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컬럼/현장메시지]용감한 김종덕 문체부장관
[Culture 컬럼/현장메시지]용감한 김종덕 문체부장관
  • 박현준 한강오페라단장
  • 승인 2015.07.16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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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봉책 만남 지양하고, 열린 마음으로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 듣는데 노력해야

그는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무척이나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아마추어적인 인사가 미친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영화진흥위원장, 문화예술위원장, 국립현대 미술관장, 국립오페라단장, 부산 국제영화제, 연극계 등 곳곳이 쑥대밭이다. 군사정부에서나 있을법한 밀어붙이기식의 인사를 뚝심 있게 밀어붙인다.

반면 각 분야 현장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데는 귀를 닫고 아예 눈을 감은 듯하다.

오페라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 겨울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 역사상 처음으로 거리로 나서 53일간 칼바람을 맞으며 국립오페라단장 인선의 부당함을 외쳤던 오페라계.

김종덕 장관은 당시 단장의 자진사퇴를 가져왔던 '국립오페라단 사태'를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렇다면 오페라계에서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오페라계의 여론을 수렴해 민주적인 인사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많은 성악가들이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 전 세계 콩쿠르를 한국 성악가들이 휩쓸다시피 하고 있다. 체육계의 김연아, 박태환 선수 같은, 그와 견줄만한 많은 오페라 가수들이 배출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제 오페라의 중심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환경은 갖춰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행정력은 20년 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오페라 역사를 돌아보자. 척박한 이 땅에서 오페라에 헌신했던 분들을.

김자경 선생님(김자경오페라단)을 비롯해 김봉임 선생님(서울오페라단), 김진수 선생님(국제오페라단), 김일규 선생님(오페라상설무대) 그리고 가곡 '명태'로 유명하신 국립오페라단의 베이스 오현명 선생님까지. 모두 고인이 되셨지만 한평생 우리 오페라를 위해 사시다가 가신 존경하고 위대한 선배들이다.(그리고 그 분들 모두가 성악가 이셨음을 밝힌다)

가슴 아프지만 그 분들 대부분이 편안한 환경에서 생을 마감하지는 못했다. 오페라는 그 만큼 희생과 고통이 따랐던 일이었다. 그 터전에서 나도 , 우리도 세계적인 많은 성악가들도 존재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김종덕 장관은, 문체부는 이런 순수한 눈물의 땀에 역사를 제대로 알고자, 알려고 노력했을까? 이분들을 위시해 그 시대의 국민의 음악을 주도했던 성악가들의 열정을, 헌신과 기여를 김종덕 장관과 문체부는 알고 있을까?

국립 오페라 단장은 어떤 사람이 필요할까? 단장을 할 수 있는 사람,하고 싶은 사람은 많다. 성악가  연출가 지휘자 누구든 책임을 맡기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찾는 입장에서 보면 다를 수 있다. 후보 검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검증이 된 후보가 쉽지 않은 것은 예술가의 특성상 남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자기와 이해관계가 없으면 좋은 여론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개성과 자존심, 자기 색깔로 살아온 음악가들은 포용력과 객관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음악계 오페라계의 정서임을 문체부는, 장관은 인정하고 인선을 해야 했다.

신임 김학민 씨가 이런 정서에서 자유로웠던 것은 그만큼 오페라계에 알려지지 않았기에 여론에서 자유로웠던 것이다. 67년의 오페라 역사 대표하는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역사를 알고 국내외 오페라계 전체를 아우르고 중국, 일본, 동북아 오페라 벨트를 형성해서 세계의 중심이 되는 우리 오페라를 열어가는 사람이 필요하다.

뮤지컬 몇 편 오페라 연출 몇 편을 하고 미국 텍사스의 시골 대학에서 이름 없는 실기 박사 학위, 그리고 한국에서 조차 경험이 일천한 연극영화과 교수라는 경력은 그들(문체부)이 말하는 훨씬 '훌륭한 스펙'의 수많은 오페라 음악 관련 교수들이 즐비한데, 왜 그여야만 했을까?

이는 김종덕 장관의 인사 난맥이 이미 여러 언론에서도 지적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하는 무지와 불통, 아집에서 나온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번 청담동 모 호텔에서 있었던 국립 현대미술관장, 국립오페라단의 인사 문제점에 대해 공동 대응하려던 모임을 방해하고 국립현대미술관장 최종 후보였던 당사자와 서울대, 연세대, 한예종, 가톨릭대, 장신대, 중앙대 등 주요 대학 교수들이 전례 없이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또는 일각이라고 폄하한 것은 본질을 파악하려는 의지조차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장관도‘옷을 벗으면’ 우리보다 별로 나을 것도 없는 그저 평범한 산업디자인과 교수일 뿐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본인은 장관직을 물러나면 그만이지만 그가 임명해 놓고 간 사람들과 일들로 인해 현장에서는 마찰음이 계속 발생할 것이다.

김종덕 장관은 지금이라도 각 분야별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경청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경쟁력을 높이는 민간중심의 구조와 시스템을 만들어, 오페라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인프라가 살아서 생동할 수 있게 그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 무대에 있어야 할 예술가들을 거리로 나오게 하지 말고, 각 분야에서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필요한 것을 찾아 눈을 떠서 보고, 귀 기울여 듣고 , 직접 확인하기를 바란다.

또 급하면 원로들만 만나 미봉책을 찾지 말고 이번에야말로 문체부가 나서서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의 실질적인 기수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제 장관이 말한 소통과 감동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 오페라계는 오래전부터 현장에서 만나 토론과 논의를 통한 소통을 원했고, 기다려 왔으나 돌아온 것은 대답 없는 메아리뿐이었다.

김 장관은 강 건너에서 빈곤한 감성으로 문화예술계를 넘겨다 보기 보다는 강을 건너와 우리의 땅에서 소통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앞으로도 진실된 소통과 감동이 없을 거라면 장관은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 맞다. 그것이 여러 사람이 더 불행해지는 길을 막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박현준 한강오페라단장은 배재고등학교와 한양대 음대, 이태라 롯시니 국립 음악원 등을 졸업했다.이태리 푸치니. 모나코. 콩쿠르 등 수많은 국제대호에서 입상을 했으며 오페라 <돈 카를로> <카르멘>. <팔리앗치> 등 1000여 회 음악회에 출연한 성악계의 중진이다.

kbs 열린 음악회. sbs콘서트 등 300여 회 방송 출연을 비롯 김영삼 대통령 마르틴 루터 킹 평화상 수상식 특별 연주/문화일보 초청 독창회/예술의 전당 서울 심포니 초청 독창회/ 월드컵 1주년 기념 세계 최대 상암 월드컵경기장 오페라 <투란도트> 예술 총 감독/2005 세종문화회관 최장기 오페라 <투란도트> 예술 총 감독/2012.2013년 예술의 전당 오페라 <페스티> 주역 출연/2014 파리 바그너 아카데미 초청연주/2014 예술의 전당 밀알 콘서트/유엔 평화음악회 등 출연하며 연출과 연주활동을 병행해 오고 있다. 현재 한국오페라융성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