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자인터뷰(본지 제6회 문화대상 최우수상) 이 경 은 리케이댄스 예술감독 및 단장
수상자인터뷰(본지 제6회 문화대상 최우수상) 이 경 은 리케이댄스 예술감독 및 단장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5.05.04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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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답 찾고 성숙 하는 것, 나의 춤 방향이고 내 미래’

“무용수로서 굉장한 자부심 갖고 있다”

▲이경은 리케이댄스 예술감독 및 단장.

누구에게나 상은 뛰어난 업적이나 행위를 칭찬하고 장려하기 위해 주는 것으로, 받는 것만으로 값어치가 있지만 그 상의 의미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리케이댄스 이경은 단장은 지난 1월 서울문화투데이 <제6회 문화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무엇보다 현장을 돌아보며 ‘매의 눈’으로 자신을 평가해 준 서울문화투데이에 무한한 감사를 표했다. 그래서 다른 어떤 상보다도 더욱 의미가 크고 묵직한 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평소 아주 짧은 머리를 하고 다니는 이 단장인지라 기자는 보자마자 “요사이는 머리를 기르시나 봐요?”하고 인사를 건넸더니,  “머리를 자를 시간이 없어 많이 길어졌다” 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말 그대로 그는 머리를 자를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동안 안무가로서 국립창극단 등과 작품을 함께 했고, 아프리카에서 독일로, 공연과 개인의 공부를 위해 세계를 누볐다. 인터뷰를 위해 만나기 직전 경기대학교에서 강의를 마치고 오는 길이라고 한다.

그의 무용단 리케이댄스도  그와 마찬가지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12년 리케이무용단 창단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ZERO>를 성공리에 마친 후, 연달아 <산행>과 <행간> 을 발표하였고, 이어서 비움, 꿈에서 본 현실, 인간관계 그 행동의 이면 등 무용단 작업을 거쳐 지난해에는 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관객과 마주했다.

특히 <산행>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기금 지원사업 및 한국공연예술센터 2013년 공동기획 프로그램 우수레퍼토리 시리즈에 선정된 작품이다. 안무가 이경은의 진정성과 시적 이미지 및 상상력이 돋보이고, 그 위에 위트를 듬뿍 얹어 독창적이면서 재미있는 안무세계를 만끽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젊고 아름다운 안무 감독 이 경은과 운현궁 근처 카페에서 만나 대담을 진행한 이 날은 유난히 날씨가 쾌청했으며, 상쾌한 분위기 속에 인터뷰는 계속되었다.

▲이경은 단장이 야외에서 자연스럽게 춤사위를 펼쳐보이고 있다.


-리케이 무용단의 활동을 돌아보았다. 독창적인 공연으로 많은 상을 받았겠지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최우수상은 본인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다른 것 보다 서울문화투데이는 우리 예술가들과 함께 호흡하며 뛰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저 ‘상을 받았다’ 는 이상의 가치로 평가한다. 현장을 부지런히 다니고 그 속에서 나를 알아봤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나 자신에게 이 상이 많은 힘이 됐고 격려가 됐다. 또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축하한다는 인사와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대상 수상으로 많이 바빠졌으나, 그동안 연락이 안 되었던 지인들로부터 연락도 받았고 언론의 힘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요사이 해외를 많이 다니시는 것 같다.
“해외를 많이 다닌다. 최근엔 독일을 방문했고, 근래 아프리카에선 레파토리 공연으로 무용수들을 상호 교환해 공연을 올려 봤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아프리카는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관객층이 굉장히 두터웠다. 아시겠지만 아프리카 춤은 굉장히 열정적이다. 관객들이 우리의 춤을 보고 비록 색깔이 다르지만, 자신들의 이야기마냥 공감대를 형성해 굉장히 흥겨워 하는 모습이 또한 인상적이었다. 수 백명의 관객들과 함께 호흡 할 수 있어 너무 즐거웠다”

-독일에서는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문화예술위원회에서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공모해 신청했는데, 초청이 돼 독일에 다녀올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운이 좋았다. 레지던스로 한 달 정도 머물렀다. 그 쪽 무용수들과 함께 작업 할 때 영감을 얻기도 했고 움직임을 리서치도 했다.  교류도 하고 공부도 하고 하루 종일 작업만 하니 너무 좋았다. 그곳에서 충전을 제대로 하고 왔다”

