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개혁없이 기금고갈 타령은 설득력 떨어져
[문화칼럼] 개혁없이 기금고갈 타령은 설득력 떨어져
  •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 승인 2015.07.22 1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재단 ,대학로 문예진흥기금 대안 찾는 정책토론회' 앞서

공공 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필자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문화예술 지원의 저수지가 내년이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오는 23일 오후 3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연습실에서  ‘문예진흥기금(이하 문진기금) 고갈과 지역발전특별회계 전환편성,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린다.

전국 지자체 문화재단 주최로 문화예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 서울을 시작으로 광주,·대구, 청주 등 13곳에서 릴레이 토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사실 문진기금은 지난 1973년 문예진흥법을 근거로 조성돼 40년 이상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젖줄 역할을 해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풍상의 세월을 겪으면서 가끔씩 존재론에 회의를 던지기도 했다. 지원 형평성, 소액 다건 등 수혜자와 탈락자 입장이 극명하여 바람 잘 날 없는 영광과 오명의 상처를 동시에 안고 있다.

논제가 되고 있는 것은 지난 2009년부터 매년 200여억 원 규모로 운영되던 지역협력형사업을 '지역특별회계(이하 지특회계)'로 전환 편성하려는 움직임에 우려다. 각 지역의 상황과 수요에 맞춰 지원하는 이른 바 ‘지특회계’ 는 지자체에 따라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고 보고 이런 방식으로 예술가, 단체에 대한 지원 기회가 감소될 것이라고 말한다. 충분한 논의와 조정 없이 기획재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제도가 수정된다면  기존의 사업체계도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전문성과 지원의 지속성 문제가 담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덜 할 수밖에 없는 기재부가 나선 것에는 ‘기존 재단 사업에 대한 불신은 없는 것일까?’를 되짚어 보아야 한다.

물론 크게 보면 지원제도뿐만 아니라 문화의 외형이나 예술의 질적 성장에 비추어 볼 때 재단과 예술위원회가 예술가나 현장으로부터 신뢰가 높지 않은 측면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문화 투자의 또 하나의 채널을 만든다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아무튼 이제는 관주도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민간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변환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한 음악가에 그저 1회 공연의 기회를 주는 것이나 공모를 통해 많은 시간, 물적 허비를 하고서도 기대만큼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한계성은 관 주도에서 빚어지는 역기능이다.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 민간에게 과정의 경험을 겪도록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들만의 리그. 기득권 밥그릇 챙기기는 설득력이 떨어져

반면 기재부 안을 걱정하는 부분도 있지만 기재부의 ‘일방적 결정’을 말한 것처럼  이번 재단들의 토론회 구성원 역시 현장의 목소리 보다는 기득권의 ‘일방적’이란 인상을 준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학학교 교수가 발제, 토론에 이현우(경기연구원 연구위원), 김종길(경기문화재단 문예진흥실장), 허은광(인천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안성아(추계예대 교수), 김종휘(성북문화재단 대표) 등 5명이니 모양새가 그렇다.

사안(事案)이 위중하고 급할수록 객관적 시각과 균형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자칫 기재부 성토대회로 비춰지지 않으려면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창조적, 효율적 기관 모습 필요 한 때

예술재단들이 철학도 비전도 익히지 못한 체 엉겁결에 교부금 처리로 마구 생겨나 갑(甲) 이 되어 예술가들을 쥐락펴락 한다는 원성이 높다. 그 옛날 공무원 시절을 그리워하는 향수를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을 보면 재단이나 지원기관의 우월적 입장이 아니라 현장 소통에 문제를 듣는 자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문화예술위원회가 창작오페라에 결국 작품을 선정하지 못하고 응모 작품 모두를 탈락시켰는데 그동안 오랜 세월, 수많은 시간과 예산을 투자했지만 작품을 건지지 못하는 등 전문성 부분에서 한계를 드러낸 사례들이 적지 않다.

그 뿐만 아니라 30~ 40년이 흘렀지만 우리 음악에서 공유되는 레퍼토리가 가곡 말고는 하나도 없다거나 외국에서 돌아 온 인력들이 날개를 펴보지 못하고 기능을 잃어버리는 것은 지원의 허점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기금 고갈로 예술가가, 문화예술이 죽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거부할 사람은 없겠지만 지원 기관의 신뢰성을 위해서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혁신적인 안을 앞에 놓고 토론을 해야 한다.

세(勢 )과시로 떼를 쓴다고 되는 세상이 돼서도 안 될 것이고 좀 더 달라진 모습의 노력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한다.

내일 토론회를 본 후에 이야기를 계속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개혁은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안에서 문을 열수 없다면 밖에서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는가.

그들만의 리그로 비춰지지 않도록 토론회 구성에서부터 보다 공개적인 소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