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시장이야기]예술장사와 예술작품 장사? ①
[박정수의 미술시장이야기]예술장사와 예술작품 장사? ①
  • 박정수 미술평론가/ 정수화랑 대표
  • 승인 2015.06.1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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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 미술평론가/ 정수화랑 대표
장사는 이익을 얻기 위해 물건을 사서 팔거나 그렇게 하는 일을 말한다. 미술계에서 미술작품을 구매하거나 위탁 받아 판매하여 이익을 남기는 이를 화상(畵商) 혹은 갤러리스트라 일컫는다. 그런데 문제는 예술작품만을 매매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그자체도 매매가 되고 있으니 조금은 아이러니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엇이든 사고 팔리는 것이 정상이지만 예술장사와 예술작품 장사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못내 혼란스럽다.

예술가는 자신의 예술작품을 매매하기 보다는 예술을 판다. 무형의 자산으로 사회에서 구매하여 작품에 가치로 담는다. 그러면서 예술가들은 자신의 감정과 정신이 요구하는 무엇인가를 보여주려 한다. 사회는 그것을 사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한다. 옛날 종교사회에서는 종교가 선택했고, 왕들이 통치하는 사회에서는 왕들이 선택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종교나 왕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종교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이들이, 왕족 사회를 유지하여야만 자신의 영달이 보장되는 이들이 예술을 선택하여 왔다. 그래서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예술가들을 권력이 불안정한 시절에는 억압과 탄압에 살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예술가들의 예술장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술장사가 무척 힘겹다. 그것이 돈으로 바뀌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상태로 전환되어야 함에도 예술장사는 해서 안 되는 품목으로 정해 놓은 것 같다. 예술가는 고상하고 우아하고 품위 있어야 한다고 설득하여 왔다.

세계가 자국의 영업이익을 위해 예술의 자율성을 인정하던 삼십년 전쯤의 우리나라의 예술가들은 경제활동에서 멀어져 있어야만하고 돈과 관련되어서는 좋은 예술을 하지 못한다고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가르쳤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가가 돈을 벌 수 있음에도 가난해도 예술가니까, 지저분하고 뭔가 부족해 보여도 예술가니까로 이해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아무리 예술 활동하기 너무 힘들어도 굶어죽는 예술가 하나 없고, 언제나 궁색하다 말하면서도 없는 돈 쪼개가면서도 몇 년에 한번 씩 발표회는 반드시 치룬다. 한편으로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미래는 밝다. 암울했기 때문에 발전의 기회가 많고, 덜 가르치고 잘못 가르쳤기 때문에 할 일이 많다.

상반기 미술시장이 거의 마무리 되었다. 화랑미술제를 필두로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서울오픈아트페어, 아트부산2015가 끝났다. 사이사이 크고 작은 아트페어가 있었고, 해외 아트페어도 여럿 있었다. 상반기를 바라보면서 특이한 것은 시장이 어렵고 불황이라고 하면서도 새로운 화랑이 문을 많이 열었다는 사실이다. 매년 수십개의 화랑이 문을 닫고 열지만 예술장사를 위한 화랑이 꽤 많다는 사실이다.

미술가가 자신의 예술작품을 팔기위해 화랑을 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예술장사를 위해 화랑을 연다. 화랑에 참가비를 제공하고 아트페어를 참여하는 것보다 직접 화랑사업자를 두고 작가 여럿 십시일반하여 참여하는 것이 이익이라 판단하는 것 같다.

하지만 예술장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현격히 낮다할지라도 예술작품 장사 시장에 예술가가 직접 참여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손해일 경우가 많다. 예술장사는 예술작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무형의 가치로 자리한다. 작품가격이 높아지고 작품장사가 활발해지면 상품(?)에 대한 보증과 거래에 대한 매매차익에 대한 책임소재가 분명하여야 작품시장이 넓어진다.

예술가가 직접 예술장사를 하기보다 작품장사에 관여하면 시장의 확장에 방해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예술가로서 지금은 조금 어렵더라도 예술장사에 힘쓸 때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