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황금연 대학로문화연구원장/예원대학교 겸임교수(문화예술학박사)]대학로는 나에게 시작과 끝이며 뿌리다
[인터뷰-황금연 대학로문화연구원장/예원대학교 겸임교수(문화예술학박사)]대학로는 나에게 시작과 끝이며 뿌리다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5.06.0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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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세계 문화지구 모범사례 되도록 연구 발전시키고 싶어.

문화융성이란 문화의 가치가 사회 전반에 확산돼 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의 기본 원리로 작동하고 국가 발전의 토대를 이루며 국민 개개인의 행복 수준을 높이는 것을 뜻 한다.

이처럼 문화란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며, 사회 구성원의 행복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문화융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문화의 창작자인 예술인들과 문화의 향수자인 대중의 역할이 중요한데, 우선 그들이 문화를 소통할 수 있는 공간 등 문화 인프라가 함께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인프라 정책인 문화지구 제도는 인사동, 대학로 등에 형성된 전통적이거나 현대적인 문화자원 밀집지역이 비록 시장경쟁에 취약하나 역사적 의미나 비경제적인 가치인 문화자원의 가치가 주목됨에 따라, 이를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2000년부터 도입됐다.

현재까지 인사동, 대학로, 파주 헤이리, 인천 개항장 등 4개의 지역이 문화지구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그 중 대학로는 세대를 초월하는 문화공간으로 젊음과 문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거리다.  대학로의 문화를 연구하는 ‘대학로문화연구원’이 2015년 5월 20일 개원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연구원의 설립목적과 계획을 알아보기 위해 황금연 원장을 만났다.

그에게 대학로는 전직 노래방 상인이 늦깍이 박사가 되고 교수가 되고, 대학로 문화인으로 정착하는 삶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보낼 수 있었던 곳이다. 대학로문화연구원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2002년부터 그 전신으로 ‘대학로문화발전연구소’를 설립해 활동을 해왔고,이제 정식 개원으로 그 실체가 더욱 확고해진 것이다.

그는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지정되기까지 산파역을 해왔다. 대학로문화발전위원회 초대 사무총장을 맡아 대학로 발전에 힘을 쏟아 왔으며, 그의 박사논문 주제도 대학로의 생태계를 중심으로 ‘문화지구관리운영에 대한 인식평가 연구’다.

그는 대학로 문화지구가 세계가 모범사례로 규정할 수 있도록 하는 꿈을 꾸고 있다. 현재 그의 삶의 원천이자 청춘을 바친 곳이기도 한 대학로 문화지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들어보기로 했다.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이었던 지난 22일 대학로문화연구원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14년의 대학로 문화 경험이 이끈 문화연구를 시작하다.
-이론과 현실과의 격차를 연구를 통해 극복한다.

▲황금연 대학로문화연구원장/예원대학교 겸임교수(문화예술학박사)

