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그 화려하고 정겨웠던 기억 저편
충무로, 그 화려하고 정겨웠던 기억 저편
  • 이진모 전 시나리오작가협회부이사장
  • 승인 2009.07.2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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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모/ 전 시나리오작가협회 부이사장/영상교육원 교수

오프닝 시퀀스. 이젠 잊혀가는 충무로 ‘영화가’의 지난 이야기들을 해야 할 것 같다.

오늘도 ‘충무로 거리 축제’ ‘충무로 영화제’ 등을 알리는 현수막 위로 궂은비가 흩날린다.

 “그래! 충무로와 명동엔 추억처럼 언제나 비가 내려야만 한다.” 좀 유치하고 센티하지만 그래야 술맛이 나고 무성영화 시대의 구성진 변사가 나레이션을 토해내듯 이야기할 맛이 난다.

은막의 전설과 신화와 같은 그 아름답고 익살맞고 유머러스하고 페이소스한 기록의 편린들.

은하계의 무수한 별들이 명멸하다가 유성같이 어두운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린 그 숱한 이야기들….

청맥다방, 스타다방, 혹은 브람스다방, 애플다방, 초우다방, 나산다방… 그 즐비했던 다방들과, 까페 아테네, 로마, 숲속의 빈터 등의 서린 안개처럼 깔리던 이야기들.

그 거리를 누비던 청춘스타 최무룡과 김진규와 신성일. 중절모를 삐뚜루 쓰고 마도로스파이프를 지그시 문 액션배우 장동휘, 황해. 소박하고 구수한 연기파 배우 김승호, 김희갑, 주선태, 남춘역 등.

그리고 모든 관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환상의 연인이었던 신일선, 황려희, 조미령, 최은희, 김지미, 엄앵란, 고은아, 문희, 남정임, 윤정희 등, 아직 생존해 있거나 작고한 남녀 인기스타들의 이야기.

한국영화의 선각자이며 1세대 감독인 나운규, 윤봉춘, 이규환, 최인규 등과, 그 뒤를 이은 신상옥, 유현목김기영, 김수용, 이만희 등 2세대 감독들의 에피소드.

그리고 정진우, 임권택, 고영남, 조문진, 최하원 등의 3세대. 4세대 김호선, 하길종, 정인엽, 이원세, 이장호, 배창호, 정지영 등.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시나리오를 썼던 최금동, 장천호, 김지헌, 신봉승, 윤삼육, 임하, 허진, 유동훈, 김하림, 김승옥, 김문엽, 한유림, 문상훈, 최인호, 지상학 등 시나리오 작가군과 모든 스텝들의 면면들.
명동파 시인 박인환의 ‘세월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이라는 시구절처럼 이젠 그 옛날의 아련한 추억만이 비 내리는 명동거리와 충무로를 서성거린다.

“그래! 나는 내가 본 대로 아는 대로 들은 대로 그때 시절의 기억들을 되살려 푸념처럼 뇌까려 보련다. 어두웠고 척박했지만 아름답고 익살스럽고 정겨웠던 그때 그 이야기들….”

기대하시라. 라스트 시퀀스가 끝나고 엔딩 타이틀이 떠오를 때까지.

coming soon.(다음 회 계속)   정리- 조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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