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대회 유치에 혈안이 된 지자체의 그늘
세계대회 유치에 혈안이 된 지자체의 그늘
  • 정우철 인턴기자
  • 승인 2009.07.31 14: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BC뉴스후 보도, 무리한 사업투자로 재정난에 시달려

30일, MBC '뉴스 후'에서  지자체들의 세계대회 유치전쟁을 집중 취재했다.

강원도는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공을 들여왔다. 지난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IOC위원이었던 이건희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와 후원에도 불구하고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강원도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 2018년 동계올림픽을 목표로 세 번째 도전을 시작하는데 최종 확정까지는 2년가량 남은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평창의 실상은 꿈에 부풀어 있지만은 못하다.

▲ 지난 6월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기원 달리기대회

강원도 개발공사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개발하고 있는 복합 리조트 단지인 알펜시아(아시아의 알프스)는 사업비만 1조5천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자본이 투입되었다.

알펜시아는 A, B, C지구로 나뉘어져 있는데, 문제는 A지구 골프 빌리지다. 빌라를 소유한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최고급 골프 리조트로 268세대 분양되는 이 리조트는 소위 'VVIP 골프 빌리지'라고 불리는 극소수 부유층을 위한 곳이다.

강원도는 이 리조트를 분양해서 얻는 수익으로 B, C지구에 들어가는 사업비를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목표률에서 한참 못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 MBC뉴스후 방송 장면 캡쳐

그러나 알펜시아 운영지원 팀장은 " VVIP 고객들을 위해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시도가 되었다. 이 빌라의 고객들은 대한민국에서 최초이자 마지막 혜택을 받는 분들이다"라고 큰 소리치고 있는 현실이다.

결국 분양이 안되자 사업비 조달이 어려워진 강원도 개발공사는 7천억 원이 넘는 엄청난 공사채를 발행하였고 강원도는 하루 이자 1억 원을 부담하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사업비 8천억 원 가량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강원도가 떠안은 빚더미는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간다는 것이다. 도민들의 복지나 교육, 문화 등에 써야할 예산들이 빚 갚는데 쓰이기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이는 평창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2 여수 세계 박람회는 환경박람회를 표방하고 있지만 인공해수욕장을 만들고, 마을을 없애 골프장을 만드는 등 반 환경적인 사업들로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2011년 대구 육상선수권대회, 2012년 여수 세계 박람회,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등 거의 매년 세계대회가 대한민국에서 열린다. 또한 2013년 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2020년 부산 하계 올림픽 등을 유치하기 위해 지자체들은 열을 올리고 있다.

지자체들이 세계대회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한 방으로 지역의 숙원사업과 사회 기본 시설 같은 것을 갖추려고 하는 의도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무리한 세계대회 유치가 도시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인지, 장밋빛 미래만 떠올리며 무작정 달려든 유치 경쟁은 아니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할 시점이다. 더불어 국제행사 유치를 통해서만 관광자원을 개발할 것이 아니라 지역적 특색과 전통을 활용해 장기적인 관광산업을 육성해야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서울문화투데이 정우철 기자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