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윤이 만난 아티스트 3> 안무가 김재덕/김재덕 모던테이블 대표
<박자윤이 만난 아티스트 3> 안무가 김재덕/김재덕 모던테이블 대표
  • 박자윤 기자
  • 승인 2015.07.14 0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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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테이블’로 하여금 '현대무용 근본적, 원초적인 특성' 드러낸다”

”관행화된 방법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흥행성, 대중성을을 동시에 가질 수 있어

안무가 김재덕/김재덕 모던테이블 대표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은 레퍼토리 무용단, ‘모던테이블’은 안무가 김재덕을 주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전원 남성 무용수로만 구성된 현대무용단이다. 본디 프로젝트 형식으로 운영되다, 2013년 과감히 앙상블 컴퍼니로 탈바꿈해 무용수 김재덕, 이정인, 이필승, 최정식, 김래혁, 한태준, 장지호, 이렇게 7명의 고정멤버가 함께하고 있다.

멤버구성을 위해 오디션 대신 김재덕이 다양한 공연장을 방문해 적합한 댄서를 직접 찾아, 연락하여 지금의 댄서들을 섭외했다.

단장인 안무가 김재덕은 1984년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 예술사 및 전문사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6년 타이베이 국립예술대학에 초빙돼 작품 ‘마이 그라운드’ 안무 및 지도를 맡았고, 세계무용연맹주최 ‘타이베이 영 페스티벌’ 한국대표로 참여했다. 2006년은 현재까지 가장 사랑받는 그의 작품 <다크니스 품바>가 초연된 해이기도 하다.

2007년 제28회 서울무용제에서 작품 <심청가이즈>로 경연안무상 1등상, 2008년에는 서울 국제안무페스티벌 심사위원장 특별상, 제3회 CJ 영 페스티벌 우수상을 받았고 영국 램버트 발레학교의 초청강연을 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서울아트마켓 PAMS-Choice에 <다크니스 품바>가 선정되었고, 이 해부터 싱가포르 T.H.E Dance Company의 해외 상임 안무가에 선정돼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춤곡을 직접 작곡하는 능력까지 갖춘 만능엔터테이너다. 국내, 외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재덕 단장을 만났다.

충분히 흥행성, 대중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민간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

‘모던테이블’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요?
2010년, 인도네시아 댄스페스티벌에 <다크니스 품바> 공연차 방문했는데, 그때 싱가포르 T.H.E 무용단의 예술감독인 Kuik Sweeboon을 만나게 됐습니다. 그는 스페인 국립무용단 (당시 예술감독 나초 두아토) 주역 무용수였고, 싱가포르 댄스시어터의 주역 무용수 이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안무가로서 초청을 제의했는데, 당시에는 안무제의가 흔하지 않았던 때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덥석 잡았습니다.

다행히 성과가 좋아 지금까지 해외상임안무가로 재직하면서 T.H.E 무용단의 여러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그중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무용단의 운영방식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앙상블 컴퍼니(레퍼토리 시스템이 가능한 공연 극장)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고, 결심하자마자 바로 ‘모던테이블’ 무용단을 만드는 일에 착수했습니다. 물론 금전적인 것은 눈앞에 바로 보이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 중 입니다. 굳이 공연예술계 내부에 관행화된 방법이 아니더라도 넓은 시야에서 보자면 충분히 흥행성, 대중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시나위산조> 2015년 7월,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사진=이진영)

학력, 경력, 그 모든 것을 배재하고 직접 영입한 무용수 일곱 명의 영입과정이 궁금합니다.
‘모던테이블’을 만들면서 만나게 된 이 사람들은 제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인간관계는 운명론을 따릅니다. (하하)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사람들을 우선 하나하나 떠올려봤습니다. 그중에서 움직임이 강력한 사람들을 추렸습니다. 무대에서 가치 있는 움직임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들, 인성적으로는 몰입력이 있고 차분하고 진지한 태도로 임하는 사람들 등 여러가지를 고려하고, 생각하여, 직접 연락드렸습니다. 참고로 저희 멤버들은 한 명, 한 명 개성은 뚜렷하지만, 모두 대인배랍니다. 제게 있어, 그리고 ‘모던테이블’에 있어, 진심으로 든든한 사람들이지요.

