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쾌정 한국박물관협회 회장]“관장에 학예사 자격증 부여… 예산절감·박물관인 위상 증대 기대”
[인터뷰 - 김쾌정 한국박물관협회 회장]“관장에 학예사 자격증 부여… 예산절감·박물관인 위상 증대 기대”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5.04.16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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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미술관 특화 보험상품, 물품 공동구매 등 위한 공제회 발족

1976년 한국박물관협회 전신인 ‘한국민중박물관협회’ 창립 당시부터 활동해 온 김쾌정 허준박물관장이 지난 2월 한국박물관협회 제8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한국박물관협회 회장, 허준박물관장 / 한독의약박물관 학예사ㆍ관장, 한국박물관협회 이사ㆍ부회장 역임 / 2000 문화관광부 장관표창장, 2004 자랑스런박물관인상 등 수상 /  고려대 사학과 동대학원 졸업 / 육군 제3사관학교 국사교관

역사학 전공을 살려 우리나라 두 번째 사립박물관으로 설립된 한독의약박물관에 입사하며 김 회장은 박물관 분야에 헌신해 온지 어느덧 40년을 훌쩍 넘겼다. 한국박물관협회 창립부터 오늘날까지 협회의 역사 곳곳에는 김 회장이 있었다. 평생을 협회를 위해 봉사하고 고민해 온 만큼 협회와 국내 박물관 실정에 대해서는 꿰뚫고 있는 그이다. 30여 년간 한독의약박물관에서 학예사와 관장을 역임한 후,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강서구립 허준박물관의 시작부터 함께하며 현재 관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10월, 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그는 박물관·미술관 공제회 발족, 박물관·미술관 지원센터 구축 등 오랜 경험을 토대로 한 공약을 내세워 회원들의 지지를 받아 선출됐다. 허준박물관에서 그를 만나 공약 등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국박물관협회 제8대 회장으로서 3개월가량을 보냈고 지난달 취임식이 열렸다. 지금까지 계획한대로 잘 흘러가고 있나.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는 원만하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협회가 올해 가장 주력하는 사업이나 계획은 무엇인가?
“먼저, 회원관 수 확대와 관련법령·정책·지원의 다변화에 힘쓰고자 한다. 또한 박물관·미술관의 활동범위 확대, 산하 단체들의 활성화 등 우리 협회 내외부 환경 변화를 능동적으로 담아내는 체제 정비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동안 협회의 규모가 성장하면서 그만큼 복잡한 현안도 늘어가고 있다. 이를 포용하고 수용하는 큰 그릇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우리 협회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일 것이다. 이 체제의 정비를 먼저 한다면 다른 사업이나 계획들은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박물관과 미술관 회원의 권익강화를 위해 공제회 및 지원센터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각 사업의 핵심내용 및 추진 계획이 궁금하다.
“박물관·미술관이 이미 1천관이 넘었고 또 법적으로 박물관 범주에 있는 모든 시설까지 합한다면 그 수는 훨씬 더 많다. 게다가 최근 새롭게 문을 여는 박물관 수는 약 70여 개 관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렇듯 늘어가고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들을 위해 상해보험, 화재보험, 연금보험, 자동차보험 등 특화된 보험 상품과 상조상품, 박물관 물품 공동구매 등 공제회를 통한 다양한 상품이 개발돼야 한다. 이는 박물관과 박물관인의 이익과 복지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따라서 한국박물관공제회(가칭) 같은 별도의 법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원센터는 말 그대로 박물관과 미술관을 지원하는 곳으로, 관 설립 전 단계에서는 건립과 개관, 운영에 대한 컨설팅을, 기성 관에게는 세제, 민원, 제도, 운영, 교육 등에 대한 자문을 지원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운영의 효율성을 지향하고 박물관의 건전한 활동이 담보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본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협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가 아닐까.”

-사단법인인 협회를 특수법인화 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계획이 궁금하다.
“사단법인 한국박물관협회를 특수법인 한국박물관·미술관연합회로 바꾸어 나갈 계획을 선거 당시 공약했는데, 솔직히 우리 같은 사단법인체 조직의 특수법인화는 쉬운 문제는 아니다. 정부 조직의 슬림화, 산하 특수법인 통폐합 정책과도 부합하지 않는 목표일 수 있겠으나 이 목표는 이해득실을 잘 따져보고 회원들과 좀 더 충분한 논의를 통해 추진함이 옳을 듯하다.”

-주요 국공립박물관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유료로 운영 중인 사립박물관과 비교되는 경우가 있다. 대다수의 사립박물관들이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으며, 국공립박물관 무료입장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충분한 고민 없이 결정한 국공립 관람료 무료화는 잘못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박물관·미술관의 공익적 역할을 고려할 때, 무조건 철회를 요구할 수도 없다고 본다. 그리고 이 때문에 사립 박물관·미술관이 어렵게 됐다는 주장도 일정 부분 설득력이 떨어지기도 하다. 다만, 사립에 대한 정부 지원책이 더 늘어야 함은 분명하다. 아무래도 사립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시설과 국공립처럼 세련되게 가공하기 쉽지 않은 콘텐츠, 그리고 관람료라는 벽과도 상대해야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협회 또한 정부의 적극적인 고려가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흔히 ‘공짜는 명품보다는 질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라는 인식이 있지 않나. 우리 민족의 우수성이 내제된 유물들을 공짜로 보여주는 것보다는 좋은 전시와 기획 등을 통해 ‘명품’으로 만들어 보여주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협회에서는 사립박물관 및 미술관을 대상으로 학예인력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110개관 박물관, 45개관 미술관 총 155개관이 선정됐다. 선정과정 및 심사 절차가 궁금하다.
“이 사업은 학예사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인력을 박물관·미술관에 배치하는 사업으로, 2007년에 시작돼 9년째 실시하고 있다. 정부 담당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에서 사업방향이 결정되면 공모를 통해 지원을 받고자하는 관과 구직을 원하는 학예사를 모집한다. 이를 다시 다양한 인사로 구성된 심사위에서 지원여부를 확정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사업은 박물관·미술관 발전에 꼭 필요한 가장 기본이 되는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인건비의 상향과 벽지 소재 박물관에 대한 인센티브 조치 등 시급히 보완해야할 사안도 몇 있다.”

