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의 박물관 칼럼]나주배박물관 살리기
[윤태석의 박물관 칼럼]나주배박물관 살리기
  • 윤태석 뮤지엄 칼럼니스트 / 문화학 박사
  • 승인 2015.05.1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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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석 뮤지엄 칼럼니스트/박물관협회 기획실장/문화학 박사/한국박물관학회 이사/한국박물관교육학회
나주배박물관은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사상 유래 없이 등록이 취소된 최초의 박물관이 되었다. 이 오명을 쓴지 1년이 넘었다. 박물관문을 열어놓고는 있지만 살아날 기미가 아직 없어 안타깝다. 배는 전라남도 나주의 특산물로 나주를 지탱해온 정체성의 원천이다.

나주하면 배가 떠오를 만큼 나주 상징의 응집체인 것이다. 따라서 이를 시각화하여 체계적으로 보여주고, 홍보하여 다양한 체험을 유도하고자 하는 욕구가 내외부로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들어선 것이 나주배박물관이다. 그러나 의욕과는 달리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상 등록요건도 충족하지 못하고 출범한 박물관은 기준에 턱없이 부족한 소장품 수와 그나마도 박물관의 정체성에 맞지 않은 자료의 성격, 유물의 낮은 질 등으로 차츰 시민들은 외면했고, 시장은 바뀌고 나주시에서 마저 무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박물관은 이 지경이 되고 만 것이다. 마치 냉해를 만나 배꽃 같아 안쓰럽다.

이제 박물관을 살려야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감사원 감사결과의 부당성, 전라남도와 나주시, 이전 시장의 책임 등의 복잡한 현안이 있다고 하더라도 또한 오비이락烏飛梨落과 같이 시점이 좋지 않더라도 좋다. 무조건 살리고 봐야한다. 결과적으로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박물관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자. 우선 박물관의 명칭부터 손을 대야한다. 배박물관은 듣기에는 좋지만 다소 포괄적이며 큰 이름이다. 등록박물관의 의무조건인 학예사 1명도 채용하기도 버거운 기초 자치단체 입장에서 볼 때 배박물관은 배 종합박물관 성격의 이름이라 부담스럽다. 뿐 만 아니라 이 이름으로는 소장품을 확보하기에도 다소 막연하다.

따라서 이름에서부터 정체성을 보다 분명히 하고 소장품의 방향성과 박물관 활동의 구획도 보다 현실적으로 정해야한다. 나주배역사박물관(또는 나주배역사관) 또는 나주배산업박물관, 나주배문화박물관(또는 나주배문화관) 등은 어떨까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역사박물관이나 역사관은 말 그대로 나주배의 역사만을 국한하여 보여주면 된다.

나주에 배가 재배되기 시작한 근거와 역사를 품종, 기록물, 지역 등으로 구분하여 소장품 수집계획을 짜 이를 기반으로 전시방향을 정해 진열하다보면 박물관의 효율적 방향성이 나올 것으로 본다. 사업박물관 역시 그 절차는 대동소이하다. 다만, 배의 산업적 가치, 또 나주배가 국내외 배 시장에서 차지한 비중과 그 역사, 배의 영양학적 가치, 응용 식품의 시장화 등을 잘 정리해 관련 자료를 수집·전시한다면 배를 보다 직접적으로 체감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배문화박물관은 배를 거점으로 한 문화적 측면을 전제로 한다. 배 밭에서 불리어졌던 노동요나 배를 테마로 한 놀이, 전설(설화, 동화, 이야기 등), 배를 응용했던 물건이나 장신구까지를 아우르는 입체적인 방향성을 말한다. 딱딱함보다는 보다 부드럽게 다가올 것이다.

이렇게 관명과 소장품 수집, 활동방향이 재설정되면 이에 맞는 학예사를 채용하여 본격적으로 소장품 수집에 나서야한다. 물론 소장품 수집에는 돈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배 관련 자료는 돈으로만 수집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 이런 자료들은 나주배박물관에서 만 필요한 것이므로 우선 소장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또한 자료들은 난해한 형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어 소문도 내고 발품도 많이 팔아야하며, 녹취와 촬영 등 기록식 수집도 요구된다.

