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멕시코 거장들의 한국 회고전…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전시리뷰]멕시코 거장들의 한국 회고전…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 박희진 객원기자/ 한서대 전임강사
  • 승인 2015.07.1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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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희진 객원기자 / 한서대 전통문화연구소 선임 연구

여자에게 남자는 어떤 존재일까.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옛말이 있다.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지만 스스로 사랑을 택하고, 그 대가로 들이닥친 불행과 고통까지도 당당히 맞선 강인했던 여자가 여기 있다.

그녀의 삶은 유명화가인 남편을 만나 굴곡진 삶에 그 아픔의 깊이를 더하면서 예술로 승화된 인생으로 거듭나 20세기 최고의 초현실주의 작가로 알려졌다. 소아마비 장애를 안고 태어난 그녀는 18살에 타고 가던 버스와 전차가 충돌하면서 큰 사고를 겪는다.

일생동안 서른 번이 넘는 수술과 끔찍했던 병원의 진료기록들이 그녀의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절망을 대변하고 있다. 인륜을 저버리는 남편의 바람기는 그녀의 여동생과의 불륜으로 정점을 찍었고, ‘남편 복(福) 있는 사람이 자식 복(福)도 있다’고 했던 가. 사고당시 버스 손잡이 쇠 봉이 그녀의 허리에서 자궁까지 관통하면서 세 번의 유산을 경험하며 자식 복(福)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삶은 잔인하게도 작업 외에는 살아있음에 행복함을 느끼기는 어려웠을 것이라 짐작된다.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지 않는 그녀의 몽환적인 그림과 멕시코적인- 멕시코스런- 자신만의 내공을 쌓아 세상과 맞서보려던 그녀의 자화상 속 강렬한 에너지가 그림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젤에 앉아 그림 그리는 것조차 어려웠던 그녀는 남편의 여성편력으로 또 한번의 대형 사고를 예고했지만 그녀의 내공 쌓기에 에너지원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가 생전에 그린 총 200여 점의 작품 가운데, 55점이 자화상이라고 하니 그의 정신세계 또한 대략 짐작이 간다. 

▲프리다 칼로 전, 소마미술관

‘절망에서 피어난 천재화가’란 주제의 멕시코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의 전시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전시(6월6일~9월4일까지)되고 있다. ‘절망’이란 메인 키워드의 이번 전시는 프리타 칼로의 속사정을 이해하는 것이 전시의 핵심적인 요소가 되기에 서문부터 길고 긴 그녀의 고단한 삶의 역사를 늘어놔 보았다.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를 아는 컬렉터들에게 투자의 가치가 큰 작가이기도 하지만 투자와는 거리가 먼 우리들에게도 프리다 칼로는 유명하다. 그녀는 당대 최고의 화가이자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하면서 유명해졌다. 세기의 연인에서 한 순간 예술을 공유하는 동지로 전락한 이들 부부의 관계에서 두 사람의 상호 의존적인 예술을 엿볼 수 있다. 땋아 올린 머리에 화려한 색상의 나풀거리는 캉캉치마는 멕시코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그녀의 전략적인 노력이자 남편의 취향이었다.

자신이 입던 옷을 멕시코 전통의상으로 갈아입고 내면의 욕망과 표현의 도구로 활용했던 것. 짙은 날개눈썹에 뚜렷한 이목구비 얼굴에 화려한 전통의상과 장신구는 칼로를 가는 곳마다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타고난 외모도 한 몫 했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녀의 후광은 남편 리베라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리베라는 멕시코 벽화운동의 선봉에 선 혁명가였고, 멕시코는 이 벽화 예술을 통해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자국의 역사를 국민에게 알리는 개혁의 계기를 마련한다.

이때 리베라는 러시아에서 목격한 예술과 혁명의 단절을 지양하며 인종과 역사의 격정을 예술로 담아내는 혁명에 앞장선 위대한 예술가로 도전적 혁명가로 유명해졌다. 여기에 칼로는 몇몇 벽화작업에 그림을 그리며 육체적 고통의 상처들을 치유하고 사랑이란 이름에 리베라의 빛을 받기 시작했다. 이는 그녀의 삶에 두 번째 대형 사고이자 인생 역전을 예고한다. 

국내 전시는 프리다 칼로의 국내 첫 회고전이 큰 특징이기도 하지만, 서울 동쪽 끝에 송파에서 칼로의 작품이 전시되는 가하면 서울의 중심가 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그의 남편인 디에로 리베라의 전시도 열렸다. 리베라와 칼로의 전시를 하루에 연거푸 관람할 수 있는 최상의 기회가 된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부부의 삶이 그러했듯 한국에서의 회고전도 그 시작은 디에고 리베라가 첫 테이프를 끊었고(5월23일부터 8월 16일까지), 그 뒤를 프리다 칼로의 회고전이 잇는다. 일생이 고단했던 프리다 칼로에게 있어 사랑은 우리가 아는 순수함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굴곡진 그녀의 삶의 요소들이 예술로 승화될 수 있도록 신이 내려주신 커다란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녀가 감당해야 했던 삶이 그녀를 강인하게 한 요소가 되고, 그림 속 조각낸 인간의 자화상이 될지언정 그녀는 이제 멕시코 미술의 뜨는 해가 되었다. 소마미술관에 펼쳐진 프리다 칼로의 고달픈 삶 속에 활짝 핀 꽃들이 그녀의 삶을 공감하기엔 그 작품 수가 많지 않아 아쉽지만 자신을 여실히 드러내고 싶어 했던 칼로의 작품이 세계적인 컬렉션이 되어 국제무대에 알려진 아주 특별한 개인전이기에 전시장을 찾은 우리들도 칼로의 작품을 바라보며 커다란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