유일한 남성 무용단에 존재하는 유일한 여성 단원, 전은지 PD는 어떤 분인가요?
아무래도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다 보니 학교에 예술경영 과가 있는 걸 떠올리고 찾다가 과의 동문인 전은지 씨 연락처를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용기였는지 곧장 전화를 걸어 통성명하고 대뜸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운명이었는지 근처에 있어서 바로 만나자고 하였고, 은지 씨는 얼떨떨한 상태에서 저를 만나 얘기를 듣고 잠시 생각을 하더니 본인도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며 흔쾌히 ‘모던테이블’의 프로듀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가 저나 지금의 전은지 PD에게 있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전PD는 밝고 순수하고, 그래서 서툴러 보이는 면도 있지만, 논리적 사고가 빠르고 힘 있는 추진력이 있습니다. 그 날부터 무용 작품 동영상도 보여주고 어떤 사업 공모가 있는지도 제가 아는 대로 공유해주며 일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앙상블컴퍼니는 선례가 거의 없는 경우라 전 PD가 직접 부딪치며 배우고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속도> 2015년 6월,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사진=이진영)

1년 반쯤 지나니 이제는 ‘모던테이블’의 정체성을 잡고 컴퍼니와 레퍼토리에 관련된 부분들을 일관성 있게 드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프로듀서의 자리는 컴퍼니의 두뇌라고 생각하는데, 이유는 단순히 서류 업무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 못지않은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업무의 능숙도는 시간과 경험이 해결해 주지만 창의적인 기획력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예술가로서 작품을 구상하는 데 필요한 모든 직관을 공유해 함께 작업하고, 이걸 언어로 정리해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기획자는 저와 관객을 만나게 해주는 중요한 다리라고 여깁니다. 그런 이유에서 저는 지금의 전은지 PD를 구성된 무용수만큼이나 중요시 생각합니다.

”작품을 통해 늘 동양의 곡선미와 서양의 직선미를 동시에 표현하고 싶다”

국악을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한 작품 <속도>는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데요.
싱가포르에 3년 이상 머무르다 보니 흥행하는 유행에 좇아가는 동시에 제 개성을 섞곤 했습니다. 싱가포르는 온갖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다 공존하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저는 같은 아시아권 국가라 할지라도 각국의 동양적 색채는 다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움직임에 대한 영감을 받은 것은 대학 시절에 접한 조흥동 선생님의 춤이었으며, 저는 작품을 통해 늘 동양의 곡선미와 서양의 직선미를 동시에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구상들이 발전돼 지금의 제 작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직접 음악을 작곡하기 때문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음악을 만들면서 동시에 춤에 대해 구상을 시작합니다. 그 이후의 과정은 직관적인 감을 따르되, 동작의 빠르기나 크기, 방향 등에 대한 균형을 맞춰가면서 만듭니다. 하지만 작품 <속도>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작품 중 배경음악으로 아쟁을 연주하시는 김영길 선생님으로부터 미리 아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음악적 기법에 대한 조언을 듣고, 작품에 대한 구상을 시작했습니다. 연주하실 선생님께는 방향성만 제시하고, 역으로 선생님으로부터 좋은 아이디어를 받기도 했습니다. 작품의 구상이나 안무가 어느 정도 틀을 잡아가면 이후에 프로듀서와 작품 아이디어에 대한 부분을 공유하고, 객관적인 생각을 모아 글로 적어, 작품의 정체성을 잡아나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방향성을 잡는 과정은 가장 중요합니다.

작곡을 하신다니 매우 놀랍습니다.
어머니가 음악을 하셔서, 어릴 때부터 영향을 받아 자연스레 무용보다 음악을 먼저 접했습니다. 들국화, 한대수, 황신혜 밴드, 산울림, 신해철 같은 분의 한국 록을 들으며 자랐는데, 그중 신해철의 <모노크롬> 앨범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수록된 곡 중에는 국악과, 서양의 팝 음악, 즉 록이나 테크노가 융합된 곡이 있었는데, 현대적인 데 있어 또 한국인의 전통을 잃지 않는 자존심이 느껴져 멋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용을 시작하고 나서 하고 싶은 동작이 생각나면 어떤 음악과 어울릴지가 고민이었고, 그러다 보니 어머니의 조언으로 중학교 때 잠시 배웠던 작곡 기초를 바탕으로 음악까지 제 손으로 만들게 됐습니다.

