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의 박물관 칼럼]공립박물관에서 구슬 꿰기
[윤태석의 박물관 칼럼]공립박물관에서 구슬 꿰기
  • 윤태석 뮤지엄 칼럼니스트 / 문화학 박사
  • 승인 2015.04.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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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석 뮤지엄 칼럼니스트/박물관협회 기획실장/문화학 박사/한국박물관학회 이사/한국박물관교육학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것이라도 다듬고 정리하여 쓸모 있게 만들어 놓아야 값어치가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네이버 국어사전).

지난 1월부터 공립박물관(미술관 불포함)을 대상으로 구슬을 꿰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2015 공립박물관 소장유물 DB(database)화 사업이 그것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한국박물관협회(이하 한박협)를 통해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제목에서와 같이 국고로 공립박물관 소장품을 데이터베이스(이하 DB)화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립은 해당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소장품을 수집하고 관리해왔다.

그러나 광역자치단체에서 직영하거나 기초 자치단체 일부공립 박물관을 제외하고는 개관이후 소장품 관리가 제대로 되지못하고 있음이 감사원을 비롯한 관련 당국의 감사나 실태조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실로 드러나곤 했다.

그리고 이러한 공립의 소장품 수집 및 관리 부실은 박물관의 제 기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주요원인으로 이어져왔다.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총13억 6천여만 원을 확보해 공립의 유물 DB인력과 촬영인력 인건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공립박물관의 자격은 우선 학예사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박물관전문인력 1명 이상이 1년 이상 해당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어야 한다.

먼저, 참 궁색한 지원조건이 아닐 수 없다. 등록박물관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상 필수 채용인력인 자격증 소지 학예사가 반드시 한명이상 있어야하는데 한명도 없이 운영되어온 공립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지원사업의 지원규모는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에서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박물관 35개관 내외로 이들 관에는 최대 2명까지의 소장자료 DB인력 인건비를 2015년도 3월부터 12월까지 최대 10개월간 일부 지원한다.

종합해보면 지원관수 목표보다는 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원인 만큼 인력수와 지원기간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총 70명이 각 10개월씩 근무하는 만큼 몇 개의 박물관이 되건 간에 총 700개월을 지원하는 것이다. 지원은 정부 70% 지방비 30% 매칭 지원방식이다. DB전문 인력이 받을 월 급여는 200만원으로 확정되었으며, 정부 140만 원 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60만원이다.

1월말 단행한 1차 공모 시 많은 관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한박협을 통해 3차 지원공모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총 지원목표의 50%도 넘기지 못하고 있는 저조한 상황이다. 박물관의 지원율이 낮은 이유는 첫째, 예산을 확보할 때 미리 중앙 및 지방정부간 조율을 할 수 없는 시스템에 따른 것이다.

이것은 중앙정부 예산이 확보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년도에 금년 지방정부의 예산에 이번 매칭 분을 편성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 점은 예산의 규모를 떠나 시스템 상 불가피한 것이었음을 알게 한다. 따라서 이를 지금에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별로 추경예산 편성이 필요해 보인다.

두 번째는 정부의 예산이 민간기구인 한박협에 지원되어 민간 경상보조금으로 성격이 바뀜에 따라 공기관인 공립이 민간 교부금을 받을 행정적 절차가 매우 번거롭고 까다롭다는 규정상의 한계 때문이다. 이 점은 불가피한 요인이라기보다 사전에 이를 계산하지 못한 상호간의 책임이 있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들 이유보다도 앞서는 본질적인 원인은 지자체에서 박물관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 매우 낮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번에 관 지원공모결과 상당수의 박물관은 DB인력 1명이면 DB화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매월 관이 부담해야할 매칭 인건비는 60만원이다. 이정도 예산은 의지만 있으면 지자체에서 충당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관의 위상과 존재의 필요성, 역할 등이 높게 평가되지 않거나 다른 예산사용처와의 경쟁에서 밀려 지자체별로 이 예산을 확보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분위기인 곳도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이러한 원인이 금년지원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편, 공모를 통한 지원 관 선정기준은 지원인력 운영계획, 목적사업 계획 실행의 가능성, 시설·인력·소장품 여건 등 검토, 끝으로 표준유물시스템 활용 DB구축 현황 및 2015년 계획이다. 이미 밝힌바와 같이 DB전문 인력이 받을 월 급여는 200만원이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초보자도 지원이 가능한데다 이 분야에 실업률도 높아 지원자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역시 공모결과 지원자가 많지 않았다. 아니 지원자는 있으나 양질의 적임자가 없다는 말이 옳을 듯하다.