이 자료들은 가격도 책정하기가 쉽지 않아 수집과정에서 여러 가지 고민이 수반될 듯싶다. 자료구입공고를 내되 구입과 소장자를 파악하는데 방향을 맞춰야 한다. 또 기증자 우대방안도 규정으로 만들어 가급적이면 구입보다는 기증을 유도하는 것이 좋다. 기증은 예산의 절감과 함께 기증자라고하는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기증을 통한 박물관건립 사례로는 충주박물관을 들 수 있다.

기초자치단체에서 박물관을 운영하는 데는 가장 어려운 것이 예산확보문제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우선, 박물관을 전문민간기구나 단체에 위탁경영을 맡기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한다. 박물관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전문가가 운영함이 옳다. 나주배박물관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박물관을 문화인프로로 인식하는 내부조치가 선행되어야한다.

현행 나주배박물관은 행정적으로 나주시청 배기술지원과(課) 소관이다. 속히 관광문화과로 넘겨야한다.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 우선 필요하다. 박물관을 문화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대외적인 입장에서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음에서이다.

박물관을 민간에 위탁하는 이유는 단순히 전문적인 운영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경영의 탄력성확보를 위해서이다. 민간기구에 위탁하되, 법적으로는 공립의 성격을 유지하고 세무적으로는 사립으로 간주될 수 있는 장치를 선용하면 좋을 듯하다.

이를 기반으로 가칭)나주배박물관후원회(관명에 따름)를 결성해 나주배박물관의 항구적인 운영과 발전을 가능하도록 민간차원의 후원활동을 장려해야한다. 소장품 기증, 발전기금 기탁 등을 유도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적법한 세제적 혜택을 줄 수 있다. 발전기금은 일시납식과 월 정기납식으로 운영하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정립이 가능하다. 앞에서도 언급한바와 같이 후원회원은 예산의 측면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도 이들이 곧 나주배박물관을 지탱해주는 지지 세력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먼저, 나주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재경 나주향우회 등 출향인사들까지의 참여로 폭을 넓힌다면 애향심까지 불러일으켜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후원회원을 위한 별도의 사업을 만들어 추진한다면 박물관은 물론 나주지역 발전에도 콘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위탁자에게는 나주시에서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해야한다. 예산의 범위 내에서 기본적인 운영비(인건비 포함)와 행정 및 정책적 지원을 해주되, 운영의 자율성은 보장해주어야 한다. 관람객과 학생, 후원금 유치의 실적에 따라 예산을 확대해주고 업무량의 증가에 따라 인력도 확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한다. 수당과 성과급 등을 마련하여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궁극적으로는 박물관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주어야 한다.

예산의 한계는 인력의 부족으로 직결되어 박물관 운영을 더욱 힘들게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우선 공립박물관의 법적 이점을 활용하여야 한다. 공립박물관은 자동으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상 경력인정대상박물관이 된다. 따라서 학예사 자격을 취득하고자 하는 인접 대학교 학생(대학원생 포함)들에게 실습과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준전문가 정도의 인력은 큰 예산 없이 효율적으로 가용할 수 있다. 나주배박물관의 공공적 역할도 요구된다.

나주배박물관은 명실 공히 나주시 최초의 공립박물관이다. 나주시민이나 시 입장에서 볼 때 국립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공공적 역할을 솔선수범해서 수행해야 한다.

박물관교육을 활성화하여 학교교육과 연계된 프로그램도 운영하여야하며, 장기적으로는 벽지산간지역으로 찾아가는 박물관과 같은 입체적인 활동도 요구된다. 또한 관내 박물관간에도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여야한다.

나주관내에는 국립나주박물관이 있고, 동신대학교문화박물관, 한국천연염색박물관, 나주백호문학관 등도 있다. 이들 박물관들과 상호발전적인 관계를 설정하여 연합전시 및 교육프로그램 운영, 박물관축제, 공동 문화상품 개발 등도 모색한다면 박물관의 상호 발전을 견인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박물관은 시설이기 이전에 정신이다. 나주에 배가 있다면 이 배를 지탱해주는 정신은 나주배박물관에서 찾아야한다. 나주배박물관 살려야할 명분은 분명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