음악과 무용은 함께할 때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음악이 정해지고 나면 제가 출 수 있는 동작이 음악 안에 갇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조금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제 개성을 표현하고 싶었고, 곡을 쓰면서 동작 구성도 동시에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음악도 ‘모던테이블’의 작품을 개성 있게 보이게 하는 요소인 것 같습니다. 저작권에 저촉받는 경우가 없어 레퍼토리화해서 순회공연 다니기 편하며, 곡 위촉도 들어와 작곡비를 받을 수 있기도 합니다.

▲ <다크니스 품바> 2015년 5월 3일 브라질 고이아니아극장 (사진= Layza Vascoucelas)

해외의 많은 무대를 다니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다크니스 품바>는 제 처녀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6년에 만들었으니 벌써 9년 차가 되는 작품입니다. 매해 공연되었고, 제가 나이를 먹으면서, 또한 ‘모던테이블’을 만들면서 작품에 대한 생각을 좀 더 깊이 해보게 되었고, 작품 자체도 수정과정을 여러 번 거쳤습니다. 처음에 만들었을 때는 공연시간이 25분이었는데, 지금은 1시간의 풀 버전이 됐습니다. 특히나 최종 버전의 마지막 장면은 동작이 매우 많아서 각각 한 명씩 32가지의 동작을 동시에 안무하고, 나중에 다 같이 맞추며 끝납니다. 이때 단원들은 바뀐 안무 때문에 너무 힘들어 했습니다.

<다크니스 품바>의 경우 라이브 연주가 섞여 있기 때문에 악기와 음향이 큰 변수입니다. 올해 브라질 투어를 갔을 때는, 심벌즈가 없는 상태의 드럼 세트가 와서 PD가 급하게 해결해야 했습니다. 문화적 차이에 의한 것이었는데, 브라질의 경우 타악기 연주자의 대부분이 본인의 개인 심벌즈를 지니고 다니기 때문에, 드럼 세트를 빌려달라고 하면 심벌즈가 빠진 채로 온다고 합니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지요. 하지만 중남미 지역을 가는 일은 너무 즐겁습니다. 관객들의 호응도 좋은 편이고,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문화가 있는 지역이라서, 새로 느끼게 되는 것들도 많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공연한 ‘모던테이블’ 단장, 그의 첫 번째 목표는 ‘국내 투어’

앞으로의 공연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요?
8월 10일 대전예술의전당 야외무대를 시작으로, 13일 마로니에 여름축제에서 <다크니스품바>의 1시간 버전 공연이 있습니다. 9월과 10월에는 싱가포르 댄스페스티벌에서 지원을 받아 T.H.E 무용단의 사이트스페시픽 작품을 안무를 위해 출국합니다. 그리고 10월 말과 11월 초에는 호주 시드니와 브라질의 쿠리치바 해외 투어가 확정돼 정확한 일정을 조율 중 입니다.

안무가 '김재덕', ‘모던테이블’ 무용단의 단장 '김재덕, 그리고 김재덕의 목표와 꿈은 무엇일까요?
저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습니다. 첫 번째, 국내 투어를 정말 해보고 싶습니다. 큰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전국 8도를 다니며 레퍼토리 공연을 다녀보는 겁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모던테이블’이 알려졌으면 합니다.
두 번째는, 얼마 전 현 국립국악원 악장이신 아쟁연주자 김영길 선생님과 신작 <속도>를 만들었는데, 이 작품을 꼭 재 수정과 보완해서 다시 무대에 올리고 싶어요. 세 번째로는, 함께 해주는 단원들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몸의 재능을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네 번째로, 몸으로 말하는 무용단이라기보다 몸으로 ‘몸’ 자체가 되는 무용단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사실 2006년 무용의 대중화를 고려하고 <다크니스 품바>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작품은 9년째 계속해서 초청되고 있습니다. 그때 생각했던 '현대무용의 대중화'가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 약 4년 전 깨달았습니다. 현재 저는 ‘모던테이블’로 하여금 '현대무용의 근본적, 원초적인 특성'을 드러내고 싶은 겁니다. 이것은 진정 현대무용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박수 쳐줄 때 드러나며, 혹은 그들이 저를 부정할 때 이해됩니다. 난해한 말일 수 있지만 언젠가 이뤄지길 바라는 저의 목표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