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하경 외교부 시니어공공외교단장]대기업 CEO, 외국인에게 우리문화 알리는 최고의 봉사자 되다
[인터뷰/최하경 외교부 시니어공공외교단장]대기업 CEO, 외국인에게 우리문화 알리는 최고의 봉사자 되다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5.05.15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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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현대택배 사장 거쳐 '전통문화'사랑으로 인생 2막은 '해피'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 조기 퇴직의 열풍으로 직장에서 밀려나거나 몰려난 이들의 인생 2막이 그리 녹록치 않음이 신문 지상을 연일 장식한 때가 있었다.

퇴직 후 남은 생을 위한 노후준비로 분주히 생업전선으로 뛰어든 이들이 실패와 좌절을 맛보며 원치 않는 삶을 이어가야하는 아픔이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경제적인 이유만이 아니라 ‘일’에서 떠나, 자신만의 세계도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는 하루라는 시간 자체가 고통이 될 수도 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해피’하게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시대 최고의 축복일 것이다.

 “하루가 즐겁고 오늘이 가는 것이 아쉬움과 동시에, 내일이 오는 것이 기다려 진다” 라고 하루에 대한 뛰는 가슴을 안고 사는 사람이 있다. 앞서 언급했 듯 ‘해피한 축복’의 노년을   보내는 이, 바로 최하경(71세) 외교부 시니어공공외교단장이다.

그는 1970년 체이스 맨헤탄 은행 서울지점 근무, 77년 현대중공업 함브르크지사 지사장, 79년 현대중공업 뉴욕지사 지사장과 86년 봄베이지사 지사장, 95년 현대전자산업 전무이사, 96년 현대전자산업 정보통신서비스사업 본부장·전무이사, 99년 현대전자산업 산업전자경영전략실 부사장 그리고 2000년 현대택배 대표이사·사장, 2003 현대통산산업 사장, 2005 한원마이크로웨이브 대표이사를 맡았다.

일반인들에게는 꿈 속에서나 존재할 만한 화려한 이력이다. 그렇지만 시니어공공외교단 최 단장의 현실에 존재하는 실제 이력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또 은퇴 후 ‘우리문화유산알림이’ 활동과 ‘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으로 외교부 시니어공공외교단장을 맡으며 인생 이모작을 화려하게 꽃피우고 있다.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최하경 단장의 한국문화 사랑은 눈에 띄게 남다르다. 여전히 ‘현역’으로 우리문화 알리기에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그의 에너지의 근원이 어디인지 그를 만나 들어보기로 했다.

인터뷰가 있던 날 오전에 그는 외국인들을 안내하느라 경복궁을 한 바퀴 돌고 종로를 거쳐 본지 사무실이 있는 안국역 근처까지 걸어왔다. 젊은 사람도 지쳐서 기운 없을 법 한데 그는 좀 많이 걸어 발바닥이 조금 아플 뿐이라며 ‘씨익’ 웃는다.

그의 미소는 노년의 미소가 아니다. 아직도 푸릇한 꿈을 안고 있는 ‘청춘’이다.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최근 다녀온 한국민속촌 내에 있는 ‘금련사’의 아름다움을 극찬한다. 그렇게 그는 우리 문화사랑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우리문화유산알림이’ 활동과 ‘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외교부 산하 ‘시니어공공외교단장’을 맡고 있다. 각 각의 활동에 대해 소개해 달라.

7년 전 우리 전통문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한국문화진흥원’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게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다. 2012년 12월 3일에 종료된 총 3개월 과정의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주최한 문화유산아카데미 교육을 받았다. 이후 나를 중심으로 외국인들에게 우리문화 알리기에 대한 포부를 가진 우리 수료생들은 연수 이후에도 자체적으로 꾸준히 모임을 만들어 연수를 해왔다. 우리는 그 연수를 통해 우리문화에 대한 명품 해설가로 거듭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온 것이다.

그 후 우리 문화유산을 알리는 실제적인 행동을 취해보자는 단합아래 문화재청에 법인 설립신청을 해 인가된 곳이 바로 ‘우리문화유산알림이’이다.

