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DIMF 배성혁 집행위원장 “제9회 DIMF, 작품성 갖춘 대중성으로 승부한다”
인터뷰-DIMF 배성혁 집행위원장 “제9회 DIMF, 작품성 갖춘 대중성으로 승부한다”
  •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정리 강다연 기자
  • 승인 2015.07.09 1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뮤지컬 전용극장에서 대형 창작 뮤지컬을 올려보고 싶다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
올해로 9회째를 맞는 DIMF(Daegu Musical Festival, 대구 뮤지컬 페스티벌)의 2015년 개막작은, 영국 초청작인 주크박스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이었다. 메르스로 예년보다 관객이 적지 않을까 했지만, 야외에서 열린 개막축하공연장 곳곳에 열감지기와 손 세정제, 물티슈를 구비하고 개막작이 올라간 오페라 하우스도 두 번이나 방역하는 등 주최 측이 위생에 신경 쓴 덕분인지, 우려와 달리 많은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다.

전설적 락그룹 퀸의 브라이언 메이가 비디오 내레이션을 맡은 이 유명한 작품을 공식 초청하여 흥행에 성공시킴으로써, 집행위원장으로 3년만에 재임용된 배성혁 씨는 자신의 복귀를 화려하게 알렸다. “포비든 플래닛”의 첫 공연이 있던 다음날, 벌써 10주년을 야심 차게 준비 중인 배성혁DIMF 집행위원을 만나 포부를 들어봤다.(인터뷰는 개막작 공연이 올라간 다음날 지난 달 27일 이뤄졌음을 밝혀둡니다) 

올해 주제가 대중성인데, 차별화된 작품이 있는가?
예년의 작품들은 굉장히 생소했다. 올해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비든 플래닛”의 라이선스를 가져왔다. 재공연되는 뮤지컬 투란도트도 있고, "팬텀 오브 런던"은 "잭 더 리퍼"의 내용으로, 널리 알려진 스토리다. 대만 작품인 “넌 리딩 클럽”은 우리 정서에 맞고 재미도 있다. 그렇다고 전작들이 다 대중성 없었단 뜻은 아니다. 다만 우리에게 너무 생소했다.

◇대중성도 중요하지만, 매니아 취향도 만족하게 하겠다

대중성과 작품성 사이에서 제작자들은 시소처럼 균형을 맞추기가 힘들다. 그래도 뮤지컬 페스티벌이라 하면 뮤지컬을 정말 사랑하는 매니아들을 위해 깊이 있는 작품들도 섭외해야 할 텐데?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올해 프로그램 중 “포비든 플래닛”과 “스윗 채리티” 는 매니아들이 기다려왔던 작품이고 대중성도 갖췄다. 다만 “스윗 채리티”는 관객이 이해 못 하는 부분도 조금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진작 라이선스화 하고 싶어도 못했다. 이 작품이 이후 DIMF의 작품선정을 판가름하는 기준도 될 수 있다. “팬텀 오브 런던”도 그렇고, DIMF에서만 볼 수 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책임질 수 있도록 검증된 작품을 가져왔다.

▲개막작인 영국의 '포비든 플래닛'의 출연진들이 수준높은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DIMF만의 차별화된 특성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대 셋업까지 지원한다. 그 중 “꽃신”처럼 괜찮은 작품은 전액 초청비를 들여 재공연을 올린다. 4 작품 중 경쟁력이 있는 작품은 내년 뉴욕뮤지컬페스티벌에 참가시킬 계획이다. 경쟁력이 없으면 안 가는 게 낫다. 미국은 냉정하더라. 2010년에 스페셜 레터를 미국에서 공연했는데 군대 이야기다 보니 정서도 안 맞았고, 연주도 라이브가 아니라 MR을 사용한 점에서 특히 혹평을 받았다. 그러고 보면 DIMF의 해외 초청작들은 다 오케스트라나 밴드가 직접 연주한다. 영/미 쪽은 라이브 연주가 아니면 작품 취급도 안 한다.

올해 4작품을 초청했는데 초청작에 지원한 금액은 얼마인가?
총 4 작품 올리는데 작품당 평균 5천만 원씩 지원했다. 내년이 10주년이라 이번엔 지원금을 조금 더 많이 받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화폐가치도 달라졌다. 10년 전엔 여타 다른 행사보다도 DIMF의 지원금액이 최고였지만 지금은 서울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산실이 더 큰 지원을 받는다.

▲위안부를 소재로 다룬 초청작 '꽃신'

◇투란도트는 경쟁력 있는 작품. 서울에서도 공연하고 싶다.

공연 횟수에 따라 지원금이 달라지는 것인가? 투란도트는 8회에서 10회로 회차를 늘린 것으로 아는데.
투란도트는 예상보다 관객이 많아서 회차를 늘린 것이다. 회차 수에 상관없이 정해진 예산 안에서 운영해야 한다. 여기서 공연장 대관료도 나간다. 투란도트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시의회가 통과시켜서 조금 더 지원받은 것이다. 내년엔 더 큰 예산이 편성될 것이다. 대작도 올려보고 싶다.

