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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의 일본속에서]스승의 날 없는 일본에서 '스승의 날', 뭉클함을 선물받다
서로 신뢰하는 사회 만들어가야 '교육의 힘' 생겨
2015년 05월 17일 (일) 11:25:17 이수경 교수/도쿄가쿠게이대학교 sctoday@naver.com

일본 캠퍼스 속의 '스승의 날'

매주 금요일은 아침부터 90분짜리 연강 수업에, 저녁 대학원 수업을 8시경에 마치면 때로는 의식이 날아갈 듯한 상황이 된다. 게다가 주임까지 겸한데다 학과 개편 과목을 맡다 보니 '다문화 공생론'과 '이문화 커뮤니케이션', '다문화사회와 평화'] 등 비슷한 과목 땜에 별도 수업 준비를 해야 하고, 교육실습 진로 관계 등, 학생들 면담이 행렬을 잇기에 밥은 커녕 차 한잔 마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인간이기에 고장난 몸의 치료도 중간 중간에 받는다.

   
▲한국인 제자들이 한국의 '스승의 날'을 맞아 꽃다발과 정성스런 손편지를 써서 연구실로 방문했다, 이 어찌 감동스럽지 않으리요. 가운데 꽃다발을 들고 있는 이가 필자.

'참 지독히도 바쁘다!' 이런 소리조차 사치일 수 밖에 없는 내게 5월15일은 단순히 발등에 떨어진 산적한 업무에 허덕이는 날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일본에는 스승의 날이 없으니 바쁜 와중에 기억할리도 만무하다. 그렇기에 경황없이 수업을 끝내고 다음 강의준비를 서둘러 하고 있자니 한국인 유학생들이 [서프라이즈!!]라며 카네이션 꽃다발과 편지를 패널에 적어서 들어온다. 예상도 못 했던 제자들의 밝은 목소리는 지쳤던 심신의 힐링이 되어줬고, 다양한 카드와 개개인의 편지내용은 강력한 힘의 원천이 되었다. 책과 자료로 넘쳐나던 연구실에 화사한 꽃이 장식되니 심각한 면담으로 찾아오는 학생들과의 분위기도 좋아졌다. 제자들의 힘, 꽃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였다,

그리고 다음 수업을 끝내자니 이번엔 한국 유학을 다녀온 학생이 전화를 줬다. '연구실 앞에 있으니 빨리 오세요' 하기에 서둘러 갔더니 '오늘은 스승의 날이에요. 이것 좀 드시고 숨 좀 돌리세요'라며 꽤 먼 곳의 제과점에서 흐트림 없이 가져 온 케잌이 든 상자를 내민다.

그 정성이 얼마나 갸륵한가. 이 사막같은 원칙주의 사회에서 일 속에 파묻혀 사는 나를 배려해 준 제자의 따스한 마음이 고마워서 평소 단 음식을 멀리했던 나였지만 맛있게 케잌을 먹었다. 과일이 듬뿍 얹혀진 케잌이 빙하기라 불리는 한일 관계 땜에 노심초사하던 내게 싱그러운 신록의 향과 희망의 맛을 준 것이다. 그렇게 감동받은 뒤, 몇 학생들 논문 면담 종료 후, 저녁 대학원 수업 땜에 서둘러 강의실로 들어가니 이번엔 갑자기 수강생 전원이 일어나서 박수갈채를 보내더니 '스승의 은혜'란 노래를 한국어로 부르기 시작한다.
그 순간, 머리 속에는 '멘붕!!'이라는 용어로 가득찼다.

   

▲한국 유학을 다녀온 일본인 제자(좌)가 한국의 '스승의 날'을 맞아 케잌과 꽃을 들고 교수 연구실로 깜짝 방문해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참고로 이 저녁 수업에는 한국인 유학생은 없다. 한국 유학 예정자나 한국어 학습 경험을 위한 중국학생들, 혹은 일본의 현역 교사의 수업이다. 부끄럽게도 나도 채 외우지 못하는 [스승의 은혜]를 능숙한 한국어로 불러 주던 제자들. 도대체 어디서 얼마나 연습했단 말인가? 모두들 공부와 아르바이트, 직장 등으로 정신이 없을터인데…

