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모임] ‘서울고 떼시조 동호회’
[이색모임] ‘서울고 떼시조 동호회’
  • 김보림 기자
  • 승인 2015.04.30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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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해태 윤영달 회장 주도로 16회 동창 중심으로 시조로 우의 다져

태~~~산~~이~~ 높~~다~~하~~~되~~~

계단을 내려가자 우리정신의 산물인 시조창이 들린다.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모여 우리 소리 시조창을 배운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고 취재에 나선 곳은 숙대전철역 인근 크라운해태 본사 건물이다.

△시조창 연습이 한창이다.

지하에 위치한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크라운해태 윤영달 회장을 비롯해 윤 회장의 모교인 서울고등학교 16회 동창생 30 여 명이 한마음 한 목소리로 ‘시조창’을 부르고 있다.연습에 몰입해 있는 모습이 너무나 진지해 다가가 사진을 찍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정가는 옛날 양반들의 노래였던 만큼 소리에서 선비의 기개가 묻어난다.윤회장의 주도로 지난해 8월 모임을 갖게 된 ‘서울고 떼시조회’ 동호회는 의지와 열의가 대단하다.

눈을 지그시 감고 자리에 앉아 연습에 한참 몰두하던 이들은 내일 강사 선생님의 개인발표회에 찬조 출연키 위해 무대로 나와 리허설을 갖는다. 어느 사이 이들은 ‘그 때 그시절’, 고교생으로 돌아가 있다. 

“희죽 희죽 웃는 건 문제가 있다”, “늙은이처럼 구부정하지 말고 나처럼 가슴을 쫙 펴라!” 등 문제점을 지적해 주며 오래된 친구들만이 나눌 수 있는 격 없는 대화가 오간다.급기야 나온 지 한 달 남짓 됐다는 신참으로, 현역 연극배우이자 연출가인 박찬빈씨가 자세 교정에 들어간다.

△서로 자세를 잡아주며 웃음 꽃이 만발한다. 

내일 올릴 찬조 무대를 위한 리허설에선 자신들이 ‘무대체질’이라는 우스갯 소리를 주고받으며 이내 의연한 모습으로 서로를 격려하는 우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일흔의 청년’들이 무대 위에서의 표정과 행동 하나하나 까지 서로 코멘트를 해주며 열정과 책임을 다하는 모습들이 아름답다.

개인사정으로 공연에 함께 하지 못하는 회원들도 자신의 자리에서 손동작으로 장단을 맞추며 마치 자신의 공연처럼 한마음으로 입을 모으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시조창을 들으니 마음의 평안함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우리의 노랫가락에 흥이 난다. 또 그들을 보니 왜 정가가 양반의 노래인지 알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자신이 시조시인이라 밝힌 한 회원은 “시조창을 배우면 시조를 쓰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시조를 접하게 됐는데, 마땅히 배울 곳이 많지 않던 차에 이 모임을 알고 나오게 됐다”며“국악에 대한 후원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윤영달 회장이 국악 후원을 확장하는 의미에서  시조창을 배워보자고 해서, 이렇게 동기들이 모여 배우고 있으니 참 고맙고 즐거운 일“이라고 말한다.

이 모임의 좌장인 윤진섭씨는 “처음 배우기가 힘들었지만, 배우면서 국악의 재미와 뜻을 하나하나 알게 됐고 단순히 우리의 음악을 넘어 우리의 모든 것에 관심이 생겼다” 며 “시조창을 배운 이후 삶에 여유가 생기고 정신도 맑아지고 호흡도 길어져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시조창 예찬론을 펼친다.
그는 또 “이 계기를 통해 동기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볼 수 있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라며 환하게 웃는다.

명창 변진심 선생의 아들 유기범 씨의 지도로 꾸려나가는 수업은 매주 화요일 2시간 씩  진행된다. 이들은 아직은 우리 정가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시조창 중 평시조를 배우고 있다. 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유기범씨에게 수강생들의 열의와 수준을 물었다.

“여러 명이 함께하니 시너지가 더욱 나고, 가르치러 왔는데 오히려 배우고 간다”며 “이분들은 다들 진지하고 열성적으로 참여해 가르치는 맛과 흥이 난다”고 말했다.

이 모임의 산파인 크라운해태 윤영달 회장은 “시조창을 넘어 요즈음은 장구를 배우고 있는데, 연습할 시간을 따로 내기 힘들어 상시 몸과 손으로 장단을 연습하고 있다”고 말하고 짐짓 기자에게 장구 시연을 보이며 국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나타냈다.

윤 회장은 지금까지 총 6곡이 넘는 시조창을 배우며 처음 배운 ‘태산이 높다하되’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며 아무래도 처음 만난 시조창이여서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또 이번 ‘서울고 떼시조회’를 열고나서 가장 좋은 점은 친구들이 이렇게 다시 모일 수 있다는 것과 또 자신을 비롯해 동기들의 목소리가 젊어지는 것이라고 시조창 배움의 즐거움을 전하고 있다.

크라운해태는 지난 10여 년 전부터 국악에 대한 아낌없는 후원을 해오고 있다.

직원들의 국악모임인 양주풍류악회를 비롯 국악명인들로 구성된 ‘락음악단’ 등 크고작은 국악모임과 단체를 꾸리고 후원하고 있다.

이들은 매년 정월대보름 명인전과 창신제 두 차례의 대극장 무대와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지난 해는 ‘대보름명인전’에서는 100명의 직원이 무대에 올라 ‘떼시조창’을 해서 세계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또 창신제에서 더 나아가며칠에 걸쳐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펼쳐지는 서울아리랑페스티벌을 주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