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 가상과 현실의 다이내미즘 '공일차원'
국립현대무용단, 가상과 현실의 다이내미즘 '공일차원'
  • 이재명 기자
  • 승인 2015.05.11 1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애순 예술감독 2015 신작 '공일차원' …최고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억압된 삶의 가상적 분출구로 영웅을 호출하는 ‘우리’는 누구인가.

▲공일차원 포스터.
국립현대무용단 안애순 예술감독의 2015년 신작 <공일차원(Zero One Dimension)>이 오는 6월 5일부터 7일(일)까지 사흘간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안애순 예술감독 취임 후 두 번째 신작으로 세속화된 자본주의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자기가 만든 가상세계를 통해 영웅을 찾는 내용이다. ‘현실의 모순에 대면해 예술을 통한 가상적 분출구를 마련한다’는 안애순 감독은 영화감독 박찬경의 시각연출, 장영규의 음악 등 최고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진화하는 동시대 무용을 다시 한 번 선보인다.

‘공일차원’이란 제목은 공간적으로 0과 1의 조합으로, 디지털 시대를 이루고 있는 중요한 언어이지만 사실은 ‘없다’와 ‘있다’만을 가리키는 가장 단순하고도 기본적인 표현이다. 이는 기술이 고도로 발전된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삶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기본적 삶의 방식인 노동과 생존이 사회에서 지속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음을 나타낸다. 0과 1의 언어로 이뤄진 컴퓨터 세계를 재현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적 수준이 기술의 그것에 도달하지 못하는 현실이 ‘공일차원’ 공연제목의 의미이다.

<공일차원>은 극도의 경쟁과 피로에 시달리는 현실을 첨단의 컴퓨터 가상세계로 불러내. 현실과 자리를 뒤바꾼 가상에서 게임과 우화를 통해 개인의 욕망과 억압이 분출하는 심리적 풍경이 드러난다. 가상(현실)에서 전쟁과 폭력, 성적 욕망과 병적인 노동윤리가 증폭해 임계점에 다다를 때 우리는 영웅을 호출한다. 이 영웅은 위기의 징조인가? 구원의 가능성인가? <공일차원>은 위기의 순간에 현실상황으로부터 빠져나가, 영웅을 통해 대중의 세태를 조명한다. 이 시대에 진정한 영웅의 의미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되어야 하는지 묻는다. 0과 1, ‘있다’와 ‘없다’, 현실과 가상, 위기와 구원이 서로를 지탱하는 무대 위 가상공간에 스며든 범속한 우리의 모습에서 영웅의 이면이 비춰진다.

안애순 예술감독은 기계처럼 내몰리는 우리의 모습을 다른 위치에서 조명했다. 벼랑 끝으로 치닫는, 혹은 모서리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우리의 형상을 살기위한 악착같은 인간적인 모습으로 비춘다. 안무가는 이 세계의 구성원들이 영웅을 호출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상의 힘이야말로 이들로 하여금 지금의 삶을 버텨내게 하는 원천이자 절망 너머 환희의 힘을 생성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이는 자유로운 관점과 시점 이동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을 교란시키고 현재의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이다.

안애순 예술감독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억압된 동시대에 던지는 환상과 가상의 분출구로써 고단한 현실을 어루만지는 작품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최고의 아티스트와의 협업, 첨단의 이미지를 통해 아날로그의 감각을 연출했다. 미술작가이자 영화 <만신>의 감독 박찬경이 작품 전반의 시각연출을 맡았고 포스터 컨셉 설정 및 촬영도 진행했다. 음악에는 영화‧무용‧국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특한 음악세계를 펼치고 있는 장영규가 맡았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멀티미디어 퍼포먼스그룹 덤 타입(Dumb Type)의 창립멤버이자 조명디자이너인 후지모토 다카유키(Fujimoto Takayuki)가 조명을 맡아 환상과 현실의 교직을 무대 위에서 실현한다.

문의 02-3472-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