-학예인력지원사업에 대해 한정된 예산, 부족한 인력 등에 따른 사립박물관장들의 불만이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관장님들의 불만이 많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지원비용이 연간 2천만 원이나 되기 때문에 지원을 받다가 못 받으면 부담이 크다. 실정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상황이 아닌 게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인건비를 많이 준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학예사 자격증 취득자가 많아진다고 해서 풀리는 문제도 아니다. 제도, 정책, 인식, 전문 인력의 역할과 기능, 윤리의식 등 총체적인 관점에서 고민돼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복합적인 상황에서도 지원비 증액이 가장 급선무일 것이다. 재작년까지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구분하지 않고 같은 기준으로 평가가 진행됐는데, 지난해부터 박물관과 미술관을 구분해 예산이 각각 나오기 시작했다. 사립박물관의 유물이 개인의 사비로 사들이는 것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박물관이란 곳에서 국민에게 공개된 이상 그것은 공공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많은 곳에 기회가 돌아가야 하지만 예산은 동결됐고 박물관 수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몇 년째 계속 받고 있는 곳이 있는 반면, 어느 곳은 몇 년째 못 받고 있기도 하고, 또 신규 박물관에게도 기회가 가야할 것이고… 평가하는데 어려움이 많지만 오랜 기간 관리하다보니 표준화된 기준이 생기고 그에 따라 공정하게 선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난 문화재를 은닉하고 심지어 훼손하는 등 최근 사립박물관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보안책은 무엇일까?
“사실 관계를 떠나 우선 박물관인에게서 이러한 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여도 할 말이 없다. 박물관인이 가져야할 도덕성과 윤리의식은 그 끝이 없다. 회원들 간에서도 박물관인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오명을 남긴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오가기도 한다. 법적으로 책임이 크고 사회적으로 파장이 크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박물관 관련 법령에 의한 등록제도와 실태조사 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시급히 정비해야 할 것이다.”

-공약에서 박물관 및 미술관 관장들에게 학예사 자격증을 쉽게 취득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학예사란 직업이 아무래도 안정적인 직업으로 분류되다보니 이직률도 거의 없고 인원이 모자라다. 개관한지 5년, 10년쯤 되면 그 관장은 웬만한 학예사보다 그 분야를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예를 들면, 관장으로 5년 이상 재직했다면 준학예사로, 10년 이상된 분들께는 3급 정학예사자격증 등을 부여하고자 한다. 그냥 주는 것은 아니고 일정한 교육 등을 거치고 심의를 해서 관장에게 학예사 자격증이 발급된다면 박물관은 월급을 주지 않고도 학예사 한 명을 고용하게 된 거나 다름없다. 그러면 국가적으로도 예산을 줄이고, 관장들 스스로도 떳떳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물론 관장님들이 요구하는 본질을 먼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아울러 법적, 제도적, 정서적 접근법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파악해 볼 예정이다.”

-협회는 전국 680여 개에 달하는 박물관 및 미술관을 아우르고 있다. 임기는 4년이다.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한다.
“40여 년을 오로지 박물관을 지켜 온 경험을 살려 낮은 자세로 박물관·미술관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들의 권익을 위해 헌신하겠다. 지켜봐 달라.”

-현재 허준박물관 관장 직을 맡고 있다. 허준박물관에 대해 소개해 달라.
“허준박물관은 허준 선생께서 태어나고 돌아가신 옛 양천현인 현재의 서울 강서구에서 2005년 설립해 최근 개관 10주년을 맞아 기념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설립 때 건립비 지원 외에는 현재 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없으며, 지자체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개관 이후 지금까지 관람객은 75만 명이며, 한해 평균 8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과 보람이 됐던 기억이 있다면 말해 달라.
“허준박물관 개관 이후 10주년을 맞이한 지금까지 비교적 순탄하게 운영한 편이라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수집한 자료 중 허준 선생께서 지으신 <신찬벽온방>(보물 제1087-2호)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의서인 <구급간이방>(보물 제1236-2호) 등 두 점이 보물로 지정된 것이 가장 보람됐다. 이외에도 약초원을 조성해 약 100종의 약초를 재배하고 있는데, 이를 찾아 즐기는 관람객들을 볼 때도 마음이 훈훈하다.”

-문화융성시대에서 박물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한 박물관이 중요한 이유는?
“문화는 오랜 세월동안 축적되어 온 삶의 지혜이며, 숨결이고, 혼이다. 그리고 박물관은 이를 담는 큰 그릇이라 할 수 있다. 수많은 문화시설 가운데 가장 핵심시설이 바로 박물관 아니겠나.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며 한 나라의 역사와 전통문화가 녹아 있는 곳이다. 또한 뿌리가 깊고, 그 샘 또한 깊으며, 지혜의 보물창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처럼 옛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듯, 다양한 박물관 소장 자료를 바탕으로 한 박물관교육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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