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색의 존재감 확실한 마크 로스코 ‘가장 비싼 그림의 화가’라 불리운 이유
[전시리뷰]색의 존재감 확실한 마크 로스코 ‘가장 비싼 그림의 화가’라 불리운 이유
  • 박희진 객원기자/ 한서대 전임강사
  • 승인 2015.05.1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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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진 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의 작가로 알려진 마크 로스코의 작품 50여점이 서울 서초동에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지난 3월부터 100일간 전시되고 있다. 실지 마크 로스코의 작품은 가장 비싼 그림 100점 가운데 6점이 마크 로스코의 작품이라고 해서 국내외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로스코의 고가의 작품이 입소문만 무성한 것은 아니다. 경제적 가치가 큰 만큼 로스크의 국내 첫 회고전의 보험평가액은 2조 5000억 원 규모로 국내 전시회 중에 사상 최대 규모라고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게다가 소장품의 외부 반출을 극도로 꺼린다는 미국 워싱턴 국립미술관이 미술관 본관을 공사하면서 기꺼이 소장품 전부를 내줬기에 전시가 가능했다. 네덜란드 헤이그를 거쳐서 한국의 서울, 그리고 미국 휴스턴 미술관까지 단 세 곳만 허가된 전시이다.

세계적으로 고가의 그림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이번 전시가 특별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미술품의 가치가 커갈수록 그 경제적 가치는 덩달아 오르고, 밖으로 내돌리고 싶지 않음은 그 소중함에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싶다. 

색으로 추상을 표현한 마크 로스코(1903-1970)는 평면추상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인간이 뿜어내는 감정과 그 감정을 교류하는 또 다른 감정들을 회화에 담아내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즉, 로스코는 작가인 자신의 감정만을 치우쳐 표현한 것도 아니요, 회화적 표현에만 치중한 것도 아닌 인간의 감정을 교감하는 것을 추상하였다. 그의 작품은 위트 있지만 숭고하기도 하고, 비극적이지만 유쾌하기도 하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기복이 작품의 감동 속에 즐거움을 선사한다. 필자는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데에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는 것이 바로 이러한 교감이다. 작품을 통해 기꺼이 눈물 흘릴 수 있어야 하고 작가의 예술 속에 생동감을 함께 느끼고 감동하는 그 즐거움이 우리에게도 삶의 즐거움으로 와 닿는 순간이다. 로스크의 추상화에는 그 감정의 기복이 극단적이거나 자극적인 즐거움을 선사하기보다 공감 할 수 있는 감정의 교류가 가장 큰 매력이다.

전시는 신화의 시대(Age Of Myth), 색감의 시대(Age of Colour), 황금기(Golden Age), 벽화의 시대(Mural Age), 부활의 시대(Age of Resurrection) 총 5개 섹션으로 로스코의 작품세계의 성장 과정 전반을 다뤘는데, 이 가운데 유명세를 떨친 시기의 벽화들과 함께 미국 휴스턴에 마련된 명상의 공간으로 알려진 <로스코 채플(Rothko Chapel)>을 재현해 구성하기도 했다. 로스코의 작품은 추상예술 가운데 상당히 안정적인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는 작품의 영혼을 불어넣는다고 생각했고, 영적 존재의 작품이 전하는 위로와 치유를 위해 침묵의 신성한 공간을 미국 휴스턴에 마련했는데, 그 곳이 바로 <로스코 채플>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로스코가 말하는 “인간의 감정” 그 순수함을 다시금 찾아보는 기회가 된다.

예술의 전당에 펼쳐진 로스코의 작품세계는 다소 어두운 조명 아래 침착한 분위기의 전시무대로 접하게 된다. 로스코의 작품을 보유한 내셔널갤러리는 작가가 주장한 “어두운 조명, 그림과의 거리 45Cm”을 반드시 지키고 있다.

이에 예술의 전당 전시에서도 철저히 어둡고 은은한 조명 아래 관람객과의 거리 45cm를 지키는 것이다. 로스코는 분명 “색채와 형태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로스코 작품거리 45cm에서는 그의 작품 속에 겹겹이 쌓아 올린 색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의 후기 작품들은 더 단순화 되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로스코와의 거리에서 그를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의 균형과 절제, 분열과 소멸이 색채 속에 팽팽하게 담겨있음이 느껴진다.

색의 투명성이 묻혀버린 그의 마지막 작품 속에는 블랙이 레드를 삼킨 것처럼 생의 마감 직전의 마크 로스코가 느꼈을 현실이 삼켜 버린 그 순수함의 공포까지 교감할 수 있다. 마크 로스크의 그 순수하던 예술적 철학에서부터 그를 삼켜버린 슬픔과 절망의 붉어진 현실에서의 어둠의 공포까지, 마크 로스크 생애를 담은 색의 존재감은 가히 대단하다.

그는 추상화가 이길 거부했지만, 그의 추상은 미국을 대표하는 잭슨 폴록과 함께 경매가 920억 원의 세계적인 추상화 작가가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의 화가’라는 그의 붉어진 삶의 비애는 그의 순수했던 작품 철학이 값으로 매겨지고, 그 값을 올리려는 전시의 선전용 문구들이 그의 가치 있는 작품들을 더 깊은 어둠으로 삼켜버린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국내무대에서 또다시 접하기 어려운 전시임은 분명하니, 관람객 스스로 요란스런 포장은 걷어내고, 진정한 작가의 작품을 가슴으로 교류할 수 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