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섭의 비평프리즘]단색화와 미술시장
[윤진섭의 비평프리즘]단색화와 미술시장
  • 윤진섭 미술평론가/시드니대학교 미술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15.04.1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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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진섭 미술평론가 / 호주 웨스턴 시드니 대학 철학박사 / 광주비엔날레 큐레이터 /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 총감독 / 상파울루비엔날레 커미셔너 / 국립현대미술관 초빙큐레이터(한국의 단색화전) /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 역임 / 현 국제미술평론가협회(AICA) 부회장, 시드니대학교 미술대학 명예교수

 최근의 미술계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단색화’이다.

70년대에 태동돼 8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화단을 달군 그것은 60-70년대 화단을 점유하고 소멸된 서구의 미니멀리즘과는 달리 2세대 작가들에 의해 현재도 꾸준히 계승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Dansaekhwa’란 고유의 용어가 해외의 미술잡지에 꾸준히 소개되면서 이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기에 이르렀다.

이는 단색화에 대한 해외 미술관계자들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필연적으로 미술시장의 연착륙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처럼 단색화에 대한 해외 미술시장의 뜨거운 반응은 국내 미술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현재 1세대 원로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단색화에 있어서 문제는 거래가 소수의 작가들 작품에만 한정돼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화단에는 일부 화랑이 ‘작전’에 돌입했다느니 하는 미확인된 소문만 무성하게 떠돈다.

그도 그럴 것이, 1세대 단색화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 값이 경매에서 전년 대비 10배에서 30배 정도의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일종의 투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물론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

미술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가격지수를 바탕으로 작품 값이 서서히 형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미술품에 대한 건전한 투자는 건전한 미술시장의 형성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며,

이를 바탕으로 미술시장의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미술시장은 1차 시장인 화랑과 2차 시장인 경매로 나눌 수 있는데, 현재는 2차 시장인 경매가 1차 시장인 화랑을 추월한 형국이다. 고객들이 화랑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싼 경매에서 작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면서 1차 시장인 화랑과 이의 결집체인 아트 페어가 존립을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현 단계에서 과연 미술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우선 화랑의 입장에서는 작가의 발굴을 들 수 있다. 우수한 작가의 발굴을 위해 화랑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가 하는 문제가 우선적인 관심사로 떠오른다.

이는 기업이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는 일에 비견될 수 있는 사안으로, 우수한 작가의 발굴은 화랑의 주력사업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화랑의 경쟁력은 곧 우수한 작가의 확보에 달려 있으니 무엇보다 이에 매진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세한 국내 화랑의 입지는 아트 페어의 비용을 작가들에게 부담시킬 정도로 궁색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물론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끊임없이 떠도는 소문은 화랑의 공신력을 실추시키고 있다.

두 번째는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과감한 경기부양 정책이다. 현재와 같이 미약한 지원책으로는 불황의 깊은 잠에 빠진 미술시장을 살릴 수 없다.

국공립미술관의 미술품 구입예산의 증대는 전업작가들의 작품 구입을 활성화시킬 수 있으며, 미술은행의 구입 예산 증대는 아트페어의 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다. 정부의 과감한 미술시장 경기부양 정책을 촉구한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보다 창의력 있는 자세로 창작에 임할 일이다. 이런 때일수록 소극적인 자세보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작가들이 작품을 팔아 볼 요량으로 예쁘장한 작품에만 몰두할 때 장기적으로는 수준 높은 안목을 지닌 콜렉터의 시선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투철한 자기 인식에 토대를 둔 과감한 예술행위는 작가를 바로 세우는 바로미터라는 사실을 깨닫고 개성 있는 작품세계의 확립을 위해 매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수십 개에 달하는 국내의 아트 페어는 이제 재(再) 정립기에 도달해 있다. ‘그 밥에 그 나물’ 격인 아트 페어는 과감한 조정을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기획력이 부재한 안이한 경영방식이다.

큐레이팅 개념을 도입하여 살아있는 ‘아트 페어’를 만드는 것, 문제의 핵심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