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소리꾼 장사익의 노래는 국악인가? ②
[김승국의 국악담론]소리꾼 장사익의 노래는 국악인가? ②
  •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
  • 승인 2015.04.3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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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시인

끝이 없을 것 같은 겨울이 가고 개나리꽃, 진달래꽃이 만개한 봄이 찾아왔다. 오늘은 일요일. 모처럼 경조사도 없어 휴일의 여유를 맘껏 즐기고 있다.

이런 날이면 소리꾼 장사익의 음반을 꺼내 ‘꽃구경’이나 ‘찔레꽃’을 크게 틀어 놓고 들으면 상춘(賞春)의 즐거움은 배가된다.

극장 운영을 했던 나로서는 장사익의 공연을 유치하면 흥행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일게다. 환갑을 훌쩍 넘은 그에게 어떠한 매력이 있어서 그럴까?

그것은 그의 호소력 있고 애절하고 서정성 짙은 창법이 뭇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는 윤중강 등 국악평론가들 사이에서는 ‘가장 한국적으로 노래하는 소리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1996년 KBS 국악대상 금상, 2006년에는 국회 대중문화, 미디어 대상 국악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러면 소리꾼 장사익의 노래는 국악인가?  그는 국악창법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가?  그의 창법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전통창법의 선법이나 시김새가 없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의 노래는 국악이 아니다.

그러나 그의 창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그의 즉흥적인 가창, 박자 파괴, 틀을 깨는 특유창법은 국악창법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가 노래를 하는 중간 중간에 가락을 붙이지 않고 이야기하듯 엮어 나가는 독백은 판소리의 ‘아니리’와 닮아있다.

또한 그가 선율을 꾸며가는 방식이 민요의 선율을 꾸며가는 방식과 일체감을 주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에게는 그의 노래는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는 국민가수 장사익이라는 찬사보다는 소리꾼 장사익으로 불리기를 좋아한다.

그는 피리, 대금, 단소, 태평소, 풍물 등을 두루 학습한 바 있으며 한때 국악계에서 활동한 적도 있다. 그러니 국악이 자연스럽게 그의 음악세계에 깊이 자리 잡고 있어 그의 창법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그의 노래는 국악이다.

장사익은 자신의 노래는 물론, 남의 노래도 일단 그가 부르면 우리 고유 가락과 가요의 애잔한 정서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그만의 독특한 호소력 강한 창법과 뛰어난 가창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댄다.

일반 시민들에게 그의 노래가 국악적(國樂的)인가 물어보면 대부분 그렇다고 응답을 한다. 그러니 그의 노래는 국악이 아니기도 하고, 국악이기도 하다.

우리가 요즘 듣고 있는 전통음악들은 만들어졌을 때 당대의 대중들의 정서와 깊이 공감하며 폭 넓게 대중적 인기를 크게 얻은 음악이다. 국악의 대중화를 원한다면 우리 국악을 알아주지 않는 다는 불평을 하기에 앞서 이 시대의 음악의 흐름이 어떻게 가고 있으며, 대중의 귀가 어디에 가 있는가에 대한 분석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장사익의 노래처럼 대중들이 듣고 싶어 하는 국악곡이 많으면 국악의 대중화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중들의 정서와 교감할 수 있는 많은 창작 국악곡의 출현을 기대한다.

노래를 만들어도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애환을 노랫말로 만들어 전통음악에 기반을 둔 이 시대의 창작 노래를 만들어야하고, 연주곡을 만들어도 전통음악에 기반을 이 시대의 창작 국악곡을 만들어 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능한 국악 작곡가 양성과 교육이 중요하다. 국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풍성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그 주역은 작곡가들이다.

훌륭한 작곡가들을 키워내는 것은 단 시간에 되는 것이 아니다. 작곡가의 신예 발굴을 위한 지원의 강화와 국악교육이 활성화되고 정상화되어야한다. 그래야 국악의 대중화도 꿈꿔볼 수가 있다.

또 하나, 우리의 국악이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유아기부터 국악교육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음악적 감수성이 키워지기 시작하는 나이는 2~3세부터 시작하여 5~7세에 결정이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어릴 때부터 우리 음악, 즉 국악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주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놀이에 의하여 우리 음악과 가깝게 해주는 것인데 우리 국악 장단과 음정에 기초한 전통 전래놀이와 전래 토속민요, 전래동화 콘텐츠를 개발하여 영유아에게 보급하는 것이다.

또한 어릴 때부터 우수한 국악공연을 관람하도록 해주는 감상교육이 필요하며 우리 국악교육이 방과 후 과외활동이 아닌, 정규 수업시간에 다루어져야하며 국악교육을 시킬 역량을 갖춘 교사의 제도적 확보가 필요하다.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정서와 교감할 수 있는 창작 국악곡의 소스는 어디에서 찾아야할까?  그 소스는 다양하겠지만 기존의 전통음악이 기반이 되어야한다. 기층민의 음악인 토속민요는 전통음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소스이다.

토속민요 안에는 우리 민족이 반만년 동안 면면히 다져온 삶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져 있기 때문에 오늘 날에도 변할 수 없는 생명력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의 우리의 토속민요 속에는 활용할 만한 음악적 요소들이 풍부하다. 토속민요라는 자원을 활용하여 창작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소위 퓨전국악이라는 미명 아래 연주되는 곡들 중에는 어느 나라의 음악인지 분간이 안 되는 국적불명의 음악들과 빈번히 만나게 된다. 우리 악기로 서양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스스로 대견해하며 그것을 퓨전국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퓨전국악이라 하더라도  대전제는 우리 음악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다. 어떤 악기를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악기를 연주하느냐가 중요하다. 피아노로 연주해도 전통적 음악 양식을 따르면 새로운 우리의 음악이다.

요즘 퓨전국악이라고 내놓은 악곡들을 살펴보면 서양 악곡처럼 7음계를 쓰고 화성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국악기의 연주력 확대라고도 볼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전통적 표현음의 색채를 7음계 구조로 재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많은 연주자들이 서양음악에 가깝게 표현하려는 것에 있다. 흔히 동양음악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5음계, 선법, 단선율, 시김새를 든다. 국악관현악곡도 서양 오케스트라를 모방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전통음악의 장점인 음악의 미학, 자유로움, 즉흥성을 잘 살려 잘 발효된 한국식 국악관현악곡으로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한편으로는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서 공중파 방송국 주관의 국악가요제, 대학국악가요제, 주부국악가요제 등 다양한 국악가요 경창대회가 만들어진다면 그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그리고 대중음악, 혹은 클래식 음악을 하는 예술인들이 국악의 대중화에 참여하는 것을 적극 장려, 지원해주어야 한다.

또한 불교의 찬불가, 천주교나 기독교의 찬송가, 정규 교육기관의 교가도 창작 국악곡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장려할 일이며 우리국악과 대중음악, 클래식, 재즈, 연극, 무용, 문학 등 타 장르와의 융합 및 협업에 의한 창작 공연예술물에도 관심을 가져야한다.

우리국악을 어떻게 대중화하고 정상화하고 진흥시킬 것인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이다. 소리꾼 장사익의 성공은 우리 국악도 얼마든지 대중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