피우려면 종합예술인 오페라가 제대로 살아야 한다. 그러나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이 제대로 검증조차 거치지 않고 임명이 돼서, 그의 임명 철회를 위한 성악인과 오페라 연대의 한결같은 뜻을 여기에 모아 집회를 하게 됐다"며 운을 뗐다.

성기훈 바리톤은 이날 시위 현장에서 "다음의 세 가지를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첫째, 허위 기재한 이력서만 제출하고 경력증명서는 제출하지도 않고 국립예술단체장의 자리에 오른 한예진 씨에 대한 예술감독 임명을 철회하라. 둘째, 검증 절차 하나 없이 한예진 씨를 국민 세금 100억 예산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오페라단 단장으로 임명함으로써 어처구니없는 인사 시스템을 자행한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그 책임을 통감하고 장관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 셋째, 10년도 넘게 4대째 이어오는 청와대 낙하산 인사의 진상을 밝혀라. 낙하산 인사의 실체인 고위층이 누구인지, 청와대 막강한 검은 실세가 누구인지 그 경위를 밝혀내야한다. 음악 문외한인 사람들의 뒷거래에 의해 음악계의 수장 자리가 마음대로 임명되는 사태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수준 높은 문화 콘텐츠를 가진 나라가 강국이 되는 문화 글로벌 시대임을 자각해 더이상 부도덕한 방식으로 인선을 마음대로 휘두르지 말기를 간곡히 바란다. 공정한 절차에 의해 누구나 다 인정할 수 있는 예술감독을 선임하기를 성악가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라는 바"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예진 신임 예술감독을 추천ㆍ임명한 배후가 누구냐에 대한 의문이 불거지는 가운데 한예진 본인은 물론 문체부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 감독은 본인이 추천받은 입장이기에 알 수 없다고 해명하고 문체부는 내부 추천에 의한 결과라고만 설명했다. 비대위는 정당한 경위로 검증을 거쳐 임명이 됐다면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 현재 한 감독의 경력ㆍ경험 사항은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자리에 턱없이 부족함이 밝혀진 상태로 내부에서 낙하산 인사를 감행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의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앞 집회

장수동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 이사장은 "비대위가 42일째 길에 나와서 시위를 하고 있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사람들이 새벽에 나오고 비 오는 날 노래한다는 것은 자기 악기를 망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위를 계속하는 것은 '우리의 이런 목소리들을 귀담아들어 달라', '이를 통해 우리 문화가 건강해진다'는 취지에서 이어가는 것이다. 가만히 뒷짐지고 있다고 해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또 "이번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임명 사태에 대해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 오페라계 외에도 세계적으로 주목하고 있다. 왜냐하면 국립오페라단의 수장을 어떠한 인선 절차도 거치지 않고 정치권에 의해서 임명한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문화 후진적인 태도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 무대에서 한국 성악가가 없는 극장이 없다. 그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기에, 우리의 오페라가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있는대도 불구하고 이렇게 발목 잡는 일들을 문체부가 스스로 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안타깝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특히 임명이 정상적인 절차 없이 이뤄졌다는 것을 문체부가 스스로 인정했다. 최근 국회에서 답변할 때 문체부 장관이 임명을 구두로 보고받았다고 했다. 한 나라의 공공기관의 기관장을 서류적 절차도 없이 구두로 보고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한국 문화예술이 한걸음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자 임명 철회에 대한 강력한 우리들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 오늘 문체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하게 된 것이다"라며 비대위가 집회를 열게 된 경위를 밝혔다.

그는 "그동안 많은 경로를 통해서 (문체부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비대위의 의견이 개진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사실이다. (오늘 시위를 통해) 우리의 의견을 문체부가 듣길 바란다. 한국오페라계가 이번 일을 잘 딛고 일어서면 재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국립오페라단은 대한민국 오페라의 자존심이며 국립오페라단장은 한국 오페라의 얼굴이다. 따라서 이번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임명 철회에 대해서 문체부가 과감하게 결단해주길 바라며 그다음의 문제는 함께 의논해 나가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공개적으로 응모를 받아 그중 적합한 사람을 찾고, 원로들과 현장의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취합해 투명한 절차를 통해 채용이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문제시되는 인사 시스템의 개선을 요구했다.

박현준 한강오페라단 단장은 "국립오페라단은 단장 실습소가 아니다. 문체부는 책임지고 임명을 철회하라. 이번 임명을 주도, 추천한 사람과 검증 과정을 정확히 밝히고 관련된 인사는 국민과 문화계, 음악계에 사죄해야 할 것이다. 오페라계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세계로 뻗어 나아가야 할 우리 오페라계를 거꾸로 주저앉게 하는 이번 사태에 대해 문체부 장관은 책임지고 사퇴하라" 주장하고 전국 오페라인들에게 권리를 되찾기를 호소하며 말을 마쳤다.

한편, 이날 오페라비대위는 김종덕 문체부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 고발할 계획이었으나 문체부 측에서 26일까지 내부 의견을 수렴해 대책안을 제시할 테니 검찰 고발을 유보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비대위는 밝혔다.

이에 비대위는 일단 제안을 받아들여 검찰 고발을 유보했지만 이후 문체부에서 공식적 입장 발표 전 비대위 소속 인사들과 개별 접촉하며 분열시키려 하는 듯한 조짐이 보인다는 의견이다. 비대위 측은 문체부의 이런 교란 작전이 의심되는 행동이 계속된다면 26일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그전에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