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공간인 듯 예술인<벽을 깨다_허산展>
일상 공간인 듯 예술인<벽을 깨다_허산展>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5.07.2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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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일상 공간의 경계를 작품을 통해 다채롭게 표현

태광그룹의 일주학술문화재단과 선화예술문화재단이 오는 24일부터 9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빌딩 3층 ‘태광그룹 일주∙선화갤러리’에서 <벽을 깨다_허산 展>을 진행한다.


▲허산, 벽을 깨다

허산은 영국 런던대학교 미술과 대학원(Slade School of Fine Art) 졸업 후 영국에서 활동하며 ‘영국 왕립 조각가 소사이어티 신진작가상’(Royal British Society of Sculptors Bursary Award) 수상 등으로 주목 받고 있는 한국의 젊은 작가다. 대표 작품으로 사물과 예술작품의 경계를 표현한 공간 설치작품 <경사각>, <부서진 기둥>, <벽에 난 구멍> 등이 있다.

그는 평범한 일상 공간처럼 보이는 작품을 선보인다. 2009년부터 최근까지 영국에서 선보인 작품 ‘Forgotten’ 연작은 그저 텅 빈 공간에 벽이 파헤쳐져 있을 뿐이다.

벽 주변에 부서진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 그 자체가 작품인 것이다. 이전에 작가가 작품으로 착각했던 갤러리 공사 현장에서의 경험을 고스란히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작가가 경험한 것은 우연히 만들어진 공사현장이었지만, 작가가 선사하는 공간은 일부러 만들고 연출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전시장 앞에 특이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공사 현장처럼 벽도 부분부분 무너져 있고, 주변에 공구들도 널려 있고요.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보고 있는데, 그 속에서 사람들이 나오는 거예요. 그때부터 좀 이상하다 싶었어요. 그러더니 헬멧을 쓴 사람이 제게 다가와서 비키라고 하더군요. 작품이 아니라 정말 공사 현장이었던 거예요. 오랫동안 조각 공부를 해왔는데 작품도 구별 못하나 싶어서 당황스러웠지만 나중에 이런 재미있는 상황을 내 작품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작품의 탄생 배경을 밝혔다.

작품 ‘Forgotten’ 이외에도 공간 벽에 구멍을 내고 그 안에 악기 등을 놓기도 하고, 부서진 기둥이 위태롭게 서 있는 등 그의 작품은 숨은 그림 찾기처럼 일상 속에서 예술을 찾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 허산은 신작 <잊혀진 #09(벽 너머에 있는 숲)>을 선보인다. 이전 작품에서는 관람자들이 벽, 기둥에 뚫린 구멍 사이로 보이던 도자기 등을 통해 현실과 다른 세계를 엿보고 상상했다면 <잊혀진 #09(벽 너머에 있는 숲)>에서는 그 틈 사이로 들어가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일상 공간에서 작품을 만나고, 작품 속에 들어가 자연을 만나는 형태이지만 결국 이 자연도 작가가 만들어낸 인공물이므로 작품이 되는 것이다. 마치 인형 속에 인형이 들어있는 마트료시카처럼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이 반복되어 한 전시 공간 안에 펼쳐진다.

재단 채문정 큐레이터는 “개념미술이 등장함으로써 무엇이 예술이고, 어디까지 예술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졌다. 작가 허산은 이 경계를 일상 공간으로 확대하여 예술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찾아보게 한다.”라고 말했다. 개념미술이란 종래의 예술에 대한 관념을 외면하고 완성된 작품 자체보다 아이디어나 과정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새로운 미술적 제작 태도를 가리킨다.

관람을 희망하는 10인 이상 단체는 재단 이메일(seonhwagallery@gmail.com)로 작품 설명을 요청하면 큐레이터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재단은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화요일부터 금요일은 오후 12시 30분, 4시 30분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은 낮 12시, 오후 2시에 정기적으로 작품을 설명하는시간(도슨트)을 15~20분 가진다.

전시 기간 중인 8월 15일부터 9월 19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12인의 평론가가 들려주는 ‘현대미술사를 보는 눈, 『서양 현대미술가 12인 12색』’ 무료 강연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