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르네상스 꿈꾼다”, 한국오페라융성위 발족
“오페라 르네상스 꿈꾼다”, 한국오페라융성위 발족
  • 이은영 기자, 박세나 기자
  • 승인 2015.03.2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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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주도 국제오페라페스티벌 개최, K-오페라 세계시장 급부상 노력

연광철 박미혜 등 국내 최정상 성악가 등 참여

한예진 전 국립오페라단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투명한 인사 시스템을 촉구했던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 인사를 주축으로 한국오페라융성위원회가 발족돼 오페라계와 예술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한국오페라융성위원회가 발족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의 활동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제공=플레이뉴스 문성식 기자)

탁계석 예술비평가협회장, 김덕기 서울대교수(지휘자), 연광철 서울대 교수(테너), 박현준 한강오페라단 단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융성위는 지난 24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지하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의 활동 방향과 비전을 제시했다.

이들은 지속적인 오페라계 발전을 위해 기존의 관 조직하 공공 예술단체의 경직성에서 탈피해 민간주도로 오페라가수 직업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과의 상생을 통해 완성도 높은 작품 창작여건 기반 마련, 산학협력 등을 통해 오페라의 중흥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활동의 구체적 방향에 대해서는 고급화ㆍ대중화ㆍ글로벌화ㆍ콘텐츠화ㆍ정책화를 내세웠다. 향후 ▲ ‘국제오페라페스티벌’ 개최 ▲ ‘국민 1인 생애 1오페라 작품 보기’ 캠페인 ▲ 오페라 가수의 세계무대 활약과 제작 능력 네트워크화 및 오페라 근간의 관광산업 콘텐츠화 ▲ 작고하신 우리나라 1세대 오페라인들을 위한 ‘추모 갈라 콘서트’ 개최 등의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탁계석 공동위원장은 “국립은 국립대로, 민간은 민간대로, 상생 협력 없이 각자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시스템화하려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오페라계가 ‘양’에서 ‘질’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며 오페라융성을 위한 개선책으로 ▲민간주도 ▲오페라가수 직업화 환경 조성 ▲기업과의 상생 ▲완성도 높은 작품 창작 여건 조성 ▲산학협력 등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K-오페라 수출시장의 다변화까지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 박현준 한강오페라단 단장(좌), 박미혜 서울대교수(우)

김덕기 공동위원장은 “우리나라 오페라는 1948년 이인선 선생님께서 창단한 민간 오페라 조선오페라단으로부터 시작돼 1962년 국립오페라단, 1983년 서울시립오페라단이 창단됐고 이후 김자경오페라단, 국제오페라단, 한국오페라단 등 여러 민간 오페라단이 많은 오페라를 제작하면서 우리나라 오페라의 격을 높여왔다. 그러한 선배들의 노력으로 이제는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높은 수준의 오페라 가수들이 배출되는 나라가 됐다”며 지휘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한국 오페라계의 현실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김 공동위원장은 현재 상황에서 국내 오페라 제작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보의 공유로서, 제작 시스템 작업에는 경험 있는 전문가들의 인적자원에 대한 정보 공유가 필요하고 공연 후 결과에 대한 자성과 비평도 기록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오페라 단체의 정비 통한 자정, 오페라 관광 자원화 추진

박현준 공동위원장은 100여 개가 넘는 국내 오페라단 숫자의 문제점을 짚고 이에 대한 자정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우리 오페라계는 민간이 주도해왔고 상대적으로 국립오페라단은 지금처럼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며 “당시 많은 발전과 성장으로 오늘날 수많은 성악가들이 과다하게 배출되면서 수요와 공급이 기형적 구조를 이뤘고 무대에도 강단에도 설 곳이 없는 성악가들이 스스로 단체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돼 100여 개가 넘는 오페라단이 생겨났다. 그러다 보니 몇몇 단체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한계가 있는 작품을 만들어 오히려 관객을 쫓게 된 경우가 생겼다”고 오페라계의 현실을 드러냈다.

이어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오페라 단체 중 현재 공연을 하는 단체와 하지 않는 단체, 공연을 하는 단체도 공연 수준에 대한 평가와 소ㆍ중ㆍ대극장 규모별 분리 등을 통해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민간주도의 평가위원단을 구성해 완성도 있는 작품을 공연하는 단체에게는 지원금 등의 혜택을, 그렇지 못한 단체는 대관에 불이익을 받는 등의 조치를 취해 오페라계 스스로 정화가 되도록 융성위가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는 또 “국립오페라단은 지난 12년간 정은숙, 이소영 단장을 거치며 젊은 성악가들로의 인위적 세대교체를 단행했고 이로 인해 질서가 흐트러지게 됐다”며 “오페라는 노래뿐만 아니라 연륜, 인생, 경험 등이 무대에서 묻어나야 하는 장르이기에 세계 3대 테너들이 6~70대에도 주역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이라며 이제는 이를 바로잡아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국내 오페라의 미래와 발전 방향으로는 ‘민간주도 정책에 의한 시장 활성화’를 기치로 내걸고 “뛰어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국가 브랜드화할 수 있는 저예산 고효율의 오페라 산업을 구축해 우리나라의 발전된 국격에 맞는 고급문화 관광상품 즉, K오페라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 소프라노 조현애(좌), 작곡가 임긍수(우)

