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조 이사장 “예술가들에게 내가 주는 선물,‘예술의 기쁨’”
김남조 이사장 “예술가들에게 내가 주는 선물,‘예술의 기쁨’”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5.07.1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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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중 조각상 윤석남 작가 ,청년조각상 이완 작가, 출판저작상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

 예술계 겹경사, ‘예술의 기쁨’ 개관과 ‘제29회 김세중조각상’시상식 열려

문화예술계의 큰 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14일 용산구 효창동에서 열린 제 29회 김세중조각상과 문화공간 ‘예술의 기쁨’ 개관식 자리다.
이 자리에는 우리나라 미술계와 문단의 원로들이 대거 참석해 ‘예술의 기쁨’ 개관과 김세중 조각상 수상자들에게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 ▲제29회 김세중 조각상 수상자들과 김남조 김세중기념사업회장, 심사위원장인 조각가 최만린 선생이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좌로부터 이완 작가, 김남조 이사장, 최만린 심사위원장, 윤석남 작가,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

이날 김세중 조각상에는 윤석남 작가가 수상했으며 청년조각상에는 이완 작가, 한국미술출판저작상에는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복합예술공간인 ‘예술의 기쁨’은 김세중기념사업회 김남조 이사장(시인, 전 숙명여대 교수)이 부군인 조각가 고 김세중 선생과 함께 보낸 추억을 뒤로 하며, 60년 간 지켜왔던 자신의 집을 헐고 새로 지었다. 김 이사장은 ‘예술의 기쁨’을 위해 온전하고 깊은 애정을 다 바쳤다.

김세중 조각상은 서울대 교수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한국 현대조각 1세대 작가 고(故) 김세중(1928∼1986) 서울대 교수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 제29회 김세중 조각상 시상과 '예술의 기쁨'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문화예술계 원로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앞줄 좌측에서 세번 째) 김후란 시인,이영희 한복디자이너(앞줄 우측 두번 째, 첫번 째)창열 화백 오승우 화백(앞줄 우측 첫번째, 두번째), 오광수 미술평론가, 이기웅 열화당 대표, 심문섭 조각가(뒷줄 좌측 첫번 째,세번 째,다섯번 째)

이날 개관식을 겸한 시상식에는 이어령 전 초대 문화부 장관을 비롯, 올해 심사위원장인 조각가 최만린 전 서울대 미대 교수, 심사위원인 김이순, 문주, 최태만, 최은주 경기도립 미술관장, 미술평론가 오광수 전 문화예술위원장, 이기웅 열화당 대표, 최열 미술평론가, 오승우 화백, 김후란 시인, 김창열 화백, 이근배 시인, 조각가 심문섭 전 중앙대 교수, 평론가 윤범모 가천대 교수, 연극인 박정자 , 허영자 시인, 신달자 시인, 유안진 시인, 오세영 시인, 김성옥 시인, 천호선 전 쌈지 대표, 소리꾼 장사익, 김달진 미술정보자료관장,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갤러리 서림 )윤석남 작가,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 이완 작가 (무 순) 등 문화예술게 인사 200 여 명이 참석해 '예술의 기쁨' 개관을 축하하고 이를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은 김 이사장에 대한 존경의 예를 표했다.

“예술은 시대의 고통 치유하는 희망의 끈이 돼야”

▲김남조 김세중 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남조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  두세 가지 소감을 말하고 싶다”고 운을 뗀 후 “이 집을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걸어오면서 한 장의 벽돌을 쌓는 기분으로 지어왔다” 며 “첫째는 자식들과 합의가 있었어야 했고, 두 번째는 김세중 선생 별세 후 받은 퇴직금을 일상생활에 사용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말했을 때, 이어령 선생이 김세중 조각상을 제안해서29년째 이 일을 가족사적 의미라 생각해 겸손하게 열심히 쌓아왔다”고 공간 마련의 기틀이 된 그간의 과정을 털어놨다.