투란도트 딤프가 직접 투자하고 작품 완성도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들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투란도트만 과도하게 지원했다는 얘기도 들린다.(웃음)
과도한 지원을 받아봤으면 좋겠다. (웃음) 원래 투란도트에 책정된 예산이 1억9천만 원이었다. 제작환경을 아는 사람이면 이걸 과도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가 만든 투란도트를 갖고 서울에서도 장기공연하고 싶다. 대부분 지역 뮤지컬 공연은, 돈을 많이 들여서 서울로 올라가도, 예를 들어 국립극장에서 2회 정도 공연하고 ‘서울 갔다 왔다’고 생색내는 정도다. 서울에서 최소 15회 이상 공연하려면 서울의 다른 뮤지컬과 경쟁해야 한다. 그래서 투란도트를 수정하는 데 섣불리 접근하지 않았다. 투란도트는 넘버도 좋고 스토리 라인도 너무 좋다. 다만 의상과 무대가 부족한데, 그런 건 돈 문제니까. 이번엔 배우들을 보강해봤다.

▲대구시와 DIMF가 공동제작한  투란도트의 한 장면.(유희성 연출, 장소영 음악)

◇대구에 뮤지컬 전용극장이 생길 뻔했다?

지금의 오페라 하우스는 무대가 너무 협소해 답답하고, 무대 회전도 안 된다. 이번에도 “포비든 플래닛”을 제대로 담아내기엔 한계가 있어 보였다. 뮤지컬의 도시를 표방하고 DIMF가 벌써 9회째를 맞고 있는데, 대구에도 전용극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원작을 살리려면 역시 뮤지컬 전용 극장이 있어야 한다. 무대 메커니즘이 좋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대구엔 아직 없지만. 물론 대구에서 여건이 되는 다른 공연장을 대관할 수도 있는데, 규모는 오페라 하우스가 “포비든 플래닛”에 가장 적합하다고 봤다. 물론 객석 구조상 관객들이 관람 시 불편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전용극장이 아닌 공연장의 한계다.

대구에 뮤지컬 관객의 수요가 많음에도 뮤지컬 전용극장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뮤지컬 전용극장은 동성로나 범어 로터리처럼 대구의 가장 중심가에 생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숙박과 쇼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유명극장 주위는 관광지다. 외지에 설립하자는 안이 자꾸 나오는데, 난 반대한다. 위치는 양보할 수 없다.

전용극장을 실제로 지을 뻔!했다는데 , 어디까지 진척이 됐었나?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을 계획했으나 엎어졌다. 어린이대공원 앞으로 부지를 정하고 임시계약까지 했다. 대극장, 중극장 설계도 나왔다. 이 안으로 시의회를 설득하고 통과시키는 데까지 1년 반이 걸렸다. 하지만 투자자금 문제로 무효가 됐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언제쯤 전용극장이 현실화 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대구에 좋은 공연장이 많다. 아양 아트센터, 학생문화센터 등. 수성 아트피아도 좋은 공연장이지만 뮤지컬엔 적합하지 않은데 아양 아트센터는 소리가 좋다. 대의원장은 ‘위치를 시내로 고집하겠다면 정부가 소유하는 봉산문화회관을 풀어줄 테니 여기서 시작하는 게 어떻겠나. 규모는 400석이지만 이곳을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긴 했다. 현실적인 안이다.

▲개막작인 영국의 '포비든 플래닛'의 공연에 관객들이 함께 환호하며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참여하고 있다.

대구에 뮤지컬 전용극장이 생기면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전용극장이 있으면 대극장용 창작 뮤지컬도 얼마든지 만들어 올릴 수 있다. 대구엔 그런 힘이 있다.

초기에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그 자리를 떠났는데 올해 다시 발탁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또 그동안도 DIMF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느꼈던 점이 많을 것 같다.
시에선 과거보다 DIMF가 침체됐다고 판단했다.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선 페스티벌이 계속 발전하길 원한다. 그래서 정체되어 있다고 느꼈는지 모른다. 거기에, 대중성보다 예술성 위주로 작품을 선정하다 보니 티켓 판매량은 더 떨어졌다. 그래서 초창기의 좋은 분위기를 더 업그레이드시켜달라는 뜻이 아닌가 한다. 시장님이 직접 연락해서 부탁했기에 나도 결심하게 되었다.

사실 DIMF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나다. DIMF는 내 분신과도 같다. 그런데 3년 동안 한 발짝 떨어져서 보니 내가 놓친 부분도 있더라. 그게 바로 대중성이다. 그동안 올린 작품들이 주로 뮤지컬 판에서는 신선하지만, 일반 관객에겐 생소하기만 한 게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올해는 대중성을 보강했다. 그리고 3년 동안, 페스티벌 조직이 내가 있을 때보다 더 잘 갖춰졌다.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외부의 시선으로 보던 때의 기억을, 집행위원장이 된 후 최대한 활용하려 노력하고 있다.

