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양동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기존 학설 깨는 <한국 고대문화 원형의 상징과 해석> 책 펴내
[인터뷰]김양동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기존 학설 깨는 <한국 고대문화 원형의 상징과 해석> 책 펴내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5.07.20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은 시인 “한국고대사의...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웅대한 서사시적 성취”
“우리 문화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이유를 잘 모르고 그냥 유물을 보니까 재미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지나치죠. 이유를 알고 자세히 보면 아주 흥미롭거든요. 상상의 여지도 많고요.”
<한국 고대문화 원형의 상징과 해석>(지식산업사 ,536쪽,35000원)의 저자인 근원 김양동 계명대 석좌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골리앗에게 돌을 던진 다윗처럼, 그는 이 책 한 권으로 기존 학계에 파문을 일으킨다.

빗살무늬, 비파형동검, 삼족오, 살풀이춤, 상투. 우리 고대사에서부터 등장하는 고유의 낱말들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들이다. 하지만 이 ‘한국 고대문화 원형’들이 품고 있는 상징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도, 연구 성과도 미미한 실정이다. 심지어 잘못 해석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존 용어를 답습하고, 문제 제기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처럼 한국 사학계에서 건드리지 못한 고대사 문제에 수십 년 동안 천착하면서 자료를 수집, 연구하고 정리해 1년여 동안 교수신문에 연재한 뒤, 수정과 보완을 마쳐 책으로 펴낸 학자가 근원 김양동 교수다.

계명대학교 신일희 총장은 지난 5월 발간된 이 책의 하사(賀詞)에서 “근원 선생을 빼어난 서예가, 전각가로만 알았지 그 누가 이렇게 기상천외한 저서를 들고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알고 보니 근원 선생은 창작을 병행하면서 25년 간 한국문화의 뿌리를 찾아 신산(辛酸)의 내공을 쌓아온 탁월한 고대문화의 탐구자였습니다.”라 썼다. 많은 사람들이 김양동 교수를 해외에서도 수차례 전시회를 열었던 이름난 서예가로 알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2013년부터 <교수신문>에 ‘한국 고대문화 원형의 상징과 해석’을 15회 연재하고, 후에 내용을 보충해 책으로 출판했을 때 학계에 던진 신선한 시각과 해석은 도발보다 공감으로 다가왔다. 지난 10일 만난 김양동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발견의 기쁨’이라 압축했다.

오는 20일 책출판회를 앞둔 그를 만나, 책을 펼쳐가며 그의 연구결과를 흥미롭게 짚어봤다.
 
▲ 김양동(호 근원)은 오랜 세월 서예와 전각으로 다져진 내공을 바탕으로 서예, 회화, 전각의 조형요소들을 통합적으로 자유롭게 혼융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여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작품은 암각화와 같은 원시적 미감과 소박한 민화적 시각에 의한 조형미를 어울리게 표현함으로써 한국미의 원초적 아름다움에 대한 상징적 메시지를 전하는 특징이 있다. 특히 한지의 질긴 물성을 극대화한 입체감과 토채를 사용한 흙의 푸근하고 토속적인 맛은 한국미의 본질을 잘 담아내고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근원의 작품은 세계적 미술관인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필라델피아 박물관을 비롯하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고려대학교 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계명대학교 미술대 학장을 역임 후, 현재 계명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에 있는 미술학 박사이다.

- 전각과 서예를 연구하다 문자에서 원리를 발견하고 이 책을 썼다 하셨는데, 가장 결정적인 발견은 뭐였습니까?

▲ 한국 고대문화 원형의 상징과 해석 책 표지.

우리 고대 문화가 전부 신화로 구성돼 있는데도, 신화 연구 중에 신화의 주 대상인 신에 대한 정체성을 밝힌 글이 없더군요. 그래서 신에 대한 본질, ‘신의 원형이 뭘까’를 연구하다, 한자 신神자의 원 체가 작대기 하나(?)라는 걸 알아냈습니다. 그럼 ‘이건 무엇을 상형했기에 작대기 하나로 표현됐을까’, 그것이 햇빛이라는 걸 알고 거기 해당하는 우리 고유어를 찾아내면서 연구의 얼개가 형성됐어요.

