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의 미술현장 크리틱 2
이은주의 미술현장 크리틱 2
  • 이은주 갤러리 정미소 디렉터
  • 승인 2015.04.3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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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선물해준 대안공간의 또 다른 제도

△ 이은주 갤러리 정미소 디렉터

‘팔리지 않는 작업을 해야 대안적 작가이다. 곧 그것이 대안공간이 표방해야 할 몫이다'에 대한 슬로건은 개인의 이익추구만을 지향하는 갤러리와 비교, 평가될 척도 일수 있겠지만 각각의 색을 가지고 발전되어온 공간에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잣대는 아니다.

즉 단일한 전시의 형식적 패턴만 복제해 내거나 이벤트 성의 이슈몰이에 급급한 공간은 점차적으로 그 공간의 존재이유를 찾지 못하는 위기에 놓였다.

또는 같은 선상에서 지속적으로 검증을 하기 위해 물리적인 실험이 필요한, 그야말로 ‘실험적인 행위’와 ‘신진작가 발굴’이라는 테제 아래 지금 당장의 평가를 모면할 수 있는 기회를 택하고 있는 공간들이 점차적으로 늘어나는 양상이 확대되고 있어 점차적으로 공공재원의 지원 축소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상 신진작가 발굴전을 통한 전시 이후에 향후 3년에서 5년 사이에 급속도로 부각되는 경우가 있으며, 흥미롭고 전도유망하며 실험적인 작가를 선정했다는 평가는 보통 본 전시를 치룬 바로 그해에 객관적인 평가를 바로 받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술계 제도아래 작업생산의 출발을 기준으로 하여 상정하고 있는 세 박자(생산, 유통, 소비)가  있지만, 기획자와 대안공간을 두고 앞으로 또 다른 시스템 잣대가 요구되는 시점일 수도 있겠다.

가령 대안 공간 제도를 두고 또 다른 세 박자가 요구되는 것이다. 즉 대안공간(기획의시선), 예산확보, 정책, 평가를 비롯하여 전시작가군을 통한 장기적 관점의 전시컨텐츠 발굴이다.

전시를 만드는 기획자(작가가 기획한 전시포함)의 입장에서는 예산에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공간 주체의 기획자의 시선이 확보된다면, 바로 예산확보에 힘쓸 것이다.

특히나 한국 대안공간들은 문화예술위원회의 <시각예술 창작 및 전시공간 지원>이라는 공공재원으로 예산 일부를 충당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평가와 해마다 바뀌는 행정시스템의 숙지도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전시작의 내용 뿐 아니라 장기적 관점의 전시 컨텐츠 등의 삼박자가 어우러져야 한다.  민간 차원으로 시작된 대안운동이지만, 그 만큼 제도와 미술시장에 빗겨 있었기에 마련된 공공재원 정책이다.

자칫 형식주의적 전시방식으로 절대적 평가가 불가능 할 수 있는 상황으로 고려 혹은 작가의 전시방식시스템과 동일한 잣대에서 평가하는 형식에서 벗어나, 공간 마다 애뉴얼 리포트 혹은 각 공간의 경영과 이끌었던 주제와 맥락 등을 발표하여 서로 피드백 할 수 있는 정책마련도 필요할 것이다.

이는 적극적인 평가방식인데, 어떠한 특색을 두고 한 해를 마무리 했는지, 서로 토론방식의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현장과 정책의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또 각 공간은 새로운 것들을 구상하게 되는 좀 더 적극적인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특별한 제재 없이 형성되어 유지된 한국의 대안공간은 기존 미술관과 갤러리가 수용할 수 없는 대안을 창출하였다. 그래서 미술시장에선 자유롭다.

미술시장 논리 즉, 갤러리스트와 이를 소비하는 컬렉터의 취향 보다는 예술가 본연의 본질적인 고민에만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경제의 논리, 개인의 이익추구와 직결되는 문제와 무관하게 과거에서부터 연결된 시대적 고민을 바탕으로 현재를 기록하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일 것이다. 따라서 대안공간에서 전시하는 순간만큼 작가는 미술시장에 자유롭다.

안 팔리는 작업을 대안공간에서 수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을 하는 목적을 수행적으로 보여주는 장기적 성과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시장경제논리에 의한 작품성보다는 작가 본연, 본질의 사고가 개연성있게 설득되는 과정을 택해야 한다.

미술시장에서는 자유롭지만 예산엔 자유롭지 못한 대안 공간, 이러한 속성 때문에 미술시장의 매커니즘과 동일하게 예산을 확보한다면 대안공간의 역할과 의미가 보전되지 못 할 것이다.

이러한 평가는 짧은 주기 내에 이루어지지 않기에 때론 제도를 악용하여 모면할 기회를 스스로 선택하기도 하지만, 진정성 있는 사고를 통한 결과에 대한 검증 역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따라서 예술을 생산하는 주체, 분배하거나 유통하는 기획자, 예산, 정책, 평가자들의 매해 겪었던 고충을 수렴한 시스템들이 시간의 축척을 두고 점차적으로 다음을 향해 자리 잡혀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은주(李垠周) Lee EunJoo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를 졸업했으며 판화와 사진 전문 아트페어인아트에디션 팀장을 역임했다. 현실과 환타지의 경계시리즈(2008), 다양한 매체 속에서 탄생된 예술작품의 시나리오(2008), 비주얼인터섹션-네덜란드사진전(2009), Remediation in Digital Image展(2010), 미디어극장전-Welcome to media space(2011), 사건의 재구성전(2011), 기억의방_추억의 군 사진전(2011) 외 다수의 기획전 및 개인전을 기획했다. 전시와 출판(UP출판사 대표) 관련 일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아트스페이스 갤러리정미소 디렉터로 재직 중이다. 수상내역으로는 2010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표창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