그 이유는 첫째, 근로여건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많아야 10개월 근무가 전부이며 이후 지속성여부는 지금으로서는 불확실하다. 10개월을 한곳에서 근무할 수 만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해당 박물관의 유물 DB에 단 몇 개월만 인력이 필요하다고 신청한 관도 적지 않아 근무기간은 훨씬 짧은 경우도 있어, 자원의 질 저하와 지원자가 감소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근무지도 거주지와 멀리 떨어져서 근무해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한다. 많지 않는 급여에 몇 개월 되지 않는 근무를 위해 거주지까지 옮긴다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은 결정을 요하는 상황인 것이다. 박물관 유물DB 구축 관련 업무 경험자 또는 관련 전공자, 학예사자격증 취득자가 우대사항이나 요건을 충족하는 자원을 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는 별개로 소장품 촬영인력도 배치해 유물DB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유물DB인력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발한 표준유물관리시스템에 파견박물관의 소장품을 DB화하고 나면 파견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2인 1조로 권역별 4개조로 운영되는 촬영인력은 한박협에서 직영한다. 유물DB인력이 파견박물관 소속이라면 촬영인력은 한박협 소속이라는 것이다.

사진 전공자와 박물관 유물 촬영 유경험자를 우대조건으로는 하고 있지만, 일반인도 참여가 가능한 이 인력은 월250만원 급여가 전액 국고로 지원된다. 촬영장비는 국고에서 구입해주며 활용 후 국가재산에 귀속된다. 다만, 월 급여에 숙식비, 출장비가 포함되어있어 이 역시 여유 있는 예산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인력의 경우 무거운 촬영 장비를 가지고 권역별로 개별 박물관을 직접 찾아다니며 촬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눅눅하지 않는 일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 역시 지원자가 많지 않았으며, 모집 시 문의를 통해 월지원금이 낮게 책정되었다는 볼 맨 소리가 이어졌다.

이외에도 이들의 근무여건은 유물DB인력에 비해 더 복잡하다. 촬영대상 박물관을 일정에 맞춰 돌아다녀야하며, 촬영 후 일정기간은 가택근무를 통해 정리하는 작업도 병행해야한다. 또한 1일 1점당 3컷 기준 50점~70점의 유물을 촬영해야하는 벅찬 일정도 소화해야한다.

이에 더해 박물관과 박물관간 촬영기간에 빈 공간이 생겼을 때는 한박협에서 별도로 요구할 수 도 있는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한편 한박협의 고민도 적지 않다. 한박협 입장에서는 이들이 고가의 정부자산인 장비를 소지하고 현장을 누비는 외근 소속인력이기 때문이다.

우선, 근무상황을 점검하기가 쉽지 않으며, 가책근무 시점과 기준도 결정하기도 난해한 상황이다. 또한, 외부기관과의 업무에서 오는 마찰이나 스트레스, 행여나 발생할 수도 있는 안전사고, 장비의 파손과 분실 등 고려해야할 점이 적지 않다. 첫 사업인 만큼 서로 이해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풀어 나아가야할 쟁점들이다.

이렇듯 공립의 구술 꿰기가 시작되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에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을 더하고 싶다. 문체부, 한박협, 지자체, 파견전문인력 간에 만들어 나아가야할 사업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