이어 김 이사장은 “ 이 집의 이름을 지을 때 미술관이나 문학관이란 이름을 갖지 않도록 했는데, 그 첫 번째 이유는 이 집이 6,70명에 달하는 (김세중 조각상)수상자의 둥지가 되길 바랐고, 둘째는 그 둥지가 확대돼 모든 예술분야가 함께 나눠 쓸 수 있기를 바랐기에 그랬다”고 밝혔다.

모든 예술가들 나누고 소통하는 공간되길,특히 어려운 희곡작가와 서예인들 함께하길 바라

그는 또“ 미술관이나 문학관으로 이름 붙이면 타 분야의 예술가들이 자신이 이 공간에서 (활동이) 부적절하다고 인식하게 될지도 모를, 참담한 일이 있을까 우려했다. 특히 예술분야에서 단연 가장 외로운 존재가 희곡을 써도 무대에 서지 못하면 그대로 흘려보내는 희곡작가와 매일 먹을 갈고 붓을 쥐지만 한 번도 서예전을 해보지 못한 서예가로 생각 한다”며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뜻을 잠시나마 펴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긴 공간임을 상기시켰다.

“오늘날 예술은 위대한 위치, 칭송받을 위치에 있지 않다”며 “인류가 많아지면서 인간과 대자연 이라든지 인간 자체 삶에 위험이 많아진다. 그것과 맞싸워서 작년까지만 해도 죽었을 수 있는 환자가 신약개발이 돼서 살 수 있는 것과 같이, 인류의 복음이라 할 수 있는 이공계의 발전은 역으로 이 시대의 고통을 왜곡하기도 하는 위대한 행군이다. 그 제일 뒤에 가면서 우리가 할 일이 있이 있다. 그 일이란 인간의 가슴 속 가장 깊은 오지에서 소리치는 인간의 고백인 참회와, 누구에게도 감추고 있었던 아픔과 허영으로, 희망의 끈이 끊어졌을 때 희망이라고 외치는 존재가 예술“이라며 예술이 지닌 가치를 강조했다.

 ▲'예술의 기쁨' 입구 모습. 오랜 세월 이 터를 지켜온 굴참나무가 가운데우뚝 서있다.오른 편 벽에 서 있는 글자가 흥미롭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라는 글을 한참만에야 해독해 냈다. 이 글을 쓴 김 이사장의 심오한 뜻이 헤아려진다.

김 이사장은 문학이라는 것은 고통스러운 것이라는 외국 어느 작가의 말을 인용해 ‘한 장의 백지가 백색의 사막이라 했다. (예술은) 사막의 이쪽과 저쪽을 건너는 만큼의 심각한 고뇌를 치러야 도달할 수 있다’라고 한다며 자신도 항상 백지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다고 고백해 창작활동에 대한 깊은 고뇌를 느끼게 했다.

‘신경숙표절사태’ 의식한 ‘창작자’ 자세 강조

김남조 김세중 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을 들으며 먼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다.

그는 “나는 60년 동안 900편의 시를 썼지만 그 어느 한 구절도 지금에 다시 쓰면 안된다”고 전제하고 “남의 작품을 따다 쓸 때 표절이라 해서 그의 문학은 끝나고 세상에서 말하는 절도행위에 들어가는 것이다. 자기 글이라도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작가의 엄격한 자기검열을 주문했다. 이는 최근 우리 문학계의 큰 이슈로 떠오른 ‘신경숙표절 사태’를 염두에 두고 작정한 비판으로, 특히 주목을 끌었다.

이어 김이사장은 “그렇기에 예술가는, 그중에서 시인은 항상 새롭게 살을 찢어 새로운 것을 만나야 한다” 며 “그것은 모든 예술의 고통이면서, 그 고통을 관통해서 흐르는 실오라기 같은 혈관은 ‘예술의 자부심과 예술의 희열과, 예술의 공헌과, 예술의 보람과, 예술의 자랑과, 예술의 자존심’이다”라고 시를 읽듯‘ 또박또박 예술가들의 창작에 대한 치열한 자세와 정진을 주문했다.

