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한국문학사 전환점 된 ‘신경숙 표절사건’
[특별기고]한국문학사 전환점 된 ‘신경숙 표절사건’
  • 이승철(시인,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
  • 승인 2015.06.24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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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등 문학권력의 붕괴 조짐과 한국문단 재편 움직임 일어

신경숙 표절사건으로 발칵 뒤집힌 한국문단

소설가 이응준이 지난 6월 16일 인터넷 언론 <허밍턴포스트>에「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 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라는 글을 발표한 이후 한국문학계는 놀라운 충격에 휩싸였다. 신경숙의 소설 「전설」이 일본의 대표적 극우작가인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1925―1970)의「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이응준에 의해 전격 제기되자, 이 소설이 수록된 작품집(2005,『감자 먹는 사람들』)을 출간한 ‘창비’ 출판사와 신경숙 작가는 17일, 이를 강하게 부인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2013년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신경숙 작가 (사진=SBS홈페이지 캡쳐)

작가 신경숙은 “해당 작품(「우국」)을 읽어본 적이 없다, 독자들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 뿐이고 진실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로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며 표절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출판사 창비 역시 작가 입장에 손을 들어주며 표절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이명원, 권성우, 김명인, 김응교, 임우기 등과 소설가 고종석, 이순원 그리고 이재무, 박철 시인 등 문단의 중진들이 창비와 신경숙 작가의 표절 의혹 부인에 대해 강력 비판하면서, 신경숙과 창비 측의 표절 인정과 사과를 촉구했다.

또한 지난 2000년『문예중앙』가을호를 통해 평론가 정문순이 신경숙 소설의 표절 의혹을 이미 제기한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문단에서는 “신경숙의 소설「전설」은 플롯과 모티브의 유사성, 유사문장과 동일문장을 보더라도 표절임이 분명하다. 단지 문장의 차원뿐만 아니라 작품의 구조전체에 해당하는 명백한 표절이다.”고 밝힘으로써 신경숙 작가는 ‘한국문학의 총아’에서 ‘한국문단의 대표적 표절작가’로 각인되고 말았다.

‘창비’와 신경숙의 표절 부인 발언이 알려지면서 ‘창비’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은 독자들의 비난과 항의가 빗발쳤다. 급기야 ‘창비’ 간행의 도서들에 대한 불매운동의 조짐으로 확산되자, 18일, 창비의 강일우 사장은 “지적된 일부 문장들에 대해 표절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했지만, 어정쩡한 사과로 인해 표절 논란은 좀체 수그러지지 않았다. 아울러 문단 일각에서는 신경숙의 표절의혹에 대해 창비의 실질적 사주인 문학평론가 백낙청의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당대의 지성’으로 평가받고 있는 백낙청 평론가는 지금까지도 신경숙 표절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신경숙 작가에 대한 표절의혹이 제기된 후 지난 1주일 동안 이와 관련한 기사가 1천 건이 상회할 정도로 신문과 방송을 통해 그 표절의혹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문단 내부 인사가 아닌,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이 신경숙 작가를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이 문제는 여론의 관심을 촉발시키는 등 사회문제로 비화되었다. 하지만 신경숙 표절의혹을 제기한 이응준 작가 등 문단 내부에서는 현 원장의 검찰고발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문단 스스로가 자정능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옳지 법적 다툼으로 가서는 오히려 문제해결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23일 홍대 앞 서교예술센터에서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가 공동 주최한 <최근의 표절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현재> 라는 제목으로 열린 긴급토론회. 가운데는 이날 사회를 맡은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사진제공=김이하 시인)

신경숙의 어정쩡한 표절 인정과 그 사과 표명의 파장

지난 18일, ‘창비’가 신경숙의 표절의혹을 사실상 인정하고, 문학동네 권희철 평론가도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신경숙의 「전설」속의 해당 부분이 “거의 같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라고 발언함으로써 신경숙 작가는 사면초가에 처했다. 더구나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가 공동으로 신경숙 표절의혹에 대해 긴급토론회를 갖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침묵을 고집하던 신경숙이 22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자청하기에 이르렀다.

