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돼지엄마에 투영된 고민과 힐링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돼지엄마에 투영된 고민과 힐링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5.05.1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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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돼지엄마'라는 신조어는 현재 우리의 사회상을 잘 반영해준다. 학창시절은 '돼지엄마'와 함께 였다면, 성인이 되면 다시 '헬리콥터 맘'과 함께한다.

자기자식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돼지처럼 자식 뒤를 졸졸 쫓아 다니는 엄마를 의미하는 '돼지엄마', 성인이 된 자식에게도 일거수 일투족 영향을 미치는 '헬리콥터 맘'까지, 한국의 삐뚤어진 교육 방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신조어들이다.

'돼지엄마'의 정보력을 따라가기 위해 보통엄마들은 고군 분투한다는 기사, 제2의 김연아, 1등 자식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다바친 엄마들의 움직임은 대중문화를 휩쓸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부모님 세대에 대한 문제도 계속 제기 되고 있다. 이는 앞서 말한 '돼지엄마' 추세와도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어 더욱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다. 부모, 자식이 아무리 손발을 맞추어 노력해도 문제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결국 청년들의 비정규직, 취업 실패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다바쳐 키워낸 자식들은 이렇다 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자식 뒷바라지에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부모 세대는 앞날이 막막한 현실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취업깡패, 화석 선배, 빨대족, 캥거루족 등 다양한 취업 신조어는 넘쳐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청년 취업률이 역대 최저에 이르고 있는 반면, 사회는 고령화되고 있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는 경기침체와 대중들의 의욕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 현실을 반영이라도 하듯, TV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고민 상담' 프로그램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진지한 인생 고민을 함께 이야기 해보거나, 강연을 통해 고민을 들어보거나, 관찰 카메라를 통해 사연자의 현실을 몰래 살펴보는 등 그 형식이나 내용은 다양하다. 하지만 이 모든 프로그램들은 사연 공유를 통한 '힐링'이라는 최종 목적을 함께 하고 있다.

최근 첫 선을 보인 <동상이몽>에서는 현재까지 2회 방송 되었지만, 부모자식간의 갈등을 주로 다뤘다. 지난 방송의 경우, '돼지엄마' 때문에 힘든 여고생의 사연이 소개 되었는데, 1등을 만들기 위한 엄마의 희생, 하지만 그것을 힘들어하는 여고생의 모습을 통해 '돼지엄마'의 모습을 실제로 살펴 볼 수 있었다.

또 케이블의 <엄마가 보고 있다>에서는 취업 때문에 힘든 자식의 모습을 관찰하는 예능을 선보였는데, 이에 대한 관심 또한 매우 뜨거웠다. 서로 다른 프로그램이었지만, 양립해선 안 될 것 같은 두 상황이 양립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중들은 TV프로그램을 통해 현실을 눈으로 직시 하며 이를 깨닫게 되는데, 이것으로 힐링을 하자니,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힐링을 위한 고해의 시간 같은 고민 상담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더욱 적나라한 현실을 마주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몇 해전 부터 시작된 힐링 열풍이 이제는 고민상담과 연결되어 대중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려 하고 있다. 법륜 스님의 팟캐스트는 오랜 시간 다양한 계층,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사연을 해결 해 주었고, 김제동의 '톡투유'는 강연의 형식을 빌려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대중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경기침체의 현실을 직시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한 '고민 상담 프로그램'의 증가는 우리의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민 상담 프로그램들이 모든 계층을 아우를 수 있고, 재미와 공감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아이템이긴 하지만, 지나친 현실성으로 오히려 거부감이 들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야 할 시기인 만큼, 현실 직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내 가족을 먼저 되돌아 보는 시간이 더욱 필요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