이 중 법인정관에서 한국전통문화진흥원을 국가브랜드위원회의 멘토 관계 정립을 추가하자는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우리문화유산알림이’의 법인 속 부설기관으로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독자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한국전통문화진흥원“이다.

마지막으로 외교부 산하의 ‘시니어공공외교단’은 외교부에서 내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좋은 이미지를 높이고 해당국가 국민들과의 우호관계를 증진시키는 등 민간차원의 공공외교활동으로 우리 시니어들의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해 공공외교 활동을 펼치는 기관이 됐다. 50대 이상 해외경험이 있고 외국어가 되고, 가장 중요한 우리 문화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우리 시니어들 여자4명 남자16명 이렇게 총 20명이 선정돼 외교부에서 위임장을 준 것이다.

-기업에 오래 근무를 했다 외국계 체이스맨하턴 은행을 비롯 현대중공업, 현대택배 사장으로 오래 재직했다. 우리 전통문화와는 조금 거리가 먼 곳에 있었던 것 같은데, 우리 문화 특히 우리 전통문화와 문화재에 관심이 많고 그에 대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데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

어렸을 때 나의 조부께선 나주 출신으로 해금 연주도 잘 하셨고 피리도 부시고 시조도 하셨다. 그렇게 할아버지의 그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고 배운 것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 부친은 60년대 통조림 공장을 하셨는데 그때 수요가 많지 않아 동대문시장에 직접 납품을 하러 다니셨다. 그때 송수권 시인을 우연히 만나 송시인 아래서 공부를 하셨다. 70대에 부친께서 틈틈이 써놓은 시가 250수였다. 부친의 시가 지방 신문에 문예 공모에 당선이 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는데 이후 전국적으로 언론을 탔다.

그 시를 가지고 내가 아버지께 시집을 만들어 드렸다. 이런 것들이 아마도 알게 모르게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연관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이각 든다. 돌이켜 보면 나는 진심으로 조부와 부친께서 하시는 일 들이 좋아보였다.

지난 4월 25일 시니어공공외교단 활동으로 지역거주 외국인들을 남한산성 역사 탐방에 참여시켰다. 시니어공공외교단의 활동에 대해서도 소개해 달라.

일반인들은 시니어공공외교단이 공공외교의 한 축이란 부분을 정작 잘 모른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우리 문화를 알려주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외국인들을 참여시키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홍보차원에서 전국의 대학들을 대상으로 거점을 뒀다. 대전의 한남대, 광주의 조선대, 부산의 동의대, 서울의 한국외대를 선정해 그 지역에 있는 외국인들과 관광도 하고 더 많은 교류를 통해 우리의 활동을 알리고 있다. 또 최근에는 이대 공공외교센터와 우리 시니어 외교단과 함께 이대에 와있는 외국인 학생들과 모임을 가지기도 했다.

작년엔  6.25 참전국에 감사표시하기위해 육군55사단과 우리 시니어들이 버스한대를 대절해 6.25 때 희생한 터키군 장병의 넋을 추모하기 위한 기념행사를 열었다. 금년엔 버스2대로 예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안보와 문화를 결합과 산업과 문화 접목을 기획하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과 ‘해피 테이블 토크’를 열어 식사를 같이 하며 한국에서 사는데 어려움을 듣고자 했다. 또 공장 노동자들 30여명과 함께 식사를 같이 하고 서울 구경을 시켜줬다.

또 그중 우리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중도입국자녀’인데, 이 아이들은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부모의 재혼·취업 등으로 부모를 따라 입국한 국제결혼 재혼가정 자녀와 이주노동자 가정 자녀를 칭한다. 그 수가 현재 삼 만명이라 한다. 상상이 되는가? 그러면 그 아이의 국적부터, 정말 도와주고 필요한 것이 많다. 그 일들을 바로 우리가 해온 일이며 관심있게 다룰 일들이다.

