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아리랑 박물관’ 건립이 필요하다
[김승국의 국악담론]‘아리랑 박물관’ 건립이 필요하다
  • 김승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
  • 승인 2015.06.1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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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시인

아리랑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민요라는 것에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아리랑이 우리 민족과 함께 한 시간은 멀고 먼 옛날부터였겠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 민요로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 이후이다.

왜냐하면 1926년10월 춘사 나윤규는 자신이 제작한 무성영화‘아리랑’을 단성사 극장에서 상영하였으며, 주제곡‘아리랑’이 일제 치하에서 신음하던 우리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던 것이다. 

영화‘아리랑’에서 자신의 여동생을 겁탈하려던 오기호를 죽인 영진이가 수갑을 차고 일본 순사에 끌려 아리랑고개를 넘어가는 마지막 장면에 구성진 변사의 설명 뒤로 절절히 흐르던 주제곡 아리랑은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으며 마음속 깊이 아리랑을 새겨 놓았던 것이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나운규의 영화‘아리랑’의 주제곡이기도 한 ‘아리랑’은  전래 민요인 아리랑을 기반으로 나운규가 작사하고, 나운규의 의뢰로 당시 단성사 악대의 바이올린 주자이며 변사로도 유명했던 김서정(본명 김영환)이 나운규의 노래를 편곡하여 만든 곡으로 알려져 있다. 김서정은 ‘암로’, ‘세 동무’, ‘봄노래’, ‘강남제비’ 등과 영화 ‘낙화유수’의 주제곡‘강남 달’을 작곡한 천재 작곡가였는데 안타깝게도 39세의 나이로 요절하였다.  

1926년 이후 전국에 산재한 민요 아리랑은 통한(痛恨)의 노래이기도 하였지만, 때로는 기쁨의 노래이기도 했다. 또한 아리랑은 저항의 노래였고, 고달픈 삶을 달래주던 노래였고, 망향의 노래였고, 기다림의 노래였던 것이다.  

아리랑은 전국 방방곡곡 구석구석에 다양한 가사와 선율로 존재하고 남북한은 물론이고 한국인이 살고 있는 곳이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아리랑이 있다. 아리랑은 남북을 통틀어 약 60여종 3천6백여 수라고 하나 그 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아리랑은 분단 조국의 남과 북을 이어주는 공통 언어이며, 세계 도처에 흩어져 있는 재외동포들과 조국 대한민국을 이어주는 공통 언어이기도 하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유네스코 세계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리랑을 국민통합의 구심점으로 하겠다고 천명한 것은 아주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총론은 있는데, 어떻게 아리랑을 국민통합의 구심점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각론이 빈약하다. 

아리랑을 국민통합의 구심점으로 하는 일에 있어서 국가가 나서서 정책을 수립하고 직접 시행하기 보다는, 민간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아리랑 콘텐츠 사업을 적극적으로 돕고 지원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민간 차원에서 아리랑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콘텐츠의 생성과 소멸에 방해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일지도 모른다. 아리랑과 관련된 우수한 콘텐츠의 생성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민하고 현실에서 부딪히는 민간 차원의 도전 정신이 우수한 아리랑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할 사업 중에서 민간 차원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사업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아리랑 박물관의 건립’이다. 아리랑 박물관은 아리랑을 통한 국민대통합을 구현하기 위한 컨트롤 센터로서의 기능과 전국 각지와 각 기관에 산재해 있는 아리랑 관련 자료를 통합하여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관련 자료를 연구·발굴·보관·전시·체험할 수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가져야 한다. 

위의 기능 이외에도 아리랑 박물관은 아리랑 생활음악화와 창작 활성화의 산실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아리랑 관련 음반 제작과 연구 책자 발간, 관련 기념품 개발을 주도하도록 하고, 아리랑을 통한 남북 문화 및 학술교류, 그리고 아리랑 세계화의 주관기관으로서 역할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아리랑 박물관 내에는 공연장과 영화관, 그리고 전시실을 두어 아리랑 관련 융복합 공연물 및 영화 그리고 전시물의 산실로서의 기능과 언제라도 박물관에 가면 아리랑과 관련된 공연과 영화, 그리고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올해는 해방 70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어디에 있던 모두가 아리랑이라는 유전자가 몸속에 흐르고 있다. 아리랑을 국민대통합의 구심점으로 하겠다는 생각은 매우 적절하다.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로서의 기능과 체계적 연구 및 활용 공간은 민간 차원에서는 안정적 운영 기반을 갖기는 어렵다. 따라서 그러한 종합 기능을 갖는 ‘국립 아리랑 박물관’의 건립을 심각하게 고려해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