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ic Leadership”,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①
“Artistic Leadership”,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①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5.05.04 1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향과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오페라단 사태 등에서 대두된 공공예술기관 리더의 문제

최근 공공예술기관 기관장들이 비리나 자질부족, 구성원과의 갈등 등 여러 형태의 문제를 야기 시키면서 해임되거나 스스로거취를 정하는 사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까지 했다.
이런 여러 복잡한 상황들 속에서 문화예술경영자의 리더십은 어떻게 펼쳐가야 하는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문화예술 경영자는 공공서비스를 담보하는 자리로서 경영능력과 관리능력 및 성과 등 에 더해 도덕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공공예술기관장의 임기는 정치 지형의 변화 로 임기가 지켜지지 않고, 선거에서 이긴 자가 논공행상으로 ‘내 사람 심기’를 관행처럼 하고 있어 문화예술경영의 리더십이 표류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결국 그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할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 문화예술의 뿌리를 깊고 넓게 펼쳐 나아가는데 있어 예술적 리더쉽, 조직의 운영, 질 높은 공연예술 및 향유 등은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이런 다양한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이 펼쳐져 관심을 끌었다.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회장 이용관)가 지난 23일 “Artistic Leadership”이란 대전제를 놓고 세종문화회관 예인 홀에서 열었던 2015 봄 정기 학술대회가 그것이다.
이날 주요 발제는 기조발제로 박신의 교수(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의 ‘예술경영과 리더십, 온고잉 프로젝트? 예술적 리더십(artistic leadership)의 개념과 역할에 대한 소고’에 이어 박상언 한국콘텐츠문화연구소장(전 대전문화재단 대표) 의 ‘예술기관 리더십의 의미와 구현 방식‘ 그리고 이철순 양평군립미술관장의 ’예술기관 CEO에게 요구되는 덕목과 사례연구‘가 발표됐다.
서울문화투데이는 이날 논의됐던 학술대회 발제내용을 간추려 게재한다. -편집자 주-

토론에 앞서 이용관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문화예술경영자의 리더십’이란 주제 선택의 배경을 밝혔다.


그는 “과거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또는 지방 아트센터 등에서 기업인의 CEO 영입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중도 하차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고, 최근에는 서울시향,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다른 차원의 리더십 문제가 대두된 바 있다.”고 운을 떼고 “여기에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비정상의 행태로 정치권의 리더십이 바뀔 때마다 문화기관의 수장도 교체돼 리더십의 안정성을 끊임없이 위협해 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는 예술기관 리더십 문제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라 판단해 Artistic Leadership을 2015년 상반기 학술대회 주제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예술경영과 리더십, 온고잉프로젝트? 예술적 리더십(artistic leadership) 개념과 역할에 대한 소고’

▲박신의 교수(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신의 교수는“ 예술적 리더쉽은 문화예술경영이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조직의 대응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예술적 수월성과 경영 효율성 증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일에 대한 개인의 역량 혹은 영향력을 말한다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또한 리더쉽의 이론과 쟁점에서는 월리엄 번스의 이론을 인용해 리더쉽은 전통적으로 특성이론, 행동이론, 상황이론으로 전개되는데 상황이론은 특별한 상황에 기초해 수정돼야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사회학자로서 문화사회학 영역을 만들어낸 리처드 피터슨(Richard A. Peterson, 1933-2010)2)은 초기 흥행사의 의미를 전제하는 기획자라 할 수 있는 임프레자리오(impresario)적 유형으로서의 리더십에서, 이후 관리자(administrator)적 유형으로 대체된 흐름을 분석한 바 있다.

즉 초기 예술적 리더십은 아직 예술경영이 자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술단체나 기관을 설립, 운영하는 체계가 ‘임프레자리오’의 성격을 가졌다는 것이고, 1960년대 예술경영이 출현하는 시점을 계기로 관리자로 대체됐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한 예로 1879년부터 1904년까지 무려 25년 동안 재직한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최초의 상임관장인 세스놀라(Luigi Palma di Cesnola, 1832-1904) 장군이 있다. 독학으로 고고학을 공부하면서 유물 발굴에 참여하고, 조각품과 골동품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컬렉션을 하게 된다.