▲ 독일 '스윗채리티

◇수준 높은 중년 관객이 많은 것이 ‘대구 뮤지컬’의 힘!

9년 동안 지역축제로서 자리 잡은 성과는?
공연축제로는 대표적인 축제가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 통틀어서 공연축제로 이 정도 자리 잡은 다른 축제는 없을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락 페스티벌, 자라섬 페스티벌 등은 단기간에 한정된 연령층을 대상으로 열린다. 뮤지컬을 3주 동안 올리는 공연축제는 우리나라에 별로 없다. 연극축제, 무용축제도 단기간이다.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축제’라니 말은 쉽지만, 250만 인구가 사는 도시는 세계 기준으로 대도시다. 외국에선 20만이 넘어가는 도시에서 전 시민이 참가하는 축제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축제들은 작은 도시에서 열린다. 칸느, 에딘버러 등을 참조해 보시라. 250만이 사는 도시에서 뮤지컬 축제를 하는데 "우리 동네 사람은 아무도 안 갔는데 이게 무슨 시민 축제냐"고 말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 서울에서 관객이 오고, 한 사람이 여러 작품을 보고, 본 작품도 또 보는 게 공연 축제의 특징이다. 이걸 잘 활용할 수도 있다. 대구 주변에 관광지가 많다. 부산, 경주, 안동 등이 가깝다. 대구를 기점으로 "나들이"를 할 수 있는 축제 시스템이 불가능하지 않다. 역사도 오래되고 다른 축제와 차별화되면 대구 와서 뮤지컬 보는 김에 팔공산도 가고, 경주도 가는 코스가 만들어지리라 본다.

내년이 DIMF 10주년인데, 재도약을 위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개인적으론, 세계적인 뮤지컬 제작자들을 대구에 다 초청하는 국제 포럼을 주최하고 싶다. 세계적으로 아직 그런 포럼이 없다. 축제 기간에 3박 4일 정도 컨벤션홀에서 열었으면 좋겠다. Pre_DIMF까지 합치면 올해가 10번째인데, 그동안 가장 사랑받았던 해외 초청작을 다시 올리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배성혁 DIMF 집행위원장

내년 작품 선정을 인터넷 투표로 하면 어떻겠나.
인터넷 투표는 2~30대의 의견이 주로 반영된다. 대구는 2~30대 관객이 주축인 서울과 달리 4~50대 관객이 많다. 대구에 뮤지컬 붐이 처음 일어날 때 “맘마미아”가 2004년에 7만 유료관객을 동원했다. 그 때 관객분들이 지금도 계속 뮤지컬 공연을 보신다. 물론 DIMF는 젊은 관객을 유입시킬 수 있는 창구이다. 티켓 가격도 저렴하고 젊은 취향의 공연도 많이 온다. 하지만 연말 뮤지컬은 40대~60대 관객분들의 송년회로 표가 매진된다.

대구 시민들은 송년회를 뮤지컬 공연장에서 하는 것이다. 연말 공연은 20명 이상의 단체관람객이 대부분이다. 부산만 해도 분위기가 다르다. 2013년에 사운드 오브 뮤직을 12월 1일~13일까지 대구에서, 17일부터 연말까진 부산에서 올렸다. 부산 공연은 크리스마스를 끼고 있으니 관객이 더 많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대구는 단체관람객의 성원 등으로 완전히 매진됐으나 부산은 가족 단위 관객은 몰라도, 단체관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잖아도 어제 공연장을 나서는데 60대로 보이는 분이 뮤지컬 넘버를 다 외우시더라. 관계자이신가 했는데 관객이었다.
대구 관객들은 수준이 높다. 공연 시작 1시간 전에도 공연장에 관객분들이 미리 와 계신다. 열정이 있는 관객들이다. 30분 전엔 70% 이상의 관객분들이 입장 대기한다. 그렇다고 대구 공연장 로비에 특별히 좋은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다. 대구 오페라하우스 개관 초기에 1분이라도 늦은 관객에겐 문을 열어주지 않았더니, 지연 관객 입장시간이 따로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관객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2년 동안 안내를 시행했더니 이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대구가 자랑할만한 부분이다.

이 정도 대도시에, 그것도 매해 DIMF가 열리는 대구에 뮤지컬 전용극장이 없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첨단의 무대를 갖추면 자연스러운 장면 전환과 새로운 연출의 시도가 가능하다. 무대와 객석이 가까울수록 배우들의 감정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가슴 뛰는 음악을 온전히, 생생히 살릴 수 있는 음향 시스템도 필요하다. 뮤지컬이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장르인 만큼, 뮤지컬에 맞는 음향과 무대를 갖춘 극장은 시장을 더 키울 수 있다. 빠른 시일 안에 DIMF의 개막작을 대구의 뮤지컬 전용극장에서 볼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