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한국이 자랑할 만한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
[김승국의 국악담론]한국이 자랑할 만한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
  • 김승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
  • 승인 2015.07.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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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시인

그곳에 가면 한 번에 우리나라 전통공연예술의 고품격 원형 공연을 볼 수 있고, 악·가·무·희(樂·歌·舞·戱)와 시·서·화(詩·書·畵)에 두루 능했던 옛 전통예인들의 진정한 후예를 키워내는 도제 교육의 생생한 현장을 지켜볼 수 있으며, 제대로 된 한국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제대로 된 한옥에서의 쾌적한 숙박과 숙식을 통하여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을 할 수 있고, 한옥, 한복, 한지, 한국음악, 한국화, 한국공예 등 한 브랜드를 두루 체험할 수 있는 그런 복합 전통예술 체험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감스럽게도 한국에는 자랑할 만한 그런 전통 문화공간은 없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대표적인 전통공연예술극장으로 도쿄에 가부키 전용 극장인 가부키자(歌舞伎座)가 있고, 오사카엔 분라쿠 전용극장인 국립분라쿠극장(國立文樂劇場)이 있고, 교토엔 기온(祇園) 코너가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한국문화재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 중구 필동에 위치한 ‘한국의집’ 등이 있으나 외국 국빈이나 기업의 VIP급 외국 인사들이 왔을 때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복합 전통예술체험 공간이 없다. 그런 VIP급 인사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전통예술의 원형을 체험하고 싶은 외국인들이 갈 만한 곳이 없다.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나에게 소망이 있다면 외국의 그러한 곳들을 훨씬 능가하는 우리나라가 자랑할 수 있는 브랜드 복합 전통예술체험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복합 전통예술체험 공간 구성은 이렇다. 최고의 전통예인을 키워내는 재인학교(才人學校)가 있고, 언제든 관람이 가능한 고품격 전통예술 원형 전용 공연장이 있고, 한옥체험을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쓰일 한옥이 있고, 명상과 힐링을 위한 청정 산책로로 있는 공간으로 꾸밀 것이다. 게다가 도기와 목기를 만들어 내는 공방과 가마가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곳에서 파는 공예품은 엄격한 검증을 거친 믿을 수 있는 최 상질의 원형 공예품이어야 한다.

그곳의 핵심 소프트웨어는 전통예인을 양성하는 재인학교이다. 재인(才人)이란 우리 전통공연예술사의 중심을 이루었던 광대(廣大), 창우(倡優), 화랭이, 산이 등의 명칭으로 불리어졌던 전문예인을 지칭한다. 물론 한국에는 전통예술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2곳의 국립 교육기관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학교들은 재학생들을 명문 예술대학에 진학시켜야하는 현실적 이유 때문에 현행 대학입학 전형제도가 요구하는 교육과정에 종속되어 1인 1전공 중심의 전문교육에 치중하고 있어 악·가·무·희(樂·歌·舞·戱)의 종합적 예능을 갖춘 미래의 전통예술계를 이끌어 갈 예인을 육성·배출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내 나름대로의 복안은 이렇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재인학교의 교수진은 우리나라 당대의 정상급 예인들로 포진되어야 하며, 학생은 약 30명 정도의 소수 정원을 유지하도록 한다. 초등학교 4,5학년 과정부터 시작하여 대학과정까지 전통적인 도제 교육 방식에 의거한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콘서바토리형 재인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재인학교의 학생은 전원 장학생으로서 옛 예인들이 그러했듯이 숙식과 생활을 함께하면서 우리의 전통적 예인양성 교육방식인 도제식 교육을 실시하여 악·가·무·희(樂·歌·舞·戱)의 종합적 예능을 두루 갖춤은 물론, 시·서·화(詩·書·畵)에 능하도록 교육을 받도록 한다. 또한 예인들이 갖추어야 할 인문학적 교양과 역사의식을 갖추도록 교육되어야 하며, 전통예절과 서예교육 그리고 자신의 예능을 외국인들에게 외국어로 능숙하게 설명해 줄 수 있도록 2개 국어 이상의 외국어 소통능력을 갖춘 명실상부한 엘리트 예인을 육성해내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복합 전통예술체험 공간에는 한국 전통예술의 원형을 체험하기를 원하는 관광객을 위한 고품격 한옥 게스트하우스가 있어 한 곳에 머물면서 한옥, 한식, 한지, 한복, 한국음악, 한국화 등 한 브랜드를 두루 체험하게 한다. 또한 재인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의 현장을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관광 상품화하며, 전통공연예술에 적합한 공연장을 갖추고 재인학교에서 배출된 예인들로 하여금 한국을 대표하는 고품격 명품 원형공연을 펼치도록 하여 한국의 전통예술의 진수를 체험하도록 한다. 

단, 재인학교의 방문객들을 소수화하고 관람료를 고액으로 책정하여 재인학교 운영비를 충당할 뿐만 아니라, 관광객으로 하여금 한국의 재인학교에서 숙박하며 프로그램을 체험한 것을 매우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개인적 경험으로 여기도록 고품격 VIP 마케팅 전략을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럽의 유명 영화제가 열리는 지역에는 숙박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년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내가 꿈꾸는 한국의 재인학교에서 숙박하기를 원한다면 최소한 3년 전에 예약하지 않고서는 숙박을 할 수 없도록 브랜드화 해야 한다. 

물론 재인학교 개교 준비와 설립 초기에는 국가가 되었든 지방정부가 되었든 아니면 기업이 되었든 간에 막대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난제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전통예술의 온전한 보존, 전승 및 창조적 계승 측면뿐만 아니라 관광산업 측면으로 보아도 국가 브랜드 명품 관광 상품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공간이 어디에 세워져야할까? 몇 가지 고려해야할 조건이 있다. 첫째, 접근성이 좋아야한다. 둘째, 공간 주변이 한옥과 어울리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청정한 곳이어야 한다. 셋째, 주변에 전통적인 것과 유관한 관광명소들이 자리 잡고 있어 벨트화하기 쉬운 곳이어야 한다. 그래야 복합 전통예술체험 공간이 활성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곳이 들어갈 적지가 어디일까? 나는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자리 잡고 있는 삼청각(三淸閣)이 최적지라고 생각한다. 1972년 건립된 삼청각은 7,80년대 요정정치의 산실로 대표되던 곳이었으나 경영난으로 1999년 12월에 문을 닫았으며 2000년 5월 22일 서울특별시가 삼청각 부지와 건물을 도시계획시설상 문화시설로 지정하였으며, 리모델링 공사를 끝낸 후 2001년 10월 새로운 전통 문화공연장으로 문을 열고 운영은 세종문화회관이 맡고 있으나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어 서울시로서도 부담스러운 공간이 되고 있다.  

삼청각은 국빈이 드나드는 청와대와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으며, 인근에는 외국 대사관 및 영사관 등 외국 공관들이 밀집하고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있어 국빈들의 숙소나 방문 장소로서도 최적지이다. 또한 삼청각은 북한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아침에 일어나 산길을 산책하기에도 좋아 힐링을 위한 장소에도 최적지이다. 그리고 경회궁, 덕수궁, 경복궁, 창덕궁 등 전통 관광명소인 고궁들과 가깝고 동대문 쇼핑센터, 대학로, 시청 앞, 종로 일대와도 가까워 관광벨트화하기도 최적지이다.   

이러한 내 꿈은 현재로서는 그냥 나의 개인적 꿈일 뿐이지만 좀 더 구체화 되고,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현실로 이루어지는 날이 올 것이라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