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창기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마포 문화예술인프라 적극 활용해 ‘지역문화활력센터’로 나아간다
[인터뷰 - 이창기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마포 문화예술인프라 적극 활용해 ‘지역문화활력센터’로 나아간다
  •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 / 글 윤다함 기자
  • 승인 2015.03.3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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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갔던 길 따라가면 영원한 2등… 새로운 길 개척해갈 것”

▲이창기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 / 강동아트센터 관장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팀장·경영기획팀장·경영본부장·세종벨트운영사무국장 등 역임
마포문화재단은 전문 공연장 운영과 더불어 문화예술교육, 지역문화예술사업, 지역민을 위한 스포츠센터 등을 아우르며, 유례없는 문화복합기관으로 마포구민들의 문화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 2월, 마포문화재단에 이창기 전 강동아트센터 관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부장 등을 지낸 후, 강동아트센터 초대 관장으로 재직하며 불모지나 다름  없던 그곳을 ‘무용전문극장’으로 탈바꿈해 특성화 및 차별화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후 강동아트센터에 더 머무르거나 보다 더 안정적인 곳을 갈 수 있었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문화재단이긴 하나 공연장과 지역문화개발보다는 아무래도 스포츠센터 운영에 치중돼 있는 마포문화재단이 그곳이다. 문화예술 인프라가 풍족한 마포구의 지역 여건을 활용해 지역문화예술을 활성화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그는 밝혔다. “편하고 더 좋은 곳 가야 뭐하겠습니까. 저는 여건 어려운 곳에 가 미약하게나마 꾸준히 불꽃을 피워 언젠가는 문화예술 열기가 활활 타오르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다음은 이창기 대표와 일문일답.

-지난달 마포문화재단 대표로 취임했다. 두 달 가까이 돼 가는데, 잘 적응하고 있는지?
“별 탈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강동아트센터는 공연장이었다면 마포문화재단은 공연장뿐만 아니라 스포츠센터, 지역문화사업, 교육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어 기능과 역할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영역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마포아트센터 내에는 스포츠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문화예술사업과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나갈 계획인지 궁금하다.
“생활스포츠센터 운영은 문화하고는 분명 다른 영역이다. 하드웨어를 갖고 운영되다보니 일단은 시설과 강사분들을 잘 관리해야하고, 회원들에 대한 서비스도 신경 써야 한다. 문화예술과 관련해서는 현재 지역커뮤니티아트사업을 활발히 하는 것에 힘쓰고 있다. 각각의 영역에서 각 역할을 가치 있게 수행해나가야 할 것이다. 아직은 구상단계에 지나지 않지만 스포츠와 문화를 연결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스포츠를 이곳 센터 내에서만 하지 않고 실외로 나가 지역문화 활력프로그램 등에 일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 스포츠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다.”

-마포구의 문화적인 특징은 무엇인가?
“문화자원이 아주 풍족하다. 예술단체, 공연장, 대안 공간 등이 무려 200여 개에 이른다. 또 사회적 기여의 60%가 문화예술단체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단체도 많지만 실제로 예술인 거주민도 많다. 대학권과도 인접해있고 말이다. 재단은 이런 문화적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 매개역할을 해 유통과 통합 등에 참여할 생각이다.”

▲이창기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

-마포문화재단의 특성 및 취약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어느 문화재단보다도 지역민을 위한 프로그램이 활발하다고 자부한다. 재단이 출범한지 이제 13년이 됐는데, 2008년에 재개관하며 공연장 쪽은 리모델링을 했었지만, 시설이 조금은 노후가 돼 그런 점이 안타깝다. 또한 마포구란 곳에는 오랜 거주민도 있지만 최근 새롭게 들어선 아파트 등으로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면서 고객층과 고객의 니즈가 다양하다. 오랜 거주민들의 니즈만 쫓다보면 새롭게 유입된 거주민들의 그것과는 양극화가 심해지게 돼 접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야 마포구에서 살기 시작한 그들은 아무래도 얼마든지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수준이기가 쉽기 때문이다.”

-현재 마포아트센터의 예산 및 재정자립도, 유료 객석 점유율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예산은 65억, 재정자립도는 72% 정도다. 재정자립도가 이렇게 높은 건 스포츠센터에서 오는 수입 덕분이다. 체육관이 없으면 재정자립도가 이렇게 높기란 힘들다. 또한 유료 관객 점유율은 55% 정도. 클래식보다는 인디문화 등을 다루다보니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높은 편이다. 아트센터 가동률도 88%에 이른다. 거의 쉬는 날이 없다는 뜻이다.”

-올해 추천해주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재단 위치가 홍대권역과 가깝다보니 홍대문화적인 기능을 수행해왔다. 2013년부터 ‘광산팟콘’이란 공연을 팟캐스트와 연계해 올리고 있다. 비주류이지만 홍대 등에서 활동하며 숨겨진 보석 같은 인디밴드들을 발굴해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고 있다.”