신경숙은 이 인터뷰를 통해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다. 해당작품은 거둬들이겠다. 당분간 자숙하겠지만 나에게 문학은 목숨과도 같은 것이어서 절필은 못한다.”며 자신의 표절의혹을 마지못해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23일자 경향신문 조간에 신경숙의 이 같은 사과성 인터뷰가 실렸지만, 그 진정성에 대한 문단의 의구심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신경숙 작가의 사과 표명에도 불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는 그 사과의 진정성을 놓고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페이스북에서는 “어떤 사과는 사람들을 더 화나게 한다.”, “자꾸 말장난으로 독자들 판단을 흐리려는 시도가 후지다.”는 비판이 연이어 나왔다. 23일 신경숙은 조선일보가 주관하고 있는 ‘동인문학상’ 심사위원을 사퇴한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신경숙 작가가 23일자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약하게나마 표절을 인정하자, 출판사 창비는 해당 작품이 실린 책을 곧바로 출고 정지했다고 밝혔다. 

‘창비’'문지' '문학동네' 등 ‘문학권력’ 패권주의, 한국문학을 ‘비평적 베팅’ 장소로 희화시켜

지난 23일 오후 4시 서울 홍대 앞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가 공동으로 마련한 긴급 토론회는 신경숙의 표절 논란과 그 배후로 지목된 창작과 비평(이하 창비), 문학과 지성(이하 문지), 문학동네 등 문학권력 문제에 대한 뜨거운 논의가 3시간 동안 이어졌다. <최근의 표절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현재>라는 제목으로 열린 긴급토론회장은 신문과 방송기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문학인들과 일반독자, 취재진들로 발 디딜 틈 없는 토론회장. (사진제공=김이하 시인)

뜨거운 취재열기 속에 진행된 신경숙 표절사태에 대한 긴급토론회에서 문학평론가 이명원(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은 <신경숙 표절 의혹을 둘러싸고― 사실, 진실, 맥락의 문제>라는 발제문을 통해 “신경숙의 소설「전설」은 표절이 명백하다. 무의식적 표절이 아니라 의식적인 표절이며, 신경숙은 이미 1급작가에서 표절작가로 하향이동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그는 “오늘의 사태가 초래된 가장 큰 원인은 작가 자신의 표절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신경숙문학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봉쇄하고, 상업주의와 타협해 결국 한국문학을 ‘비평적 베팅’의 장소로 희화시킨 문학권력의 패권주의 탓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문단의 패거리화와 권력화, 이에 따른 비평적 심의기준의 붕괴와 독자의 신뢰상실”을 지적하면서 표절과 관련하여 기준과 원칙, 규범을 조속히 마련함으로써 한국소설에 일반화된 표절 근절에 나서야 하며, 『표절 백서』발간 등 한국문단의 자성과 그에 걸맞는 행동을 주문했다.

 

▲공동발제자로 나선 이명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사진제공=김이하 시인)

등단, 문학상, 문학출판 관행 시스템 등 일련의 문학 질서 전복 위한 문학권력 외부 형성돼야

문학평론가 오창은(중앙대 교양학부대학 교수)은 <신경숙 표절 국면에서 문학권력의 문제>라는 발제에서 “이번 사건으로 민낯을 드러낸 것은 한국문학의 구조적인 문제”라며 “문학상업주의에 대한 준엄한 자기성찰과 극복의 노력이 필요하다. 창비, 문학동네, 문지는 상업주의의 아성이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오 교수는 “신경숙 표절사건의 이면에는 비평의 무기력이 자리하고 있다. 비평의 위기와 무능을 타파하기 위해 비평가들의 진지한 성찰이 더 크게 요구된다.”며 평론가들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와 함께 “문학의 역할에 대한 자기성찰이 작가와 독자들 사이에서 다시 한번 심각하게 제기될 필요가 있다”면서 “등단, 문학매체 발간, 문학상, 문학출판 관행 시스템 등 일련의 문학 질서를 전복할 수 있는 문학권력 외부가 형성되어야 하며, 표절 작가에 대한 ‘징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표절 백서』발간과 표절작가에 대한 징계시스템 마련해야

이명원, 오창은 교수의 발제에 대해 심보선(시인, 경희대사이버대 교수), 정원옥(계간『문화과학』편집위원), 정은경(문학평론가, 원광대 문창과 교수), 조영선(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의 지정토론이 있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심보선 시인은 “표절은 ‘타인의 글을 독자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은폐하면서 자신의 글로 둔갑시켜 독자에게 선보이는 행위’로 정의하면서, “문제가 된 신씨 소설은 표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경숙은 에이스가 아니며, 또 다른 에이스를 찾아 나서기에 급급한 한국문학의 행태가 문제다. 신씨는 이런 규칙위반 행위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동발제자인 오창은 중앙대 교수(좌), 지정토론자로 나선 심보선 시인(가운데) , 정은경 원광대 교수(우). (사진제공=김이하 시인)

