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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보는 세월호 사고 1주년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믿음과 꿈
2015년 04월 20일 (월) 18:45:13 권오정 류코쿠대학교 명예교수 press@sctoday.co.kr

   
   △권오정 류코쿠대학교 명예교수
4월15일자 『아사히신문』조간 10면에 실린 특집기사「슬픔은 멈춘 채  한국 세월호 침몰 1주기」라는 전면 특집기사를 보면서 먼저 머리에 떠오른 것은 ‘엄마 이게 마지막 메일이야. 엄마 사랑해’라는 어린 학생이 보낸 메시지였다. 

1년전 처음 이 뉴스를 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 메시지가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가슴을 메우고 눈물을 자극한다.

강의 중에 앞에 앉아있는 학생들과 메시지를 보낸 학생이 겹쳐져 보여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수강생들을 놀라게 한 게 한두번이 아니다.

참사가 있은 지 어느새 1년이라니. 내 머리와 마음 속에서는 이 비극이 지금도 진행 중이라서 1년의 과거가 믿어지지 않는다.

일본의 모든 일간지들이 1년 전의 세월호 사고를 크게 보도하고 있다.

재해가 많은 나라이고 한국 못지않게 대량생산, 최대이윤의 창출이라는 효율성 지상주의의 ‘근대신드롬’에 빠져왔던 일본이기에 세월호 사고를 자기 반성의 재료로 삼고 있는 것 같다.

안전을 돌보지 않고 앞으로만 달려 온 한국 사회의 비뚤어진 모습, 진전되지 않는 사고 규명과 사고 처리 태세를 둘러싼 대립, 살려지지 않고 있는 사고의 교훈… 등 한국의 논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흐름의 기사들이다.

오늘의『아사히신문』은 침몰되는 선체, 단원고의 교실 사진, 사고 해역의 지도도 게재하면서 세월호 사고일지, 피해상황까지 정리해주고 있다.

그 피해상황을 보면서 새삼 희생된 250명의 어린 생명들, 그 중의 한 학생이 보낸 ‘엄마 사랑해.’라는 마지막 메시지가 선히 떠올라 다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흐려진 시야에 어른거리는 피해상황을 보다가, 아니, 이런! 놀라운 사실이 뇌리를 스쳤다. 

 학생들의 희생자가 너무 많아 다시한번 가슴이 메인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오늘 새삼 놀란 것은 교사・학생의 희생율이 다른 승객이나 승무원에 비해 훨씬 높았다는 사실이다. 거꾸로 말하면, 교사・학생의 구조율이 다른 승객이나 승무원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의 정리에 따르면 배에 탄 학생 325명 중 구조된 것은 75명(약23%)이고, 사망자는 250명(행방불명자4명 포함, 약76.9%)이나 된다. 교사의 경우는 14명 중 구조자 3명(약21.4%), 사망자11명(행방불명자 2명 포함, 약78.6%)이다. 이에 비해 일반 승객은 구조자 71명(약 68.2%), 사망자33명(행방불명자3명 포함, 약 31.7%)이다. 또 승무원의 경우를 보면 구조자 23명(약 69.7%), 사망자10명(행방불명자 없음,약30.3%)이다.

모든 생명이 소중하기는 마찬가지지만 비상시 역할을 생각한다면 승무원의 희생율이 가장 높아야 했을텐데, 세월호 사고에서는 승무원이 가장 낮다는데 대한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승객보다도 선장이 먼저 탈출해버린 세월호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는지 모른다.

그런데 왜 학생들의 희생율이 그렇게도 높았을까?
어느새 눈물은 마르고 머리 속에서는 열심히 그 이유를 찾고 있었다. 일반 승객들과 달리 단체로 승선한 학생들인만큼, 놀이 등의 단체활동을 하느라 탈출이 늦어졌을까? 전날 밤 늦게까지 놀아서 늦잠을 잤을까? 그러나 이 가능성은 사고 시간 등을 고려할 때 배제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학생들이 머물렀던 장소가 바닦 선실이었기 때문에 탈출이 늦어졌을까? 학생들이 머물렀던 장소가 배의 아래 쪽이어서 탈출이 어려웠기 때문에 그들의 희생율을 높였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세월호가 선내 몇 층이나 되는 큰 배가 아니었고, 학생들의 운동 능력이 일반적으로 높다는 걸 감안하면 머물렀던 장소가 희생율을 높인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면 왜?사고 당시의 보도기사를 보면 [움직이지 말고 있는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는 선내 방송이 있었다는 걸 전하고 있다. 이 방송안내가 학생들의 탈출 행동을 멈추게 했던 결정적인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 다만, 이 방송은 학생들에게만 들렸을리 없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학생들의 탈출 행동을 지연시킨 요인을 보다 정확히 지적한다면 선내 방송에 대한 신뢰, 즉, 어른들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질서의식이었다. 결국 그 신뢰에서 온  질서의식이 되려 그들을 죽음으로 끌고간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해양경찰에 직접 구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국가기관과 첨단기술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 기지였다. 그러나 이 또한 ‘네가 있는 곳이 어디야?’라는, 첨단기술을 갖춘 국가기관으로부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되물음만 있었을 뿐이다.

결국 어른들에 대한 신뢰가 결과적으로 학생들,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한 교사들의 희생율을 터무니없이 높이고 말았던 것이다. 신뢰가 희생을 부르는 구조.  이것이 한국 사회의 구조란 말인가? 오늘도 성완종리스트와 같은 한국의 신뢰를 흔드는 뉴스들이 뜨고 있다.

학생들로부터 볼 때 어른이란 자신의 미래이기도 하다. 어른에 대한 신뢰는 곧 자신의 미래에 대한 믿음이고 꿈인 것이다. 세월호 침몰은 어린 학생들의 그 믿음과 꿈을 침몰시키고 만 것이다.

‘엄마, 사랑해’라는 메시지는 ‘엄마, 나 살려줘!’라는 생명의 원천적인, 믿음을 갈구하는 외침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 호소마저도 허무하게 허공에 날아가버린 전파가 되고 말았다.  슬픔과 분노로 통곡한다.  (2015년4월17일)  

*이 글은 류코쿠대 권오정 교수님이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칼럼니스트인 도쿄가쿠게이대학 이수경 교수에게 보낸 글을 싣는다. 이수경 교수는 권 교수의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는 분석이 이 마음에 와 닿아서 이글을 본지에 싣고 싶다고 보내왔다. 이 수경 교수는 "믿다가 되려 희생이 되어버린 세월호.어른들을 신뢰할 수 없는 사회구조에 대한 교육학 교수로서의 비분강개하는 모습과 그 어른의 눈물어린 개탄에 참으로 숙연해 진다. 분석이 나왔지만, 한국 사회에 대한 해외에서 보는 동포의 한 사람으로서의 안타까운 마음의 발로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사회를 보다 질서있게 어른들이 먼저 신뢰를 보여 학생들이, 젊은 층이 어른들을 신뢰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간다면 문제가 없을텐데....이상론인가? "라고 끝맺으며 세월호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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