-최근 국립 창극단의 코카서스 백묵원에서 안무를 맡는 등 여러 형식의 작품에 안무를 많이 맡고 있다. 온전히 무용할 때와 극 속의 안무는 어떤가?
“우연한 계기로 시작해 계속 작업을 하고 있지만 내가 체감하기엔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르다. 무용은 상징적으로 출발한다. 그래서 차차 구체적인 감정과 표현으로 물들어간다. 그러나 연극은 처음부터 구체적인 텍스트를 가지고 시작한다. 시작점이 다른 것 같다. 그렇지만 예술은 전부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어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
하지만 행위를 하는 무용수와 배우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영감을 무용수에게 얻고 배우는 인생이야기가 참 잘 통한다. 또 극 속의 안무가는 해왔던 작업이 아니라 모든 것이 새롭고 재미있다. 또 무용수인 나에게 이런 경험이 당연히 내가 추는 춤에 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연극의 구체적인 부분이 춤을 출 때 많은 도움을 준다. 예를 들자면 무용에서 구조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정말 도움이 됐다

▲이경은 단장이 한옥집에 기대어 멋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왜 연출가들이 자신을 안무 감독으로 선택했다고 생각하는가 ?
“모르겠다. 아마 창극단과 작업하기 편한 사람이라 선택했을 것이다. 또 작업의 속도가 빠르고 순발력이 좋은 사람, 안무를 너무 안무로 짜지 않고 무대 동작으로 할 수 있는 사람, 또 무대 경력이 많고 무대동작으로 짤 수 있는 자가 안무 감독으로 적격인 것 같다. 말하고 보니 내가 그런 사람 같기도 하다.(웃음)  안무 감독을 하며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고 배우들도 잘 따라와 주고 참 좋았다”

-리케이댄스 창단 10주년 zero를 인상 깊게 봤다. zero 공연 중 올 누드라는 파격적인 도전 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누드는 공연 중 필요한 표현 중 한 가지다. 그런 표현에 대해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부끄럽거나 어렵지 않았다. 또 관점을 바꾸는 일이었다. 때문에 관객의 시선에 닫혀 있을 순 없지 않은가”

-지난해 ‘산행’이란 작품을 했는데 좋은 평을 받은 것 같다. ‘산행’이란 작품이 궁금하다.
“산행은 작품을 준비 하면서도 굉장히 재미있었던 작품이다. 우리는 계속 ‘꿈 프로젝트’를 해왔다.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산을 오르는 건 거의 꿈에 불과하다. 그래서 발상의 전환으로 현대인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건물 안에서 그 속에서 바로 산행을 하는 것이다. 사무실 책상이나 의자 캐비넷 이런 것을 타는 것이다. 또 다른 의미로 산을 타는 것은 인생의 과정을 비유하는 것 이다. 산행이 고행이 아닌 이상 가는 거 즐겁게 가는 것이다. 인생의 여정도 이왕 사는 거 즐겁게 사는 것이다”

-산을 ‘탄다’라는 말에서 ‘탄다’에 방점을 찍었는데 의미가 남다른가?
“이 공연에서 ‘탄다’는 즐거움의 의미이다. 탄다는 것을 즐겁게 하자로 해석하면 좋겠다. 작업을 할 때 좋았던 것은 그 의미 그대로 단원들과도 너무 즐겁게 작업을 했다. 그래서 작업을 할 때 리서치로 정말 야간 산행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웃음)  등산 막대기를 들고 아이젠도 끼고 올라갔다. 모든 사람이 함께 한 주간 산행은 정말 즐거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산에 눈이 내렸는데 너무 신나서 푸대 자루를 빌려 그것을 타고 내려왔는데 바지 엉덩이 쪽 천이 다 찢어졌다. 또 산을 타며 세상에 참 좋은 분들이 많은 것을 알았다. 어떤 사람은 이곳이 참 좋은 곳이라며 리본으로 묶어 표시도 해놓고, 산에서 만난 처음 본 사람과 어디가 좋으니 가봐라 하는 등 서로 산을 주제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작품에 많이 드러났다. 또 난 올라 간 곳이 너무 좋아 매달려 안 내려 오는 부분도 있었고,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것 이런 것들이 작품 속에 다 녹아 있다. 10주년 기념 공연인 제로 이후에 처음으로 작업한 것이 산행이여서 모든 단원들도 마음가짐이 달랐다. 제로를 넘어왔기 때문에 단체로서도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철학과 시, 감성과 역동성이 함께 공존하는 에너지 넘치는 무용가로 평가받고 있다. 본인의 추구하는 바와 부합하는 평가인가?
“워낙 선천적으로 역동적이라 그것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것이 만들어지는 부분이 많다. 내가 하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거기에 모든 것이 더해져 역동성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때문에 사상을 표현하거나 어떤 것을 표현할 땐 역동성이 나온다. 또 나는 무용수로서 굉장한 자부심이 있다. 무언가를 할 때 도구가 아닌 맨몸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몸으로 어떤 것을 표현하는 것을 계속 할 것이다“