“이 집은 내가 없는 뒤에도 모든 분야가 함께 아픈 가슴을 맞대고 인간이 잃어버린 모든 것을, 울면서, 인간이 이미 버린 귀한 ‘그것’을 되찾기 위해 ‘가을 들판에 떨어진 이삭을 가슴에 비비면서, 심으면 밭이 되고, 평원이 되리라는 꿈을 갖는 것’이 '예술가들의 인생'이다”라는 말을 통해 김이사장은  "예술가들이 고통받는 자들을 위한 희망이 돼 줄 것을 은유적으로 당부했다.

이날 수상자들의 수상 소감 또한 김이사장과 고 김세중 선생에 대한 감사와 존경으로 이어졌다.

“꿈같은 상,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

윤석남 작가는 “김세중 선생님이 살아계실 때는 그림을 하지 않았을 땐 데 그 분은 너무나 까마득한 먼 세계에 계신 높으신 분이라,저하고 관련 없을 거라 생각했다”며 “그림을 그린 이후 항상 멀게 느껴진 상이, 더구나 상상도 못한 이런 어마어마한 상을 받게 돼 꿈같이 여겨진다” 며 돌아가신 김세중 선생님께 마음 깊이 우러나는 깊은 감사의 마음을 올렸다. 그는 “특히 그림을 하기 전에 글을 쓰고 싶었기에 (김남조 선생님으로부터 받는 상이라)더욱 뜻 깊다. 정말 그림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되는 날이다 그리고 목숨이 붙어있는 한 선생님처럼 끝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수상소감에 더한 각오를 밝혔다.

 ▲소리꾼 장사익 선생이 축가로 참석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김남조 시 인용, 소감 밝혀“

이완 작가는 “김세중 청년상은 조각을 전공하는 저로서는 가장 영광스러운 상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한 뒤 ”첫 데뷔 전시 계기 이후 작가의 길을 걸어오면서 그동안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는 김남조 선생님의 시 <생명> 처럼 어려움을 견디다 보니 이런 영광스러운 날이 온 것 같다”며 김 이사장의 시를 인용해 수상의 기쁨을 나타냈다.

이 작가는 또 “작가는 세상 사람이 답을 찾을 때 질문 찾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작업을 해 왔다. 그러나 그 질문에 답은 작가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저에게 주는 이 큰 상은 시대가 주는 상이라 생각하며 겸허히 받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개관과 시상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문화예술계 원로들이 소리꾼 장사익 선생의 소리에 환호하고 있다.

“큐레이팅은 사랑”일깨워 준 작가에게 책 헌정“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 상과 관련한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있다”며 “작년 우리 부부가 44년을 맞아 4땡 이벤트를 했는데, ‘그 핵심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남편의 제안으로 남편은 자서전을, 나는 이론서로 ‘작가론’을 쓰게 됐다” 고 밝혔다. “공동출판을 제안하고 독려한 남편과 기쁨 나누겠다”며 부군인 천호선 전 쌈지 대표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 관장은 책의 마지막 장인 ‘큐레이터는 작가를 먹고 산다’는 작가와 큐레이터의 행복한 공생관계를 지향하며 쓴 책“이라며 ”큐레이터와 작가는 어려운 공생관계다. 그러나 큐레이터가 작가의 자유로운 영혼과 신비한 창조력을 존중하고 사랑할 때 그러한 일(전시)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일깨움과, ‘큐레이팅은 다름 아닌 사랑의 행위’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작가들에게 책을 헌정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 상을 받으면서 큐레이터, 평론가, 미술 담론으로 학술과 현장 활동을 오가며 희비를 겪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일념으로 정진하는 분들이 많지만 누구에게나 행운이 다 돌아가지 않는다. 나는 그런 행운을 얻게 돼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예술의 기쁨’은 김세중 선생의 예술적 위업을 예술의 기쁨으로 승화시킨 예술적, 정신적 현현이라 생각한다“며 김세중 조각상 제정과 예술공간 개관을 위해 헌신한 김남조 선생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이날 시상식이 끝난 후 소리꾼 장사익 선생이 특별 초대돼 특유의 진정성을 담은 노래로 참석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