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기행-128]배꽃으로 핀 여성교육의 산실 - 이화박물관(심슨기념관)
[박물관기행-128]배꽃으로 핀 여성교육의 산실 - 이화박물관(심슨기념관)
  • 이정진 Museum Traveler
  • 승인 2015.03.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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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말 개화기까지 서울 정동일대는 배 밭이 많았다. 4월이면 하얀 배꽃이 가득하던 이곳에 1886년 여학교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개교 이듬해인 1887년에 배꽃처럼 희고 고우란 마음을 담아 고종황제께서 이화梨花라는 교명을 하사하였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인 이화학당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 박물관 전경

우리 근현대교육의 한 단면을 보여주며 오늘에 이르고 있는 이화여고는 이화학당의 후신이다. 이 학교는 긴 역사동안 많은 여성인재를 배출해오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성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해오고 있다. 지금도 교정에 자리 잡고 있는 한 동(棟)의 고 건축물은 이화여고의 긴 역사를 대변해주고 있는 듯하다. 다름 아닌 심슨기념관Simson Memorial Hall(국가 등록문화재 제3호, 2002.2.28지정)이다.

▲ 기증 유물전시

이 기념관은 미국인 사라심슨Sarah J. Simson이 위탁한 기금으로 1915년 세워져 올해로 100년이 된 교내에서는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이 기념관은 2006년 5월 30일, 이화학당 창학 120주년을 기념하며 이화박물관으로 새롭게 개관하였다. 한국여성교육의 시작이자 민족의 얼이 서린 이화학당의 역사를 기록한 이화박물관은 여성이었기에 더욱 숭고하였던 이화인들의 청춘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초봄처럼 수줍다.

▲ 이화학당 초기 모습

학창시설이 담긴 흑백사진에서는 여학생들의 밝게 순수했던 순간순간과 이 기록되어있다. 특히 기숙사 생활을 담은 사진에는 다닥다닥 붙어 자매처럼 지내는 살가운 분위기가 보는 이를 따뜻하게 한다. 다함께 모여 겨우내 먹을 김장을 하는 모습, 우물터에 모여 빨래를 하던 학우들의 모습은 각박한 우리들에게 큰 위로를 준다.

6.25 전시 시 폭격으로 파괴된 메인홀 및 스크랜튼 홀, 화재로 소실된 프라이 홀 등은 사진으로만 볼 수 있다. 특히 스크랜튼 홀은 학생들이 벽돌을 직접 날라 재건한 건물로 ‘벽돌작업’이라는 수업으로 벽돌을 나르던 당시 학생의 회고가 담겨있다.

▲ 이화학당 디오라마

초창기 이화학당을 기록한 2부 전시실에서는 이화인의 발자취 속에 담긴 용기와 열정, 그 속에서의 성장, 학당을 빛낸 자랑스러운 이화인들의 기록을 만나볼 수 있다. 20세기 여성의 지위와 자유가 평등치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화학당에서의 배움을 통해 꿈을 실현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 박에스터, 최초의 여성 대학총장 김기득, 국내 최초로 학사학위를 받은 여성 하란사 등 여성교육이 피워낸 작은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 유관순 열사 교실

자랑스러운 이화학당의 명예졸업생으로 대한독립을 위해 만세시위를 외치다 순국한 유관순열사의 전 생애도 볼 수 있다. 구국의 일념으로 학업조차 못 다했던 학생열사 유관순을 위해 교정에서는 매해 추모예배와 헌화로 그의 생을 기리고 있으며, 유열사가 공부했던 교실을 재현해 투옥 당시 상황을 기록한 글을 게시하고 있으며, 영상자료 등으로 그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게도 했다.

2층 상설전시실에서는 이화학당의 첫 모습과 학당 내의 변천사, 각종 대회에서 받아온 트로피 및 봉사활동 기록서, 졸업앨범 등 학창시절을 새롭게 추억할 수 있는 유물들이 전시되어있다. 이화학당 최초의 모습을 본 따 만든 디오라마엔 32번지 일대의 큰 기와집 한 채와 초가 열아홉 채를 구입해 완공을 하였다는 기록이 함께 되어있어 당시 학당의 규모를 짐작해볼 수 있다.

▲ 전시 '이화, 여성을 변화시키다'

그렇게 시작된 이화학당은 점차 캠퍼스의 형태로 발전하며 그 내실도 더욱 여물어 갔다. 당시 정동교회 채플수업 시 사용하였던 강대상과 피아노, 풍금을 비롯해 졸업생들에게 주어졌던 졸업반지가 세월을 간직한 채 자리하고 있다. 교복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역대 이화학당의 교복은 그 시절을 추억하는 졸업생들의 감회를 불러일으키는 유물 중 하나이다.

▲ 특별전시 '사진으로 만나는 이화'

3층 전시장은 이화인들의 기증유물로 채워진 공간으로 오색빛깔의 작은 골무 및 노리개부터 커다란 농까지, 애교심이 가득 담겨 이화박물관을 다채롭게 만들어내고 있다. 이화학당의 긴 역사가 교정에 가득한 채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 이화여고학생들의 티 없는 웃음소리는 당시와 같이 오늘도 학교 담을 넘곤 한다. 그리고 배꽃이 화려했던 그날처럼 따뜻한 봄과 만나 정동길을 걷는 이들의 마음을 정화해주고 있다.

때론 애환 속에서, 때론 희망과 감동으로 소중한 청춘을 보낸 이화학당 학생들의 지난봄을 회상하며 또 다시 찾아온 약동의 계절이 이화박물관의 환희의 역사로 기록되길 기대해본다.    

이화박물관(http://blog.daum.net/ewha-museum)
위치_ 서울특별시 중구 정동길 26 심슨기념관  /문의_02-2175-19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