가슴이 벅차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정작 나는 내 일밖에 머리에 없었건만…
노래가 끝나자 한국 유학을 다녀온 제자가 만들어 온 다양한 김밥을 먹어보라고 내민다. 맛은 정말 별미였다. 앞으로 사랑받을 남편감이라며 여학생들이 칭찬을 보낼 정도로 좋았다. 언제 그렇게 준비했는지 음식과 전원의 편지가 들어있는 편지첩 등을 내밀면서, 수업 내내 모두가 다양한 화제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 시간 만큼은 수강생들이 준비한 수업 내용을 즐거이 듣고 의견만 얘기하면 되는 행복에 젖었었다.

아아!! 밤낮으로 수업 준비에 발을 동동 굴리며 사는 내 생활을 응원해주는 이 제자들이 있기에 내가 존재할 수 있구나 하는 고마움에 가슴이 뭉클했다.

교사가 교단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들에 대한 애정을 쏟으며 나의 본문을 다할 때, 제자들은 그런 교사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함께 교단을 지켜나가는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정직하고 성실하게, 보이지 않는 엄청난 노력으로 교단을 지켜 온 수 많은 교사들이 이 '스승의 날'을 통해 뿌듯한 교사의 자긍심을 느꼈을 것이고, 순간이나마 평소의 노력이 위로받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서로 신뢰하는 사회라야 교육의 효과가 커지고 나라도 건전히 발전한다.

교육이란 한 나라의 백년대계를 가늠하는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은 더 이상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미숙한 자에게 지식만 제공하는 것이 교육이 아니다. 잘못 된 행동에는 애정과 책임으로 그릇됨을 지적해야 하고, 사회를 헤쳐나갈 지혜와 방법조차 다양하게 모색하여 인도하는 전인적 가르침이 수반된다. 그런 중책을 맡은 교사들은 프라이드를 지키며 책무에 임해야 하고, 다대한 노력과 정성을 쏟는 교사를 사회전체가 신뢰를 하며, 학부형 및 학생들과 믿음 속에서 함께 교단을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다.

저출산과 핵가족화, 금전 및 물질우선주의 경쟁사회에서 풍요로이 자란 아이들을 맡고 키우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은 아이들을 낳고 키우는 학부형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국인 학생이 한 명도 없는, 일본인과 중국인유학생들로만 구성된 대학원 수업시간에 한국의 '스승의 날'을 기억해 김밥과 과일 등을 준비해 필자를 더욱 뭉클하게 했다.

다양한 미디어와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자기 방식으로 주입하기 쉬운 시대,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아이들을 맡고 키우는 교사들이 비록 교육훈련을 받고 자신들의 고생을 보람으로 삼고는 있다지만 '직업'이라는 용어만으로는 형용할 수 없는 가혹한 사각지대에 처해져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

일본의 사례지만 2011년도 병으로 휴직한 공립학교 교사들만 8544명이고, 그 중에서 5274명이 정신질환(우울증 등)으로 휴직을 하였다. 그만큼 완벽한 사회지도층으로서의 도덕성을 요구받고, 모범적 삶이 강요되는 만큼 인간적 고뇌와 갈등, 다망한 학무 속에서 강한 책임감 때문에 고독하게 앓고 고통받는 교사가 증가하여 교육현장의 인권문제도 심각한 현실이다. 그렇기에 일본 교육계는 교사들의 mental health의 치유도 큰 과제가 되고 있고, 정부차원에서 교사들을 지켜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이들의 다양한 환경 파악도 교사에게 필요한 만큼 초등학교 교사들은 가정방문을 실시하지만, 휴대전화에 1가구 3분 혹은 5분 간격으로 시계를 울리게 하여, 시간내에 현관 앞에서 학부형과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의 상황을 묻고는 가정방문을 마친다. 교사들도 결코 학부형의 접대를 기대하거나 요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교사의 프라이드와 직결되는 것이고, 그렇기에 교사들 스스로가 당당히 학부형과 마주하여 아이들 교육을 함께 의논하는 상생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내 직업에 프라이드를 가지고 분수껏 사는 시민의식이 강한 나라지만, 이 점은 반드시 일본 뿐만 아니라 세상 어디에서나 교육적 양심을 가진 교사들이 가진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일부의 요령있는 사람들이 권력과 이권을 차지하는 사회지만 그 요령을 뿌리치고 성실히 사는 교사들이 많기에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학교에 맡겨지고 있는 것이다. 사회가 흉흉하여 물질과 권력에 눈이 먼 극소수의 불미스런 문제 때문에 전체 교사들이 매도를 당하고, 의심을 받는다면 교사들은 어디서 힘을 얻을 수 있을까?단순한 직장의식으로 9시출근 오후 다섯시 퇴근의 삭막한 업무 체계만 임한다면 교사들은 매우 편안한 삶이 될 것이고, 그대신 사회는 인간성이 결여된 사막화 될 것이다.