▲이창기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

-지역민을 위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에 힘쓰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수업은 무엇인가?
“170여개 정도 운영 중이다. 이 중 노래강좌수업이 지역민의 호응을 많이 받고 있다. 이외에도 어린이를 위한 창의공작수업부터 예술 관련은 물론 일반 생활문화 강좌도 많다. 총 수강생은 연간 14만 명에 이르고, 하루 유동인구는 4천명 가까이 된다.”

-평소 문화예술회관의 공연 자체 제작 기획력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현재 대관공연과 공동주최 공연의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65%가 대관 공연이라면 나머지 35% 가량이 공동주체 또는 자체기획 공연이다. 대관도 좋은 공연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역민을 위한 공연을 올리는데 사실 누가 주최한다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 물론 자체 기획 공연에도 힘써야할 것이며, 동시에 만족스러운 대관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나 공연이 있다면 알려 달라.
“늘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구상은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지역문화자원과 연계된 지역문화 활력 기능을 보다 더 확대해 운영하고 싶다. 내가 재단에 오기 이전, 재단에서 기존에 해왔던 것들에 대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강동아트센터의 초대관장을 지내며 강동아트센터를 무용 특화 공연장으로 만들며 차별화 행정으로 익히 인정받은 바이다. 타 문예회관과 구분되는 차별화된 마포문화재단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강동아트센터의 경우, 당시 그 지역에 공연장이 처음 생기니까 이미지 특성화 작업이 이뤄질 수 있었지만, 마포는 이전부터 해오던 것들이 있기 때문에 특정 장르를 내세운다거나 특성화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고, 적절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공연 및 프로그램들을 균형 있게 보급하는 게 더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커뮤니티아트 사업에 있어서는 좀 차별화를 두려고 한다. 마포구 전역에 거점을 두고 어린이, 주부, 다문화, 시니어 등 다양한 지역민들을 위한 일종의 ‘꿈의 무대’를 구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니어 극단을 구성해 그분들의 꿈의 실현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드리는 것이다.”

-본래는 서울시 행정과에서 재직했다고 들었다. 문화예술행정으로 뛰어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공직생활에 충실히 임했었지만 늘 마음 한 편으로는 내 인생에 나의 또 다른 역할이 있을 거라 생각을 했었다. 공직은 내가 가야할 길과 방향선이 뚜렷한데, 그런 것과 다른 어떤 모험을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세종문화회관이 법인화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딱 이틀 고민하고 사표 낸 뒤, 세종문화회관에 지원했다. 세종문화회관에 입사가 안 될 수도 있었지만 일단은 그렇게 행동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다행히 그곳에 들어가긴 했지만, 엄청난 분들 틈에서 솔직히 많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남들 백 보 갈 때, 나는 겨우 오십 보 가는 수준이랄까. 문예회관에서는 홍보와 경영기획, 공연기획이 제일 중요한데, 14년간 세종문화회관에 몸담으며, 나는 운이 좋게도 그 세 가지를 모두 거칠 수 있었다. 내가 직접 몸을 던져 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배울 수도 없는 거더라. 어려운 사업들도 많아 어떤 때에는 도망가고 싶기도 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또 다른 모험에 나섰다. 당시 외진 곳에 설립된 강동아트센터로 지원했는데...

▲이창기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

“세종문화회관 같은 중앙에만 있다가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는 강동아트센터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 고민의 끝은 무용중심극장으로 차별화를 두자는 거였고, 이를 표방하고 나서자 주변과 지역의 반대가 컸다. 왜 그리 어려운 걸 나서서 하려고 하느냐며 날 말렸다. 남들이 했던 것, 쉽고 편한 것만 해서는 영원히 2등일 수밖에 없다. 어려운 것일수록 달갑게 해야 하고, 비록 모험이지만 그걸 이루기만 한다면 각광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문화예술 행정 경영인으로서 가져야할 자질은 무엇일까?
“문예기관 행정인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첫 번째로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이다. 공장장이 자기 공장 돌아가는 기계와 직원들에 대해 모르면 안 되지 않나. 일단은 문화예술 생태계에 대해 잘 알아야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문화예술 사업에 대한 경영을 알아야 한다. 일반적인 경영논리로는 접근하기 어렵다. 세 번째로는 공공성이다. 문예기관 대부분이 국공립예술기관이다 보니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으로 운영된다. 즉,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니 공공행정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는 문화예술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이쪽 시장은 대부분 네트워킹을 통해 돌아간다. 이 네 가지가 모두 중요한 것을 알고 나도 늘 노력하지만 어렵다.”

-그렇다면 본인만의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늘 진실함을 갖고 본질에 충실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본질을 회피하고 내 자신까지 속이려고 하면 안 된다. 다른 것은 몰라도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앞으로 마포문화재단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큰 과제로는 공연장, 예술교육, 지역문화, 스포츠 등 네 가지 축이 있다. 각각의 핵심 요소들에 대한 심화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 조직 문화개선 등이 먼저 확립돼야 한다.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나. 비전 수립팀을 구성해 앞으로 지켜볼 계획이다.”

-꿈은 무엇인가?
“늘 내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이제는 후배 양성에도 힘써야할 것 같다. 때로는 회초리도 들고 또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옆에서 도움이 되기도 해야겠다. 그리고 어떤 위치에서건 그 현실과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그걸 충실히 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