발견의 기쁨이랄까요, 지금의 학문은 기존 학문을 재조립해내는 것이 대세잖아요. 주註를 많이 달아가며 기존의 연구를 조합해 내는 게 요즘 학문의 객관성이라고 하는데, 그럼 발견은 잘 보이지 않는단 말이에요. 예전엔 학위 논문에 자기 주장이 있고, 발견이 있고, 학설이 있었지만 요즘엔 그런 것이 별로 없어요. 제 글은 기존에 진행되지 못했던 원리를 제 시각에서 풀어낸 것인데 , 그 원리의 발견은 ‘신’의 해석이 핵심입니다. 신의 해석이 이 연구의 총론입니다. 이 총론에 근거해 나머지 각론을 풀어낸 거죠.

- 신을 연구해보니, 모든 신의 중심은 햇빛(태양)이었단 말씀인데요.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의 문자와 문화 등에 영향을 미쳤을까요?

물론 고대인들이 신의 대상으로 여겼던 게 다종다양하지만, 그 중 가장 근본적인 것은 해를 중심으로 한 모형의 사유가 전개되는데, 언어, 문자, 기호 등에 태양숭배의 원시종교가 투영돼 있어요. 그 중 특히 언어, 우리 말에서 태양을 지칭하는 말을 조사해서 추려보니 곧 전부 문화의 원형어더군요.

우주를 형성하는 중요한 대상들, 바람, 해, 달, 하늘, 땅, 물에 대한 고유어는 있잖아요? 그런데 맨 꼭대기에서 그 모든 고유어를 총체적으로 통어하는 신의 고유어가 뭘까요? 신은 한자어지 우리 고유어가 아니잖아요. 하지만 여기에 의문을 품고 연구한 사례가 없었어요. 해가 신의 중심이었다면 해를 지칭하는 말이 신의 고유어로 바로 대입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했거든요.

그럼 해를 지칭하는 말은 뭐가 있을까, 찾아보니 날 일의 ‘날’이, 햇살, 빛살의 ‘살’ 이있고, 태양의 본질인 ‘불’이 있단 말이죠. 해가 불덩어리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가 있습니다. 저는 태양을 지칭하는 순수 고유어를 이렇게 네 개 정도로 I추려봤어요. 그 네 개의 말들이 어떻게 파생돼 나갔느냐는 것이 바로 신의 해석입니다.

▲첫 번째 문자, 신의 원시 고본자(古本字)로서 우주 만물의 생성 근원인 태양의 빛살을 상형한 글자로 추단한다. 두번째 문자, 이 자형은 태양의 광망을 상영한 'I'자가 일정(日精)으로 표현된 자형이다. 해가 지닌 에너지의 불덩어리가 일정인데, 이것을 화정(火精)이라고도 부른다. 이 일정이 자연신에서 인격신으로 변화하면서 '불의 알', '불의 씨'가 된다, 독 남자의 고환(睾丸)이 바로 그것이다. 생식의 근원인 남자의 고환을 '부랄'로 발음하는 것은 '불' +'알'>'부랄'로 연철된 까닭이다. 세번째 문자, 이 글자 가운데 기호는, 앞서 말한 남근(男根)인 '부랄'이고, 양옆의 기호는 여음(女陰)의 상형이다. 그러므로 남근과 여음의 결합 형태 곧 남녀 교접의 형상을 문자화한 구조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이는 생식과 번식이라는 '인간의 탄생'을 神자화(字化)한 위대한 동양적 사유의 소산이라고 판단한다.

그런 연구가 가능했던 건, 제가 학부를 국문과를 나왔고, 이후 고등학교 국어선생을 20여 년간 했던 게 토대가 됐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반 고고학자들이 발굴하고, 유물을 들여다보며 안을 내는 것관 달리 저는 언어적인 관점에서 보게 됐어요. 이게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그것을 연구한 방법을 4징(문징文徵(언징) 물징物徵 논징 사징事徵0이라 합니다.

4징 중에 내가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언징이에요. 우리 학문에서 처음 그 4징을 말씀하며 학문의 방법론으로 대두시킨 분은 김범부 선생이지만, 그걸 학문적인 방법으로 텍스트를 분석한 건 제가 처음일 겁니다. 국학을 연구하는 데는 앞으로 4징 방법론이 상당히 유력한 수단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빗살→빛살로, 비파형동검→불꽃형 동검으로 우리 언어 고유성 찾아야"

▲ 중국 신석기시대 원시씨족사회의 태양 숭배의식을 반영한 최초의 도기 상형문자.

-우리 신의 정체성이 태양이고, 그렇기에 빗살무늬 토기도 빗살이 아니라 ‘빛살’무늬라고 지칭하셨습니다.