-현대무용은 현대에 사는 사람들이 여전히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현대무용은 성장단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민족은 흥이 많은 민족으로 언제 어디서나 춤과 항상 함께 해왔다. 현대 무용도 어느 정도 단계에 올라가면 더 쉽게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히 아직 그 단계가 아니다. 그래서 무용수와 관객 모두 노력해야 한다. 해외 관객은 추상을 보는 것이 습관이 돼있다. 추상적인 어떤 것을 보거나 느낄 때 그것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또 질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우선 답을 원한다. 또 틀린 답을 했을 땐 내가 이것도 모르는 바보인가 하며 자책한다. 예술엔 정답이 없다. 그래서 관객도 노력해 줘야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 무용수들이 노력하는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관객들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공연을 보고 감동을 했다면 꼭 다시 보러 온다. 한번 감동을 받은 관객이 백년손님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관객의 입장에서 실망을 주는 작품은 하면 안 된다. 한번 감동을 받은 사람의 옆자리엔 함께 감동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꼭 있는 것을 명심하자”

-그럼 전문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해외작품의 메시지나 맥락이 잘 이해되는가?
“그렇다. 한 가지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얼마나 많은데 본인이 보고 느껴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특히 유럽사람들은 굉장히 감수성이 풍부하다. 나는 유럽 사람들을 보고 유아기 때 교육이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어렸을 때 형성되는 감수성으로 나도 많은 것들을 판단하고 받아들인다. 외국인들은 주제를 상상하는 능력이 있다. 1+1=? 이란 질문을 던졌을 떄 무조건 2가 아닌 다른 것들이 나온다. 이를테면 A를 B, C, D까지 상상할 수 있다.이것이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생각의 폭이 넓어서 받아들일 수 있는 폭도 넓다. 그래서 그들의 공연은 다채롭다”

-요즘 모 공중파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댄싱9’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는가.
“재미있는 문화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정규방송에선 좀처럼 볼 수 없던 춤들이 많이 나와 무용의 광고효과가 큰 거 같다. 또 거기에 나오는 출연자들이 정말 무용계에서도 인정받는 젊은 세대들이 나오기 때문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경쟁구도로 이루어지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고 본다. 현대무용은 작가의 상상에 맡겨진 부분이 많다. 가만히 서서 무언가를 쳐다보는 것도 분명히 현대무용이다. 그런데 경쟁구도에서 밀려날까봐 오로지 기술적으로 뛰어난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화려하고 테크닉적인 것만을 강조하면 그것이 다가 아닌데, 무용계의 본질이 과감하게 제거되는 것 같아 아쉽다. 실제 교육현장에서 댄싱9에서 본 것을 배운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문제다”

▲이경은 단장이 야외 길을 걸으며 봄의 향기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
-충무아트홀에서 진행하는 뮤지컬 전문 아카데미 ‘뮤지컬 안무 과정' 수업을 출강하고 있는데 혹시 뮤지컬 쪽도 진출할 계획인지?
“내가 한 연극과 창극이 그랬듯이 뮤지컬도 재미있으면 할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이 많기 때문에 그것에 영향을 준다면 곤란할 것 같다. 하지만 작업하는 것에 있어서 흥미가 생긴다면 당연히 할 의향이 있다”

-리케이 단원들 중 조금 특별한 단원들이 있다는데 소개 부탁 한다.
“단원 중 지미세르 음악감독이 있는데 이번 공연에 함께 출연을 했다. 라이브로 노래도 불렀고 굉장한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또 네덜란드 무용수 산느헤느는 이 작품 때문에 한국에 두 달을 머물렀다. 그들의 예술에 대한 열정은 타국에서의 고난도 그저 즐거움으로 감수 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팬클럽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웃음) 처음 시작할 때 만들어진 카페가 있다. 거기 회원수가 400명이 넘었는데 그때 그 카페 회원들이 후원금도 보내주고... 참 감사하다. 좋은 작품으로 계속 뵙기를 바란다.

-본인을 춤추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라는 말처럼 나는 춤이 제일 쉬웠다(웃음). 나를 춤추게 만드는 것(생각)은 하루하루 순간순간 나에게 드는 질문들이 나를 춤추게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 예술에도 정답이 없는 것처럼 꼭 답을 찾으려는 것은 아닌데... 질문의 답이 곧 질문이다”

-앞으로의 예술가 이경은의 계획이 궁금하다.
“아르코대극장에 올려지는 국립현대무용단과 협업하는 기획과 또 내년 있을 솔로 작업을 잘 해내고 싶다. 또 산행 레페토리를 조금 더 수선을 하고 더 잘 다듬어 알차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춤은 출수록 어려우면서도 알 것 같아서 재미있다. 계속 질문의 답을 찾고 또 질문을 가지면 내가 성숙하는 것처럼 춤도 함께 간다. 그런 것들이 잘 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이것이 앞으로 나의 춤의 방향이고 곧 내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