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이케아 세대를 위한 예능 프로그램? 현실과의 괴리감만 조장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이케아 세대를 위한 예능 프로그램? 현실과의 괴리감만 조장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5.03.2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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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현재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청년들을 대표하는 신조어가 넘쳐나고 있다. 얼마 전 <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된다>는 도서가 출간 되면서, 이케아 세대라는 신조어가 또 하나 추가되었다. 이케아 세대는 뛰어난 스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낮은 급여와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의 젊은 세대를 일컫는 말로, 저렴하고 내구성이 약하지만 단기적 만족을 주는 이케아 가구의 특징을 빗대어 생긴 신조어다.

불안한 현실을 살고 있는 청년들을 빗대는 신조어는 점점 늘어만 가는데, 뚜렷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청년들은 여전히 새로운 스펙 추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현실은 삼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의 삶이다.

이러한 청년들의 삶의 모습을 위로(?)라도 하듯, 대중문화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들이 속속 첫 선을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젊은 남녀의 연애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다. 일상성을 소재로 한 리얼 버라이어티나, 연애 담론 형식의 토크쇼, 가상의 연애, 심지어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예능 프로그램들은 현실을 완전히 벗어나 있거나, 혹은 현실을 너무 희화화하여 보는 이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한 예능 프로그램은 첫 선을 보이자마자 선정성 논란에 큰 곤욕을 치러야 했다. 첫 방영 이후 발생한 논란에 담당PD는 조금 더 지켜 봐 달라며 말을 아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종편의 한 연애 토크쇼가 큰 성공을 거둔 이후 연애, 사랑, 19금 토크 소재의 새로운 예능들이 줄을 잇고 있다. 물론 포맷과 소재, 내용에는 많은 차이를 보이지만 큰 주제는 비슷하다. 사랑과 연애에 대한 담론과 남녀 심리 파악이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선정적이고 작위적인 내용을 선보이거나, 그들이 제시한 연애의 방식이 마치 진리인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는 경우도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방송되어 온 연애·사랑 관련 오락 프로그램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를 가장한 선정성으로 이슈화 경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예능프로그램은 TV를 통해 대리만족하거나, 몰랐던 남녀의 심리를 파악하고 연예인들 또는 다른 사람의 연애를 바라보며 재미와 교훈을 느끼는 등 순기능적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극적 상황 연출과 현실의 희화화를 통해 현실과의 괴리만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가상연애 시뮬레이션을 펼치는 한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남자 MC와 패널들이 가상연애 시뮬레이션을 통해 여성의 심리를 파악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제작의도부터 석연치 않아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카카오톡으로만 사귄다는 10대부터 연애와 결혼을 하지 않는 2030 세대까지 사랑을 포기한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연애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기획의도는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힘든 청년들의 현실 도피를 위해 가상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도 새롭게 제시하겠다는 말인가? 

방송에 반드시 공익이 들어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예능에서 의미나 교훈을 찾아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이 남지는 않아야 할 것이고, 프로그램을 보며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는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높은 시청률 차지에 급급하여, 또 청년들의 삶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명목 하에 그들에게 또 다른 종류의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 해 보아야 할 것이다. 가상이라는 새로운 연애 패러다임을 제시한다고 해서 현실세계를 외면할 수는 없다. 가상을 통해 배울 점도 있겠지만, 그들이 말하는 '병맛'코드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무의미한 ‘가상’만 남겨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