지난 20일 대학로문화연구원이 개원했다. 다시 한 번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대학로문화연구원의 설립 목적을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대학로문화연구원은 문화지구로 선정된 대학로의 문화를 연구하는 곳으로 대학로의 문화와 더불어 대학로라는 공간을 문화지로 연구하는 기관이다. 이에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대학로를 문화의 거점으로 삼는 것을 기반으로 하며, 두 번째는 대학로를 포함한 우리 대한민국의 문화를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의 하나로 연구해, 국내외의 많은 문화정책이 이 곳을 모방하고 적용하여 따라 올수 있는 그런 선진 모범사례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연구원은 문화예술학 박사들을 포함해 문화 예술 행정 경영 등 각 분야별 15명의 융합복합학문의 전문가들을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당면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자 한다.  문화정책을 단순히 따라가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대학로 문화를 다시 만들고 다듬어서 대학로문화의 미래상을 설정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목적이다. 대학로 문화의 특성에 외국의 선진사례를 잘 접목시켜서 대학로를 세계적인 문화지구의 모델로 만들기 위해 연구원을 만드는 것이다.
그 전제하에 연구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으로 대학로발전연구소, 대학로문화축제, 이런 것들이 통합되고 바탕이 되도록 이론적이며 체계적인 연구를 통하여 동력을 불어 넣어 주고자 문화연구원을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대학로문화연구원이 추구하는 것은 예술적 공연만이 아니라 대학로 문화지구 안에서 갯벌처럼 스스로 살아가는 작은 축제를 비롯해, 각 개인이 재능이 있으면 언제든지 마로니에 공원에서 공연도 할 수 있는 이런 다양한 컨텐츠들이 모여 대학로의 정체성이되고 발전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박사논문을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 ‘문화지구 관리운영에 대한 인식평가 연구’로 했는데 논문의 내용을 설명 부탁한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학로는 문화지구로서 존속돼야 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다.
논문을 대학로라는 문화공간으로 선택한 이유는 대학로 자체가 나에게는 연구 대상 이었고 또 그 연구를 통해 학위를 취득했으니 문화적인 장소가 마케팅적으로 움직이면 상업적일지 몰라도 문화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런데 이것을 유지하려면 대학로에서 연극만으로는 어렵다. 뭐 ‘연극의 메카’ 이미지는 좋다, 하지만 연극만으로는 어렵고 또 ‘축제의 메카’란 것도 좋다, 하지만 축제만으로는 어렵다. 축제란 것은 선택적인 소비다 내가 꼭 가야 되겠다 해서 온 사람보다 “어? 축제를 하고 있네” 란 사람이 더 많다. 이런 차이이다. 이런 부분을 체크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문화행정이 축제가 사람 수가 많으면 성공이라고 한다. 아무리 콘텐츠가 좋아도 사람 수가 없으면 더 이상 지원 하지 않는다. 결론은 연극의 메카도 좋고 대학로의 거리축제가 계속 있었으면 좋겠는데. 마로니에를 중심으로 대학로의 공간이 여러 다양성을 요구하는 축제를 포용함으로써 이 축제의 장소가 이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시 말해 이 축제를 대학로에서 품을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문화지구위원회의 실제적인 산파 역할로 업무를 관장해 왔는데 대학로 문화지구로 지정되면서 어떤 점이 좋아졌는가.
대학로는 문화지구가 2004년에 지정됐다. 그 이전에는 문화예술진흥원이 대학로에 자리를 잡고 난 후 대학로문화대극장(현 아르코예술극장)을 중심으로 신촌, 홍대에 있던 극장들이 서서히 들어온 것이다. 정말 세계적으로 갑자기 소극장이 이렇게까지 집약된 곳이 없다. 그래서 서울시에서도 이 부분을 연구했다. 문화예술진흥원이 모든 예술계의 지원기관이니 이러한 이해관계로 많은 소극장들이 이곳에 자리 잡지 않았나 하고 추정한다. 당시 극장 수는 2004년 대략 80개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문화지구 지정 후 100개가 넘은 것이다. 또 이렇게 한군데 모여 있으니 관광자본도 되고 직업창출도 되는 것이다.

▲황금연 대학로문화연구원장/예원대학교 겸임교수(문화예술학박사)

문화지구선정 이후 대학로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문화지구 유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도 한데.
나는 문화지구로 살아남지 못한다면 상업지구가 와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한국의 문화정책을 뒤엎을 순 없지만 문화와 함께 연계사업이 돼 전문가들이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학로 상권은 많이 침체 돼있다. 문화통계학으로 봐도 GDP와 관련해 경제가 호황일 때는 공연장만 늘어나도 활성화 된 것으로 보지만 불황 일 때는 공연장이 많아졌다 해서 그 지역이 경제적으로 활성화 됐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탈 대학로>가 문화지구 지정으로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지구에 대한 문제를 다듬을 수 있는 전문가가 없는 것에 더욱 기인하고 있다.
지금 인접지역인 낙산공원이, 창경궁, 혜화동, 동대문 등에서 유입되는 인구들을 대학로 문화지구 안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분산시키고, 즐기면서 문화적 충족을 하고 가는가 하는 것을 분석하고 나름대로 연구하고 있다. 한 예로 이화동 벽화마을은 그저 보고만 가는 곳이니 아무런 이윤이 발생되지 않는다. 무언가 경영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또 대학로가 젊은이들의 지역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노인이 너무 많아 실제 젊은 사람들의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은 연구를 통해 관광지화 되는 것과 더불어 지역주민이 융합할 수 있는 연구된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문화지구라는 이름을 걸고 대학로의 다양한 생태계를 존중하며 문화지구 안에서 생겨나고 공존할 수 있게 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우리 연구소가 연구해 나가려 한다.