고대 신석기시대 이래 원시종교의 대상이 태양이다 보니, 태양의 빛살도 신앙의 대상이 됩니다. 태양의 빛살이 광명을 나타내는 거잖아요, 밝음. 또 생명의 근원이란 말이에요. 태양이 생명의 에너지니까. 그렇기에 태양숭배가 모든 문화에 투영되어 나타납니다. 찾아본 중 그 사유가 개입 안 된 문화가 없었습니다. 곤·자가 신神자의 원형인데, 저는 이게 신의 뭘 상징했길래 작대기 하나일까 궁금했습니다. 저로선 태양의 빛살이라고 설명하는 것 외에 도리가 없었어요.

하지만 그걸 설명해 놓은 문헌은 없단 말입니다. 물징은 있지만 문헌은 없기에 추론을 하는 거죠. 고대 신의 대상이 해였으니까 이건 해의 빛살을 상징하지 않았을까. 이것이 후대에 ‘살’로 변해서 태양의 빛살은 모든 생명의 근원의 에너지임을 나타낸 것으로 저는 봤습니다.

해의 정기인 일정日精을 火精이라고도 하는데, 그런데 이걸 남자의 에너지로 여겼을 땐, 이게(책 29P 금문 사진을 보며) 불 아닙니까. 불의 알이다, 해서 불알이 된다는 거예요. 그 다음 단계는, 불의 알인 불알에 여자의 생식기가 붙은 거죠. 결국 신자의 구조는, 남근과 여근이 합해서 사람을 생성해내는 것을 문자화한 것입니다. 기가 막힌 해석이 나온 거예요.

- 굉장히 재밌는 발견이신데요.

신자를 풀면서 고인들이 무덤에 이런 걸 넣은 이유를 고민했습니다. ‘왜 남녀의 교합을 신이라고 했을까’를 가장 고심했어요. 그걸 내 나름대로, 인간은 인간이니까 인간 자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결과라고 해석했죠. 인간에겐 인간을 생산하는 것보다 더 가치로운 것은 이 세상에 없다, 인간 생산이 인간 가치의 극점이다, 그래서 이것이 종교적 숭엄도를 내포해 묘실에까지 등장했다는 해석을 얻었습니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접근해선 알아낼 수 없어요.

 

인간생산, 남녀의 교합이 신의 뜻을 완성하는 것으로 고인들은 생각했단 거예요. 결국  남녀의 교합을 문자화한 기호가 한자 신자인 거죠. 중국에도, 일본에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신화는 전부 다 탄생을 신화로 하고 있잖아요. 인간의 탄생을. 아마 학술서적에 이런 도판(책31p 한대 화상전 남녀교구도)이 나온 것도 최초일 겁니다.

상투와 하투도 거기서 나왔다고 봅니다. 말의 구조상, 상투와 대립되는 말은 하투가 될 것 아니에요? 그런데 하투란 말은 안 쓰죠. 전 하투의 원형이 남근이고, 상투는 남근의 모양을 본뜬 걸로 봅니다. 이게(127p 금문) 조상 조자의 한자 본디 글자예요.

총각 때는 변발을 했다가 장가가면 상투 틀었잖아요. 남녀의 물건이 비로소 구실을 하게 되어 그 주인이 됐단 표현이에요. “나는 독립했다”는 사회적 표시 기호라고요. 굉장히 중요합니다. 여자는 비녀를 찌르죠. 비녀의 머리를 잠두라고 해요. 잠두는 양기의 동물인 봉황이나 용 같은 걸로 장식돼 있는데, 이 비녀는 남근을 상징합니다. 여자의 몸을 관통하는 물건을 나타내는 사회적 기호예요. 비녀를 찔렀다는 건 시집을 갔단 얘기고, 시집을 갔다는 건 남자에게 몸을 허락했다는 뜻입니다. 한 남자의 아내가 됐다는 사회적 기호예요.

 

- 대상이 가진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보이는 대로 명명한 즉, 즉물적으로 받아들이는 행태에 대해 비판하셨는데요.

그렇죠. 의미를 해석해야 하는데 모양만 보고 이름을 붙이잖아요.그럼 우리 문화의 원리는 어떻게 알아냅니까. 이런 것은 일곱 개의 방울을 가져서 방울가지무늬라고도 하지만 칠주령이라고도 하는데, 역시 태양의 방사선 모양을 나타낸 겁니다. 안엘 보면 동경과 똑같아요.