또한 정원옥 편집위원은 신경숙 작가가 “23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며 여전히 표절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은 “신경숙 작가가 (작품을) 가슴에 묻어야 할 것 같아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질문으로 남겠죠.”라고 말한 부분에서 신씨가 이번 파문을 작가 개인에 대한 공격과 비난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여전히 신씨는 표절 의혹에 대해 진심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국문학에서 유명하고 대중적인 작가가 표절을 했다는 것에 대해 관대한 시선과 피해자에 대한 공격이 또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정은경 교수는 “신경숙의 작품「전설」과 「딸기밭」은 표절이 맞다.”고 동의하면서 “신경숙의 표절 의혹은 199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창작방법이 실생활과 ‘대지’를 도외시하고 책상 위에서 이루어지는 필사 훈련과 같은 기능 훈련으로 흘러버린 데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즉, “모니터 앞에서 세련된 문장 만들기 차원의 경향은 2000년대 이후 우리 문학계의 빈곤을 초래한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며, 한국문학이 표절의 유혹에 벗어나기 위해 김수영의 ‘온몸의 시학’과 대지에서 빚어낸 신동엽의 ‘소박한 언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여 공감을 얻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명원 교수와 정원옥 편집위원은 “신씨를 비롯해 지금까지 표절 의혹이 제기된 작가들은 매번 ‘가져다쓰긴 했는데 표절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출처를 표시하겠다.’는 식의 ‘유체이탈 화법’을 썼다.”며 “그런 식이라면 한국에 표절 작가는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표절은 내부징계 안돼,  예술가의 양심에 맡겨야

특히 정 편집위원은 “표절은 작가가 지켜야 할 윤리적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 특히 문단의 약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일”이라며 “문단 내부 규범을 어긴 사람에 대한 강력한 징계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제공=김이하 시인)

이에 대해 정은경 교수는 내부 규범 마련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정 교수는 “무엇보다 한국문학이 스캔들이 된 것에 화가 치민다. 한 단락 안에서 ‘여섯 개의 단어 동일’이라는 명백한 문장 단위 표절 기준 외에 모티브와 이미지 차용 등은 모방과 영향 관계로 봐야 한다.”며 “예술 창작은 예술가의 양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영선 변호사는 “신경숙 표절사건이 한국문학 전체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었다. 저작권법에서 표절은 그 표현의 비중, 중요성, 침해의 여부로 판단하고 있으며, 저작권법 위반은 친고죄로서 저자인 미시마 유키오나 번역자인 김후란의 직접 고발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택수 원장이 신경숙을 검찰에 사기죄와 업무방해죄로 고발한 사안에 대해 검찰이 기소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아마 검찰이 이 사건을 종결처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경숙 표절사건’으로  한국문단 재편 움직임

지난 일주일 동안 한국문학계와 문화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신경숙 표절사건’은 국내는 물론 외신을 타고 전 세계에 타전되기도 했다. 24일,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를 비롯 영국의<가디언>,<BBC방송>그리고 일본의 <산케이신문>과 <교토통신> 등은 신경숙 표절의혹과 관련한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함으로써 한국문학의 표절 추태는 이제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스캔들이 되었다.

신경숙 표절사건으로 한국문단의 왜곡된 질서에 대한 시민사회의 관심과 주목이 확산일로에 있다. 이는 ‘신경숙’이라는 ‘한국문학의 대표적 권위’가 형성되는 과정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의 표출이기도 하다. 특정 작가를 최고의 작가로 만들어 한국문학의 대표적 상징으로 만드는 문제점에 대해 창비, 문지, 문학동네 등 3대 출판권력과 문학권력의 상업주의 정신에 대해 반성과 참회를 촉구하고 있다. 그와 함께 베스트셀러에 무조건 주목하기보다는 다양한 문학적 상징이 향유되는 감성사회를 만드는 데 한국의 독자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한국의 대표적 문인단체인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 사무총장: 정우영)’가 이번 신경숙 표절사태에 대해 ‘사려 깊고, 신속한 대책’을 내놓지 못함으로써 소속 문인들과 독자들의 불신을 초래했다. 이 때문에 신경숙 표절사건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여러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국문단의 재편 움직임마저 일어나고 있다. ‘신경숙 표절사건’은 한국문단이 새롭게 재신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한국문학사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승철 시인
1958년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1983년 시 무크『민의』제2집으로 등단했다. 주요 시집으로『오월』,『당산철교 위에서』,『총알택시 안에서의 명상』등을 출간했고, <광주의 문학정신과 그 뿌리를 찾아서> 등의 문학사를 연재하기도 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한국작가회의 전신) 사무국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편집 이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