현재 대학로에는 170여개의 극장이 있다. 그 중 영세한 극단들이 치솟는 대관료를 감당못해 대학로를 점점 떠나고 있다. 얼마전 한 극단 대표가 ‘대학로는 죽었다’며 노제를 지내고 퍼포먼스와 포럼도 열기도 했다. 대관료 문제는 물론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요즘 상황은 어떤가.
나도 물론 노제도 보고 그 포럼에도 참석했었기에 안타깝게 생각한다. 옛날에는 극장운영을 전문경영인이 아닌 연극인이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건물주, 극장운영자, 그리고 극단 이렇게 삼중 관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건물주와 극장장의 계약관계가 오천만원에 이 백만원으로 계약을 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백만원보다 더 많은 대관료를 받아야 이익이 되는 실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극장운영자가 이익을 남기려고 육백만원 칠백만원을 받아 버리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극단에게 가는 것이다. 법이 계약금의 10%밖에 못 올리도록 했지만 아예 계약서 자체를 공개 하지 않으니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극단들은 애꿎은 건물주만 원망하게 된다. 그래서 극단을 운영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 지는 것이다.

대학로 호객행위는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공연장의 대관료 문제도 그렇고 대형기획사들이 들어오고 있으며 또 인간의 욕망도 한 몫하며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먹고사는데 양심가지고 살면 나만 굶어 죽는 것이다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고 사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결론은 대학로 문화지구가 지속되도록 그 부분(문화경제적인 면)에 윤활유를 부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

8월과 9월에 세미나가 있다고 들었는데 세미나에서 문화지구에 대한 어떤 논의를 할 지 설명 부탁한다.
문화지구정책에 관한 견해를 연구하는 세미나이다. 이 문화지구정책을 보는 두 가지 견해가 있는데, 첫 번째 견해는 대학로가 문화지구로 선정되면서 오히려 지역이 피폐해 졌다란 입장과 이 자리에 어떤 문화정책 모드가 적용되면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란 입장이다. 이런 부분을 정확히 맥을 짚어볼 필요가 있기에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이다.

▲황금연 대학로문화연구원장/예원대학교 겸임교수(문화예술학박사)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청정지역 대학로를 중심으로 더 많은 문화재나 문화자산들을 후손들에게 아름답게 물려주기 위해 평생을 이바지 하고 싶다. 그래서 열매가 맺어지는 것을 보며 세상을 뜨고 싶다. 열매를 따먹기에는 조금 나이가 있고,(웃음) 문화지구에 살지만 문화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던 지난날 단순히 생각했던 장밋빛 청사진을 가지고 바라봤던 이론이 현실에는 전혀 적용이 안 되고 다른 부분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 과정에서 초대 대학로문화발전위원장을 맡았던 정복남 회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정말 열심히 도와주시고 그로 인해 대학로가 타락되지 않았고, 거기에서 충분히 내 역할을 다 할 수 있었다. 또 그런 현실들을 보며 겸손해졌다. 무언가 목표가 서면 열정이 생기고 거기에 모든 것을 올인 했던 그 때의 대학로는 나의 인생이었고 노년을 보낼 자양분과도 같다. 대학로는 나의 시작과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