밝음의 세상. 제정일치시대엔 무당이 통치자였잖아요. 그 땐 무당이 칠주령에 팻말 끼워서 들고 흔들었어요. 이것과 동경은 원리가 같아요. 칠주령은 청각적 물건이고 동경은 시각적 물건이란 것만 다르죠. 조형적 원리는 결국 태양입니다. 칠주령은 청각이고 소리인데, ‘소리’의 어원이 태양의 빛살, ‘살’에서 나왔거든요. 살이 ‘솔’로 바뀌었다가, 솔에 접미사 ‘이’가 붙어 솔+이가 돼서, 발음 나는대로 ‘소리’가 됐어요. 태양의 다른 말이 날 일, ‘날’이 있거든요. 날이 ‘놀’로 바뀌어요. 놀+이, 그게 ‘노래’가 됩니다.

(책에 실린 사진을 가리키며)김해 고분에서 나온 파형동기입니다. 동기는 청동 기물이란 뜻이고, 청동 동기에 있는 이 문양을 파문이라고 하는데, 일본사람들이 붙인 명칭이에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파문이라고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우리 고고학계에선 이유도 모르면서 파문이라 부릅니다. 이건 태양의 회돌이를 나타내요. 이걸 디자인상 간단하게 하면 만卍자가 돼요. 굉장히 중요합니다. 백제와당에 이런 게 나오죠. 지붕에서 빛을 제일 많이 받는 물건이라 그래요.

 

불똥심지를 보세요. 이게 불의 알입니다. 은대에는 투명한 옥으로 의식용 기구를 만들었는데, 태양의 불꽃심지를 본떠 만들었되 조형적으로 좀 더 예쁘게 한 것이라 보죠. 그렇기에 난 이걸 청동으로 된 불꽃형 신검, 신무의 칼이라 부르자는 거죠. 이게 요동반도를 비롯해 한반도에서 출토되는데, 황하 남쪽으로는 하나도 안 나오거든요. 비파형동검의 출토 분포지로 문화의 구역을 나눕니다.

결국 이것은 태양숭배족인 동이족의 문화유산이에요.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게 새 숭배죠. 연구 결과, 옛날엔 태양과 새를 동격이라 여겼어요. 그래서 새가 많이 나와요. 새 중에서도 으뜸인 새가 솔개잖아요. 중국 유물 가운데 새와 남근이 같이 형상된 유물이 있더군요. 새와 남근이 등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설화 중에 난생신화가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난생이라는 것만 떼어놓고 보면 해석이 안되지만, 난생의 알 ‘난’자, 새, 새는 다시 태양, 이렇게 연결고리를 엮어 신화체계를 해석하면 해답이 딱 떨어지거든요.

 

- 태양의 비물질성이 알인 물질로 의미가 전환된다는 거군요

네. 그 말씀도 굉장히 중요한 말씀입니다.바로 그게 난생설화지대의 특징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난생설화를 남쪽에서 올라온 남방신화로만 여기는데, 그건 잘못이에요. 난생신화는 일단 태양숭배족의 신화입니다. 그래서 새들이 환두대도로 옮겨지는 겁니다. 환두대도는 우두머리들이 쓰는 칼이니까 수리가 칼 고리 안에 장식으로 등장합니다.이건 부산 복천동 금동관 꼭대기에 있는, 제트기처럼 날개를 편 솔개입니다. 이건 고구려 금동관 꼭대기에 있는, 불꽃무늬 속에 있는 새이고요. 이것 무령왕릉 두침 양 옆에 있는 새. 그 다음, 금동대향로 꼭대기의 새. 익산 입점리에 있는 금동관에 새입니다.

- 우두머리의 위에, 핵심의 꼭대기에 있는 게 새라는 말씀이시죠?

그렇죠. 태양이 새와 조용히 결부되어 최초로 등장하는 유물이 중국 절강성에서 나옵니다. 태양의 화염문같은 문양에 두 마리 거대한 솔개가 날개를 쫙 벌리고 있죠. 솔개는 새 중에 왕자이고, 솔이란 말이 살이란 말에서 나왔습니다. 역시 태양을 상징합니다.

 

”’학문의 진보’가 실종됐다”, “새로운 해석, 해독, 발견이 지금 학계엔 없는 것” 문제

- 예술부분에 있어 살풀이 춤에 대한 해석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와는 전혀 다른 학설을 내놓으셨는데요.