이 컬렉션을 메트로폴리탄이 구입했고, 또 많은 부분의 그의 기증으로 그는 1877년 이사로 박물관과 인연을 맺게 됐고 2년 후 최초의 관장이 된 것이다.하지만 그는 박물관을 독재적으로 관리했다고 한다. 반면 기금 조성에서는 박물관 이사들을 비롯해 여타의 부유한 예술후원자들과의 관계를 구축, 정기적으로 자금을 공급받거나 미술품 기부를 유도하면서 엄청난 헌신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지위를 십분 활용해 크레타 섬으로부터 들여온 질 낮은 미술품이나 위작들을 박물관으로 반입하고, 정기적인 비자금을 받는 등의 비리도 일삼았다. 그럼에도 그는 막강한 이사 세력(특히 당대 최고 부자였던 은행가 J. P. 모건Morgan 등)을 등에 업고 이러한 비리로부터 늘 보호받아 왔던 것이다.

이러한 국면은 비단 메트로폴리탄만이 아니라 19세기 말에 건립된 보스턴과 시카고, 필라델피아, 신시내티 등 여타 박물관에서도 발견되는 보편적 현상이었다. 미술관 제도가 막 시작한 상태에서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았고 미술사의 학문적 지위도 취약한 상황에서 주어진 모습이라는 것이다(Donnelly, 2010; 5).

또 다른 사례로 1915년부터 1956에 걸쳐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뉴욕 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경영했던 아더 저드슨(Arthur Judson, 1881-1975)은 후원자와의 끈끈한 관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저드슨 역시 자신의 조직에서의 지위를 활용해 다양한 개인사업을 벌였다. 필하모닉을 그만 두게 된 것도 그의 수익사업이 갈등을 불러일으킨다고 간주한 이사회에 대한 대응이기도 했다(Doering, 2013)

예술적 리더십의 전개와 쟁점에 있어 특별히 예술적 수월성과 경영 효율성이 적대적 관계가 되지 않는다는 전제 속에서 예술적 리더십을 비단 예술단체나 기관의 문제만이 아닌 상업 영역에도 적용하면서 이 둘을 월트 디즈니사와 잉글리쉬 챔버오케스트라(English Chamber Orchestra)와 비교한 바 있다. 여러 관점에서 볼 때, 월트 디즈니사와 ECO 사이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 하지만 두 조직 모두 창의성을 토대로 한 예술가들을 리드하고 관리하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의 의미가 있다.

먼저 아이스너는 디즈니사의 성공이 창의성을 끌어내기 위한 환경을 제도화한 데서 비롯한다고 믿고 있었다 이러한 관점을 유지하는 가운데 리더십의 역할을 네 가지로 열거했는데,

1)스스로 모범을 보일 것, 2)현장에 늘 있을 것, 3)쿡 찌를 것(좋은 아이디어와 사람들에 대해 옹호세력이 돼야 한다는 의미), 4)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인물이 될 것 등으로 창조산업의 리더는 반드시 창조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아이스너는 상황 분석에 초점을 맞추는 리더십에 대해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더한 바 있다. 어떤 리더의 방식이 필연적으로 유일한 방식이라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다’.(Wetlaufer, 2001; 124/ Chong, 2002; 60 재인용)라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20세기 후반 예술적 기업경영에 대한 획기적인 사례가 되고 있는 영국 실내관현악단(English Chamber Orchestra, 이하 ECO)이 있다. ECO는 예술적 수월성을 유지하면서도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는 경우로서 예술 감독인 퀸틴 버랄디(Quintin Ballardie)의 리더십에 따른 성과로 알려져 있다.

▲문화예술경영리더와 관리자의 차이(박신의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버랄디는 ‘엄청난 에너지’, ‘절대적인 헌신’ 그리고 ‘타고난 환상적 음감’이 있는 ‘자비로운 군주’라는 말을 들어왔다. 음악 기업가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보려면 ECO에서의 버랄디의 위상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예술 감독이라는 직함이 달린 그는 “저는 기본적으로는 비올라 연주자이며 꽤 괜찮은 조정자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실제로 이런 일들을 할 수 있고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라고 겸손하게 자신에 대해 말한다. ECO가 호전적인 기업가 정신, 기질 그리고 설립자(로스차일드)의 독립심을 반영할 수밖에 없음은 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지만, 이를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예술적 리더쉽의 초기와 20세기 후반의 다양한 양상과 예를 통해서 보면 .“초기에는 개인의 역량과 조직의 성과를 위해서 독재적 양상을 보였다는 점에서 특성이론과 행동이론에 준하며, 월트 디즈니사의 아이스너와 ECO의 버랄디를 통해 일정한 규범적 리더쉽이 존재하지 않고 유연한 상황적 적응을 통한 변화된 리더쉽이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변화는 유일하게 항구적인 목표’라고 말하는 경영의 원리는 예술조직에도 적용된다.예술적 리더쉽은 리더로서의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과 조직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실행력을 겸비할 때 가능할 것이다.

<2편에 계속>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589

*편집의 효율성 상 각각의 각주나 인용은 생략해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