박미혜 서울대 교수는 산학협력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재 민간, 국립, 시립 오페라단이 100여 개가 넘어 우리나라 오페라 역사 67년 동안 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능력 있는 성악가들이 많이 배출되나 현장 경험을 할 수 없는 지금의 시스템이 안타깝다. 대학과 기업이 연계하는 학교를 졸업한 성악가들이 인턴과정을 밟으며 현장 경험을 할 수 있는 산학협력 교육 프로그램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임긍수 작곡가는 “한국창작오페라를 작곡하는 입장으로서 조금 답답하다. 보통 한국오페라는 재미가 없다, 실력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과연 그렇게 말하기 이전에 모든 사람들이 한국오페라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졌냐는 생각을 해본다”며 “창작오페라 작품이 한 번에 대성공한 것은 없다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도 창작오페라를 많이 만들고 발전시켜 세계적으로 상품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각 분야를 맡은 분들도 모두 조금씩 책임감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자경 등 한국 오페라역사 속 인물 위한 '갈라콘서트' 추진, '국제오페라페스티벌' 개최

현재 포화상태인 한국 오페라계는 국립오페라단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 융성위의 판단이다. 융성위는 이탈리아의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과 ‘토레 델 라고 푸치니 페스티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독일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 등 세계의 오페라페스티벌의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도 국립오페라단 주도 외에 그 세력을 견줄만한 민간오페라 축제를 만들고 지속적 진행을 통해 오페라 가수와 관련 종사자들에게 기회를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융성위는 앞으로 우선적으로 시행할 사업과 자금 마련을 두고 고 김자경 단장을 비롯해 오페라 1세대 추모 음악 공연을 개최하면서 선후배 간의 질서와 우의를 돈독히 하고 오페라가 걸어온 이정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또 산학협력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자체적인 마케팅과 매표 외에 부족한 자금 부분은 문체부 등의 지원을 받을 계획이다.

그 첫 번째로 2016년 가을부터 이듬해 상반기를 목표로 작곡가별, 장르별, 테마별로 세계가 주목할 만한 ‘서울국제오페라페스티벌’을 만들고 예술의전당과 문체부의 협조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오페라의 지속적 상품화와 산업화를 위해 마케팅과 예산 확보, 기업으로부터의 펀드 유치 등과 관련한 국내외 전문가 영입을 추진한다. 티켓 가격이나 제작비 등의 문제를 심도 있게 연구해 효율적 예산 집행이 가능하도록 만들며 과정의 공정성을 담보할 감시자 역할을 할 전문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현재 오페라 공연의 부담스러운 티켓 가격의 현실화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그보다 앞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 국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국립오페라단장 공정한 인사시스템 갖춰 임명해야, 자격요건도 밝혀

이와 함께 융성위는 다시 공석이 된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의 자격요건을 요구하는 몇 가지의 공동 질의서를 문체부에 전달하고 추천 과정 공개와 공청회를 통한 공개적인 임명 시스템을 요구할 것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융성위가 꼽은 국립오페라단장의 조건은 첫째, 50~60대 초반으로 원로와 중견 후배들을 아우르고 포용할 수 있는 자 둘째, 국공립 단체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자 (불명예 퇴진 및 단체에 물의를 일으킨 자 제외) 셋째, 오페라계에서 양과 질적 경험이 있는 성악가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명망이 있는 자(단, 성악가가 아니어도 성악계 내 이견이 없다면 가능)가 올라야 함을 주장했다. 이후 문체부에 공동 질의서를 보내 추천 과정을 공개하고 공청회를 통한 공개적인 임명 시스템이 구축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계의 한 관계자는 오페라 융성위 출범과 관련해 "오페라계가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서 오페라를 부흥시키겠다는 의도는 고무적이다"라고 말하고 "앞으로도 이들이 국립오페라단장 사태에서 보여준 에너지와 힘으로   오페라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큰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 한다"라며 융성위 발족에 대한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관의 힘을 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오페라계를 위한 제대로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을 지 우려스럽기도 하다"며 "참여자들이 사심을 배제하고 융성위 발족의 의미를 늘 잊지않았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한편, 한국오페라융성위원회 발기인으로는 김기원(관동대교수), 김덕기(지휘자, 서울대교수), 김신환(전.세종문화회관사장), 김완준(경주예술의전당 관장), 박기천(성악가), 박미자(이화여대교수), 박미혜(서울대교수), 박현준(한강오페라단 단장), 연광철(서울대교수), 작곡가 임긍수, 탁계석(예술비평가협회 회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