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학자가 분석한 명인 황병기의 삶과 음악
영국 학자가 분석한 명인 황병기의 삶과 음악
  • 박세나 기자
  • 승인 2015.03.11 01: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앤드류 킬릭 교수의 연구서 우리말 번역본 <황병기 연구 : 한국 전통음악의 지평을 넓히다> 출간

황병기 가야금 명인의 음악세계를 연구한 앤드류 킬릭 영국 셰필드대 교수의 연구서가 우리말로 번역ㆍ출간됐다.

▲ 앤드류 킬릭 지음, 김희선 옮김 <황병기 연구 : 한국 전통음악의 지평을 넓히다> (풀빛출판사)

2013년 영국 애쉬게이트 출판사에서 출간한 <황병기: 한국의 전통음악과 현대 작곡가(Hwang Byungki: Traditional Music and the Contemporary Composer in the Republic of Korea)>다. 이를 한국 전통음악 '산조'를 연구한 음악학자 김희선 국민대 교수가 번역했고, 한글판 제목은 <황병기 연구 : 한국 전통음악의 지평을 넓히다>(풀빛)이다.

이 책은 영국 최초로 동양의 전통음악 작곡가를 다룬 연구서로 저자 앤드류 킬릭 교수가 황병기의 음악을 연주한 경험과 25년간 황병기를 연구하고 만나 왔던 경험에 기초하고 있다.

책은 단편적인 연대기의 접근이 아닌 주제별 구성을 이루고 있다. 전통 장르인 가야금 산조에서 황병기의 독보적 지위를 평가하며 <가라도>, <침향무> 등의 작품을 통해 불교문화와 명상적 심미안에 대한 황병기의 꾸준한 관심을 조명한다.

또 서아시아적 영감을 담은 <비단길>과 <하마단>, 아방가르드한 작품 <미궁>과 <자시>, 서양 조성 주의를 적용한 이국적 작품 <영목>과 <시계탑> 등을 살펴보며 황 명인의 서양의 전위 음악을 수용한 확장된 기술과 접근법 및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담았다.

황병기 명인은 이미 세계적 음악가다. 1965년 하와이에서 열린 ‘20세기 음악예술제’에서 연주한 것을 시작으로 뉴욕 카네기홀을 비롯해 전 세계의 주요 공연장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쳤고, 각국에서 그의 음반을 취입했다.

<뉴욕타임스>는 “황병기의 작품은 신비로운 영감에 찬 동양의 수채화 같다. 극도로 섬세한 주법으로 울리는 아름다운 소리들이 음악에서 청징함이 무엇인가를 보여 주었다”며 황병기의 음악을 극찬했고, 이 책의 저자 앤드류 킬릭 교수는 전통과 현대가 만나고 고전 속에서 실험을 추구하는 그의 음악세계를 "모순을 명상하는 선(禪)의 경지"라고 정의했다.

이처럼 황병기 음악세계에 관한 연구가 해외에서 활발했던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적극적인 노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번역물에 그치지 않고 황병기 명인의 음악과 더 나아가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후속 연구를 위한 발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