▲최하경 외교부 시니어공공외교단장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해 오늘이 가는 게 아쉽고, 내일이 기다려지는 ‘시니어’
오늘 처음만난 외국인들이 사탕을 쥐어주고
나의 가이드에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러 줄 때 이루 말 할 수 없이 행복하다


활동하면서 다양한 외국인을 만났는데 그들이 생각하는 우리 문화에 대한 선입견은 어떠한지, 궁궐을 둘러보거나 우리 문화행사 참여한 후에 그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우리의 것을 보고 대다수의 외국인들의 반응은 굉장히 놀라워한다. 그들은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신기해하며 자신들과 다름에 많은 호기심을 느끼는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는 일방적으로 우리문화를 보여주는 식보다는 아무래도 같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업을 많이 한다. 무엇보다 혐한파를 줄이는 것이 우리 시니어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방적인 것보다 문화 교환을 하는 형태의 행사가 많다.

그때 서로의 문화를 인정하며 함께 보고 즐기며 정말 즐겁고 또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누구의 문화가 우수하다란 우위는 없다. 그저 아름다운 우리문화를 보여줄 수 있고 또 나도 그들의 문화를 볼 수 있는 것, 교류 할 수 있는 시간이 참 소중할 뿐이다.

문화에 우열을 둘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세울 우리 것들이 많지 않나?

‘코리아란 나라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웃음) DNA로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우리 민족의 DNA는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외국의 어떤 것이 들어와도 우린 우리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소화해 독창적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 예를들어 판소리를 계승시킴에 있어서도 소리의 원형을 보존하되 스승을 기계적으로 똑같이 따라하기 보다 자기 나름대로의 소화 능력을 필요로 한다. 태교를 시키는 것, 일상생활 속 물건을 만드는 것 등 모든 것이 다 지혜가 묻어나있다. 우리 선조들은 정말 대단하다.

활동에 있어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

우리를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와 이미지를 접한 외국인들에게 혹 왜곡된 정보를 주진 않았는지 우리의 행동으로 오해를 산 것은 아닌지에 대한 책임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또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조심스럽긴 하지만 사실을 말한다. 하지만 이런 책임에 대한 무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일이 보람되다는 것이다.

처음 만난 외국인들이 함께 다니다 보면 어느사이 와서 슬그머니 사탕을 쥐어주고 가고 나의 가이드에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러 줄때 정말 기분이 좋다. 우리 문화를 하나라도 알려줬다라는 보람이 굉장히 크다. 이 일을 시작하고 하루하루가 즐겁고 내일이 기다려 진다. 오늘이 가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또 내가 직접 우리 전통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판소리도 연습하고, 하루하루가 정말 뿌듯하다. 요즘 나는 정말 행복하다.

이 일을 통해 앞으로 어떤 계획이나 꿈은 무엇인가?

외교부 산하에 우리문화를 공부 할 수 있는 아카데미를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한국에 막 도착을 했을 때 뭘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고작 먼저 온 외국인 친구에게 정보를 얻는 게 전부인데 그 친구들도 잘 모른다. 그때 외교부 안에서 정보가 필요한 외국인에게 필요한 정보제공과 동시에 우리문화 소개를 위한 강의를 해주면 얼마나 좋겠는가.

또 ‘한국전통문화진흥원’ 내에 전문적으로 우리 소리를 하는 팀을 만들고 싶다. 그이유는 시니어공공외교단 활동 중 만나는 외국인들에게 우리 소리의 맛을 제대로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한번은 내가 판소리 춘향가의 ‘사랑가’를 외국인들 앞에서 부른적이 있는데 나의 창을 듣고 너무 좋아하고 놀라워 했지만 한편으로 전문 소리꾼의 소리를 들려주고 싶은 아쉬움이 남았다.  

끝으로 최하경 단장은 시니어들 중 외국어를 할 수 있고, 우리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시니어공공외교단에 꼭 지원 해보라고 당부했다. 무보수 자원봉사지만 활동을 통해 얻는 기쁨과 행복감은 다른 어떤 것에 비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문화사랑을 통해 삶의 보람과 이유를 찾고 있는 아름다운 노년, 최하경 회장이 그래서 더 빛이 나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