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국악의 대중화는 가능할까?
[김승국의 국악담론]국악의 대중화는 가능할까?
  • 김승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
  • 승인 2015.05.1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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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시인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은 단연 ‘예술의 전당’이라 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기도 한 ‘예술의 전당’의 공연예술 공간은 2,000여석의 ‘오페라극장’, 1,000여석의 ‘CJ 토월극장’, 280여석의 ‘자유소극장’이 자리 잡고 있는 ‘오페라하우스’와 2,500여석의 ‘콘서트홀’, 600여석의 ‘IBK 챔버홀’, 350여석의 ‘리사이틀홀’이 자리 잡고 있는 ‘음악당’, 그리고 1,000여명의 관객이 관람할 수 있는 ‘신세계스케워 야외무대’로 구성되어 있다.

예술의 전당 공연장은 국악을 제외한 뮤지컬, 클래식, 연극 등이 공연되며 고가의 입장료를 지불한 관람객들이 연중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예술의 전당’ 오른편쪽으로는 전통공연예술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국립국악원’이 자리 잡고 있다. ‘국립국악원’의 공연예술공간은 800여석 규모의 국악전용극장인 ‘예악당’과, 300여석 규모의 ‘우면당’,  1,300석 규모의 야외공연장 ‘연희마당’과 약 130석 규모의 좌식형 실내 소극장 ‘풍류사랑방’이 자리하고 있는 ‘연희풍류극장’이 있으나 관람객 유치에 늘 몸살을 앓고 있어 ‘예술의 전당’과는 대조를 이룬다. 

솔직히 말하자면  대중음악 및 클래식음악이나 뮤지컬 등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반면에 우리 국악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일부 국악 애호가들을 제외하고는 대중으로부터 아직도 관심을 끌고 있지 못하다.

국악계에서는 국악의 ‘대중화’, ‘현대화’,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다. 세계화에 대해 언급하자면 우리 국악은 세계 음악시장에서의 존재감은 아직도 미미하다. 중남미나 스페인, 그리스, 아일랜드, 터키, 인도의 전통음악은 세계화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본, 중국 등의 전통음악은 세계화까지는 아니지만 민족음악으로서 존재감은 보이고 있다.

국악이 이렇게 대중화, 현대화, 세계화에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원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첫째, 우리 민족의 문화정체성이 담긴 전통문화를 말살하려했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 국악의 진화가 중단된 것이 가장 뼈아픈 점이다. 해방 후 우리 국악이 진화되어 재창조된 형태로는 1970년대 후반에 탄생된 ‘사물놀이’가 있으나 더 이상의 진화를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슬기둥’, ‘공명’, ‘그림’, ‘노름마치’, ‘숙명가야금연주단’, ‘정가악회’ 등 국악 연주단체들의 시도와 박범훈, 손진책, 김성녀, 국수호의 ‘마당놀이’의 출현과, 김영동, 김수철, 임동창 같은 작곡가들의 출현과 정수년, 강은일, 김정림 등의 개인 연주자와 소리꾼 장사익, 김용우, 남상일, 박애리, 이자람 등의 대중화 노력은 평가할만하다.

둘째,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한때는 국악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대의 음악으로 재창조 하고자 하는 노력을 도외시 한 채 정악과 민속악이 서로 대립하며 허송세월을 보낸 점이다. 국악곡을 서양음악의 형식에 맞춰 작곡한다거나, 클래식음악이나 대중음악을 국악기로 연주하는 것은 재창조가 아니며 단지 재미거리일 뿐이지 국악의 진화는 아니다. 진화의 전제는 우리 국악의 DNA가 바탕에 깔려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원형 전통음악을 박물관에 넣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원형의 보존과 연행은 필요하다. 원형 전통음악은 우리 국악의 가장 큰 자산이며 그 자체로서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음량기기를 배제한 국악 전용극장에서의 연행 등 자연 환경 그대로에서 연행되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셋째, 일제강점기와 광복 후 서양음악이 정규 교육에 편성되어 교육된 반면에 우리 국악은 유아기부터 정규 교육에 편입되지 못하여 매우 아쉽게도 우리 국민들이 어려서부터 우리 국악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다. 서양음악에 길들여진 후에 우리 국악을 좋아하게 하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태교음악에서 유아, 청소년, 청년, 장년, 노년을 거쳐 장례음악까지 우리 국악이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하는 제도적 노력 또한 필요하다.

넷째, 국악을 이끌어가는 인재 양성, 즉 국악 전문교육 방식이 잘 못되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 국악은 가·무·악이 융합된 특성을 갖고 있어 1인 다기(多技)의 가·무·악 융합교육을 시행했어야  하는데 1인 1기의 전공 위주의 교육방식을 시행하고 있으며, 창의 교육과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 주는 것을 도외시한 채 입시위주의 산조와 영산회상의 원형 답습 공부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섯째, 국악 작곡가들의 양성에 소홀했다는 점이다. 우리 국악의 장단 원리와 특질 및 다양성을 잘 이해하는 작곡가의 양성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의 구축과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어쩌면 앞으로 해야 할 일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섯째, 세계 공연예술의 트렌드와 변화에 대한 무관심과 레퍼토리 개발과 타 장르와의 융합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대중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우리 국악을 소스로 하여 음악작업을 하는 것도 권장할 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서유석, 김정호, 조용필, 정태춘, 김태곤, 주병선, 서태지 등의 국악과의 융합 노력은 평가할만하다.

지금까지 우리 국악이 대중화, 현대화, 세계화되지 못한 원인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그 원인의 뒷면을 살펴보면 그 해결책이 보인다. 이제라도 구체적이고 치밀한 대책을 세우면 국악의 대중화, 현대화, 세계화는 늦지 않다.

필자가 원인으로 지적한 내용 중에 혹여 마음을 상하신 분이 있다면 필자가 우리 국악의 발전을 위한 충심에서 나온 말실수라 여기고 이해를 해주십사 정중한 용서를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