우리 예술의 근원, 그러니까 무용, 미술, 음악, 서예, 복식 이런 것의 기원을 내가 태양숭배사상에서 풀어낸 것이 이 단락이란 말이에요. 난 무용의 기원을 솔개의 날개짓으로 보거든요. 솔개는 신조, 신의 새이기 때문이죠. 살풀이 할 때 ‘살’이 아까도 말씀 드렸듯 신의 원형에 해당하는 우리 고유어잖아요. 그걸 우리가 망각했기 때문에 나쁜 기운의 ‘살’만 인식하고, 살풀이를 나쁜 기운 풀내는 춤이라 알고 있죠. 그것은 잘못됐다고 봅니다.살이 신이니까 살풀이는 신을 푸는 춤. 신명 풀이 춤. 신명춤이라고 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신을 환하게 밝히는, 살을 환하게 풀어내는 춤이지 어떻게 독하고 나쁜 기운을 풀어내는 춤인가요.

조선시대에 살풀이라는 말을 썼다는 기록이 안 나왔어요. 살풀이는 근세에 한성준에 의해 쓰이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내가 이애주 교수(전 서울대 교수/무형문화재제5호 승무 보유자)와 토론 하면서 “이런 명칭을 이론적으로 바로잡아야 할 사람은 교수인 이애주씨 당신이지 않느냐”고 했어요.

- 그래서 뭐라고 하시던가요?

그러겠다더군요. (웃음)여기서 재밌는 건, 무용의 기원입니다. 나는 남녀의 교합에서 무용이 싹텄다고 주장했거든요. 짝짓기 하기 전에 춤을 추는 새를 보고 본뜬 거예요. 이것을 무용의 기원으로 보는 시각은 아마 내가 세계 최초일 겁니다. 모든 것이 짝짓기 할 때, 동물이건 인간이건 환희가 작약한단 말이죠. 그게 춤의 기원, 최초의 원초적인 동작이에요. 그 뒤 이런 원형 춤이 나오는 것은 태양의 해돋이를 나타냅니다.

“우리 고대문명에 대한 상상력이 문화콘텐츠를 창조한다”

- 이걸 제기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지금 내가 연구해놓은 성과만으로도 언어학 계통에서 연구해볼만한 게 있을 거예요. 실마리만 하나 던져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던 사람들은 힌트를 얻거든요. 이 책에 쓴 ‘풍류’라는 말의 해석만으로도 얼마든지 논문을 쓸 수 있어요. 우리 고유의 사상 중 하나가 풍류잖아요. 풍류사상이 빛살사상이에요. 빛살사상이 진화한 것이 홍익인간 사상이에요.홍익인간이 그렇게 좋은 줄 모르고 낡은 사상, 버려야 할 사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모형의 원리를 버리라는 말과 같아요.

우리 사학계나 일반 신세대에서 단군사상, 홍익사상을 말하면 수구꼴통, 구닥다리라고 생각하잖아요. 세상을 구석진 곳 없이 밝게 한다는 것만큼 좋은 게 어딨겠어요? 빛살은 안 비추는 데가 없고, 모든 것을 밝고 따뜻하게 만들잖아요. 그게 홍익사상이에요. ‘학문의 진보’라는 말을 꼭 써주세요. 예전엔 학문에 진보가 있었는데 요즘에 와서 실종돼서 보이질 않아요. 새로운 해석, 해독, 발견이 지금 이 학계엔 없어요.

- 이번 책 출간을 계기로 계속적으로 연구하시고자 하시는 게 있으신지?

이 책으로 큰 단락을 하나 맺었고, 이제 기운을 보충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요. 우선 자료부터 더 모아서 체계적으로 분류한 다음, 연구해서 기존 이론을 다시 대입시켜보면 새로운 견해가 나오는데... 시일이 걸리겠죠. 이 책을 계기로 다양한 우리 고대 문화에 대한 창조적 상상을 펼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원리를 알면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새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얼마나 다양합니까.

그러고 보면 문명 초기에 살았던 고대인들의 시각과 생각은, 오늘날의 빼어난 고고학자보다 천진하고 호기심 많은 어린 아이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대시인 고은 선생은 이 책의 서문에 “나는 단언하기로 한다. 이것은 한국고대사의 아시아적 혹은 동아시아적 광역을 통해서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웅대한 서사시적 성취라고 말이다. 이로써 고대사의 온전한 세계와 만날 수 있다. 과연 이제야 우리는 우리의 본원적(本源的)인 자화상을 그려낼 수 있게 된 것이다.”라 썼다. 우리가 잊고 있던 자화상이 어떤 것인지, 많은 분들이 만나보길 소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