그런 편안한 업무를 거부하고, 교단을 통한 지성, 인성 교육에 노력과 정성을 쏟아온 교사들과 교육의 힘이 존재했기에 대한민국이 두드러지게 발전 성장할 수 있었고,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는 한국인이 존재하게 되었고, 선진 사회 한국을 찾아서 이주하는 다문화권 출신 주민들도 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아직도 대한민국은 '민족주의 의식' 과 '이념/지역 갈등', '다문화 상생 사회 추구'란 현실 속의 갈등 해소를 모색하는 과도기에 있고, 인권의식도 신장되어야 한다. 또한 스승의 날을 씁쓰레하게 만든 극소수의 문제있는 교사들이 존재하게 된 배경과 그 환경 저변에 깔린 사회의 모순성, 그들이 교사로서의 프라이드를 버리게 된 동기를 정부는 물론 사회 구성원 전체가 자성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글로벌인재 육성이 능사인 것 처럼 경쟁주의 사회를 부추기며 엘리트 지상주의 양산에 몰입해 온 결과가 일부 지식특권층의 사리사욕적 부정부패를 자아내고 국민들이 교권은 물론, 사회 전체를 불신하는 불행스런 나라를 만든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엣말은 틀리지 않는다

사회적 모순을 없애고 신뢰회복이 가능한 사회 풍토를 만들어야 건전한 국가 운영이 가능하게 되고, 매력적인 사회 환경으로 거듭나야 떠나간 국민조차 내 나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다치면 사회가 상처나게 된다. 소중한 내 아이들을 맡겼기에 존경으로 교사를 대하는 분위기, 그런 학부형의 신뢰를 얻기에 애정어린 책임으로 아이들을 인간적으로 지켜 주는 교단이 되도록 정부나 언론은 물론, 학부형 전체가 성숙한 교육 풍토를 의식하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 체크가 우선 일과인 필자가 최근에 참담할 정도의 쏟아져나오는 뉴스들을 접하고, 교사 폭행 혹은 아동 폭행의 뉴스를 읽을 때는 참으로 가슴이 미어졌었다. 지나친 사욕과 이기성이 만연하는 사회 속에서 대다수의 교사들이 정부의 스승의 날 컨트롤로 인해 의심을 받는 불쾌함을 느끼고, 교사로서 지녀왔던 자부심이나 사기 의욕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경우, 과연 어떤 형태의 부메랑으로 사회에 돌아올까?를 생각하다 보니 '모기 몇 마리 잡겠다고 창문을 닫아 거는 것' 이 결코 현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의 나라 모습은 교육에 달려있다. 교육이란 모두의 책임어린 협력과 존중과 신뢰로 이뤄져야 제대로 된 기능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우리는 재인식 할 필요가 있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강의실에 들렀던 선배 교수가 스승의 은혜를 재창하는 광경을 보면서 김밥을 입에 넣은 뒤, 한국의 스승의 날을 부러워하며 나를 선망의 대상처럼 얘기할 때 솔직히 나는 매우 행복했었고, 이 스승의 날로 인하여 그동안의 고생이 씻겨내려하는 듯한 뿌듯한 자부심조차 느낄 수 있었다.

제자들 또한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를 했다며 감사를 할 때, 우린 서로가 훈훈한 스승의 날로 장식하였다. 이 글을 통해 나를 교단에 서게 해 주신 모든 내 스승님들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도쿄 이수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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